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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진 씨의 커밍아웃 발언을 비판한다' 를 발표하며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이하 끼리끼리)는 지난 4월 17일, 7일자 한겨레 <왜냐면> 지면에 실린 서동진 씨의 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몇 가지 오류에 대한 지적을 담은 글을 동 지면에 투고한 바 있다. 그런데 서동진 씨 글이 게재된 이후 그것과 관련하여 병무청 선병국 병역정책과 사무관 박희수 씨의 '누가 양심적이란 말인가' 라는 제목의 글과 병역거부자모임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이용석 씨의 '백만 명의 사람에겐 백만 개의 양심이 있다' 는 글이 연달아 실리는 동안에도 끼리끼리의 글은 <왜냐면> 지면에 게재되지 못하였다.

끼리끼리는 투고 글의 이후 게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번의 통화 시도 끝에 간신히 지면 담당 기자와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하루 뒤에 기자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답변의 내용은 같은 글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이 이미 게재된 상황에서 더 이상 해당 글에 대한 또 다른 의견을 싣기에는 지면 사정이 허락하지 않기에 끼리끼리의 글은 게재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끼리끼리에서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동성애 혐오적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은 병무청 직원의 글은 게재하면서 서동진 씨의 글에 녹아있는 커밍아웃에 관한 위험한 시선에 대해 지적한 끼리끼리의 글은 게재하지 않는 한겨레 측의 태도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내고자 하는 것이 지면의 지향이라면 동성애 혐오증적인 병무청 직원의 글을 먼저 실을 게 아니라 (아니면 그 글을 싣더라도) 끼리끼리의 입장을 지면에 담는 게 한겨레 측의 보다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끼리끼리는 서동진 씨 글에 대한 반론으로 <왜냐면> 에 투고했던 글을 그대로 발표한다. 이는 성적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역할을 자임하는 데 서슴지 않는 서동진 씨에게 성적소수자의 '커밍아웃' 에 대해 좀 더 숙고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위함이다. 아래는 투고 글 전문이다.

2004년 5월 2일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서동진씨의 커밍아웃 발언을 비판한다
이민정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회원)

7일자 한겨레 ‘왜냐면’ 지면에 실린 서동진씨의 ‘양심적 병역거부 동성애자 임태훈을 석방하라’ 제하의 글에서 몇 가지 심각한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서동진씨는 커밍아웃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프라이버시의 권리를 들어 커밍아웃을 반대하는 기류가 있음을 모르지 않지만 나는 그것이 한 명의 개인적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살 권리라면 비겁하고 또한 옹졸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프라이버시의 권리를 들어 커밍아웃을 반대하는 기류”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며, “한 명의 개인적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살 권리”가 “비겁하고 옹졸한” 것이라고 폄하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적어도 동성애자 인권운동진영에서 커밍아웃 자체를 반대하는 이는 없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신과 타인에게 알리는 것은 모든 동성애자들의 바람이자, 서동진씨가 이야기한 대로 “자신이 속한 사회에 차이를 일깨우고 변화를 촉구하는 싸움”으로서 사회적인 의의를 갖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회적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들은 극소수인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이 곧 개인적, 사회적 ‘매장’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들은 커밍아웃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수많은 동성애자들을 상담하고 지지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커밍아웃 이후에 겪게 될 상황들에 대해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결코 동성애자에게 “커밍아웃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이것은 인권운동단체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마인드다.

최근 한국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는 타인에 의해 성적소수자의 성정체성이 밝혀지는 ‘아웃팅’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아웃팅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웃팅’은 동성애자들이 호소하고 있는 가장 지독한 인권침해의 한 유형이며, 동성애자 인권운동진영이 이러한 문제를 활동이슈로 받아 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서동진씨의 글은 마치 (일부) 동성애자 인권운동진영과 활동가들이 “프라이버시의 권리를 들어 커밍아웃에 반대”하고, “비겁하고 옹졸”하게도 “한 명의 개인적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살 권리”를 내세우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 폄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먼저 ‘커밍아웃’은 서동진씨와 같이 대사회적으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동성애자 정체성을 통해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커밍아웃은 자기 스스로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식시키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친구, 동료, 동성애자 커뮤니티, 가족, 직장 등 범주를 넓혀가는 것이며, 이러한 범주에서 커밍아웃을 하고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은 많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커밍아웃도 의미 있는 일이며, 존중 받아야 한다.

두 번째, 대사회적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지만 너무도 열악한 여건 속에서 동성애자 인권을 위해 운동하는 인권활동가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동성애자’ 이름을 걸고 문화평론을 하거나, ‘동성애자’ 이름을 걸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더 많은, 더 중요한 활동들을 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대사회적인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비겁하고 옹졸”하게 “한 명의 개인적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살 권리” 만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세 번째, 대사회적 커밍아웃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서동진씨는 “나는 이미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서 한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이 얼마나 대단한 실존적인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고 했지만, 이 말은 믿기 어렵다. 왜냐하면 수많은 동성애자들, 혹은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들이 서동진씨와 같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서동진씨가 과연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레즈비언 인권활동가를 비롯해 기존에 대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모든 인간관계에서 소외 당하고, 사회적인 활동영역을 아주 잃어버린 이도 있다. 오히려 지난 날 언론을 통해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인권활동가들 중에는 후배들에게 “성급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라며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커밍아웃한 문화평론가 서동진씨는 자신의 위치와는 아주 다른 위치에 있는 수많은 동성애자들의 현실을 쉽게 말해선 안 된다.

