어제저녁 시청앞 잔디광장에서 터키와의 친선축구경기를 통해
이젠 희미한 먼기억속으로 사라져버린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을 영영 잃어버리고 싶지않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였다.
2년만에 다시 들어보는 월드컵 응원소리와 붉은색갈은
가슴이 싸~아하게 시간을 소급하는듯, 한순간에 재작년 으로 되돌아가는 기분이 잠깐동안 들게한다.
나는 사람이 없는 빌딩 조용한 계단에 앉아 후반중계를 마져보다가
왠지 섭섭한 마음이들어 혼자 생맥주를 마시고 나긋한 기분으로 인사동길 쪽으로 걸어갔다.
인사동길은 이미 가게들이 문들을 닫고 있어서 어둑컴컴 했는데, 그 어디쯤에선가 생음악소리가 들렸다.
색스폰과 호른 그리고 간단한 타악기와 일렉트릭 기타로 네명의 유럽인 사내가 나란히 서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얼굴 생김 생김들로 봐서는 러시아 근처 동유럽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오래된 팝을 친근하게 연주하는 그들은 비록 최상급프로는 아니었을지라도
이국의 한적한 밤거리에 여행자의 빈가방을 열어놓고서
약간의 낭만과 문화적 허영기 로, 행인들의 지갑을 흔쾌히 열게 만드는 인정을 유발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속에는 야박 하리만큼 세련 되어버린, 도시적 껍데기의 남사스런 냄새 따위가 나지않고
오히려 소박한 인간의 냄새가 풍기는것 같았다
그길에서서 두세곡듣다 돌아서는 내얼굴엔 빙그레 미소가 배어나오듯, 오가다 듣고 서있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비슷했다.
그 네명의 사내가 어떤 연유로 이국의 밤거리에서 몇곡 연주를하고, 몇푼의 돈을 애교스럽게 챙기는지 알수는 없어도
아마 그들의 모습에서 여행자의 고충을 발견 하기보다는, 먼저 삶의 여유쪽으로 보려는게 내마음 이었을것이다.
마치 내가 유럽의 어느 어둑한 골목을 혼자걷는 상상을 해보는것처럼,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속에서는 그냥 여행의 우수만을 찾고 싶었다.
생각 하자면, 하필 이시대에 나 라는 개체가 세상산책을 나와서, 결코 간단치 않은 처지와 만나 부대끼고 휘몰리다가
언제가 될지 그때가 되면, 나역시 조용히 떠나게 되는것처럼,
지금 저사내들의 아시아 여행도, 낯선것과 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끝없이 점철 될것이고
사람이 주어진 시간을 접고 접어가며 한시대를 살아간다는것은,
늘 또 다른것과 만나고, 스치는 과정의연속 일뿐인 그 엄연한 사실이 새삼스럽다.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이 굳이 최고의 것이거나 세련 되어야할 필요는 없었다.
이국의 뒷골목에 무심히 서서 연주하는 사내 네명의 음악속에는,
그저 올곧게 생활하는 사람냄새가 배어난다면 그것으로 자신들의 미덕을 다한것으로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짧은상념은 나의 술기운 탓 이라기보다,
초여름밤에 서울의 골목길에서 볼수있는 작은 낭만의 한장면 으로써, 그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리라.
거의 이십여년전 부터 봐온 인사동골목의 밤풍경중에서
여기저기 쓰잘데기 없이 널려있는 문화적 사치와 허영에 함부러 들뜨지 않고,
이처럼 평범한 이국인 사이에 작은 공감을 나누는 장면도 흔치는 않다.
아마도 요즘의 경박하고 말초자극적인 일회성 도발문화에 넌덜머리가 난 사람들에겐
이같은 유럽인의 소탈한 풍모와 다소 촌스럽지만 검증된 레파토리의 음악이, 오히려 마음 편한것이 되는게 아닐까 싶었다.
지금 내귀에 누군가의 피아노 연주인 a whiter shade of pale 이 들리는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