네 번째, 동성애자가 커밍아웃할 수 없는 사회적 현실은 한편으로 커밍아웃을 한 활동가가 전체 운동진영에서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서동진씨가 지지의 입장을 밝힌 임태훈씨는 커밍아웃한 인권운동가로서의 독단적인 행보와 개인의 도덕성 문제, 타 동성애자 인권운동진영에 대한 터무니없는 비난 등의 사유로 동성애자 63명이 성명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에 그 행실을 고발하고, ‘탄핵’을 요구했던 바 있는 인물이다. 서동진씨가 진정으로 동성애자 인권향상을 원한다면, 왜 동성애자 인권운동진영이 임태훈씨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지 않는지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황무지 2004-05-03 오전 01:43

서동진 씨는 '양심적 병역 거부' 를 한 '한 동성애자'에 대한 변론이었고..
병무청에 포비아적 발언은 '병역 거부' 를 한 '한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것이었기에..
'양심적 병역 거부' 의 의미가 중화되고 '동성애' 소재성 비판이 오고 가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굳이 그 의미 잃은 논쟁속에 '커밍 아웃 혹은 아웃팅 반대' 등..
따로 이야기 되야 할 것을 끌어다 붙이는 '끼리끼리' 의 저의는 무엇인지...
어쩜 서동진씨와의 반감을 그렇게라도 이어 붙이려 하는 듯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답답할 뿐이네요...

어글리 2004-05-03 오전 07:24

글을 읽어보다가, 궁금해서 원문을 찾아봤습니다.
뭐가 문제인가요? 아무리 읽어봐도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양심적 병역거부 동성애자 임태훈을 석방하라


또 한 명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갇혀 재판 중에 있다. 그는 성공회대학교 엔지오대학원에 재학 중인 평범한 청년이다. 그 역시 여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같이 자신의 윤리적 신념과 결단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동성애자라는 점에서 다른 병역거부자들과 다르다. 최근 그는 자신이 증거인멸과 도주의 위험이 없음에도 구속 결정을 내린 당국의 판결에 항의해 25일 남짓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였다. 초췌한 모습으로 재판정에 출두한 그의 모습을 본 그의 벗들은 모두 안타까운 심정을 누를 길 없었다.

그의 이름은 임태훈이다. 그는 한때 동성애자인권연대의 활동가로서 동성애자의 인권 현실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 헌신하였고 현재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회원으로서 역시 동성애자의 사회적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투쟁에 진력하여 왔다. 또 그는 성공회대학교 엔지오대학원에 진학하여 동성애자 에이즈 감염자의 문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의 탄핵 정국을 둘러싼 소란에 파묻혀 그의 고독한 양심적인 병역거부는 세인의 관심에서 벗어난 채 벌어지고 있다. 같은 동성애자로서 그리고 그의 선배이자 벗으로서 나는 그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그가 벌이는 싸움이 고독하지만은 않음을 알리기 위해 이 지면에 글을 쓰기로 작정하였다.

그는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였음을 밝혔다. 아울러 현재의 병역제도 안에 포함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군복무에 적합한 적성을 확인하고 검증한다는 명분에서 이뤄지는 설문에서 성전환자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되는 이를 군복무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비판하였다. 그간 한국사회에서 군복무는 남성에게 중요한 권리로 인식돼 왔다. 근년 논란이 되었던 군가산점 제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군복무는 곧 남성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서 인정받고 대우받도록 하는 중요한 권리의 제도였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군복무의 권리에서 배제된 성적 소수자는 취업은 물론 공직에서의 활동에 심각한 차별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미 비공식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많은 동성애자들이 일종의 심리적 이상으로 판정되어 여러 굴욕적인 대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처지에 비추어볼 때 그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 군복무를 거부한 것과 군복무를 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그리고 군복무 중에 있는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전혀 어긋난 일이 아니다. 그는 인권운동가로서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군복무를 거부한 것이다. 또한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로서 그는 군복무가 한국사회에서 성인 남성으로서 사회적 인정을 받고 통합되는 중요한 통로임을 주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복무가 곧 성적인 소수자를 차별하는 중요한 사회적 제도임을 고발하고 비난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양심적인 병역거부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떳떳이 밝힌 채 한국의 병역제도의 반인권성을 문제삼고 있다. 나는 이미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서 한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이 얼마나 대단한 실존적인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 또한 그것이 단순히 윤리적인 용기로서 치하받기에 앞서 또한 동성애자 사회가 형성되기 위한 필수적이고 피할 수 없는 행위임을 잘 알고 있다.

커밍아웃은 동성애자들이 침묵에서 벗어나 서로를 지원하고 결속시키는 중요한 사회적 활동의 출발점이다. 프라이버시의 권리를 들어 커밍아웃을 반대하는 기류가 있음을 모르지 않지만 나는 그것이 한 명의 개인적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살 권리라면 비겁하고 또한 옹졸한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크고 작은 사회에 자신이 성적 소수자임을 알리는 일은 그 사회의 모든 곳에 스며 있는 이성애적인 규범과 질서를 새롭게 조명하도록 이끈다. 결국 커밍아웃은 동성애자가 자신의 거역할 수 없는 삶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에 차이를 일깨우고 변화를 촉구하는 싸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그가 굳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참여한 것은 나를 포함한 성적 소수자에게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임태훈의 투쟁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의 외로운 싸움의 벗이 될 것을 자청한다. 또한 그의 조속한 석방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더불어 군대 안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받으며 복무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소수적 성정체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차별과 모욕을 받지 않은 채 병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복무 기준과 교육이 이뤄질 것을 요구한다. 다시 한번 밝힌다. 동성애자로서 그리고 평화주의자로서 나는 임태훈씨의 투쟁을 지지한다.

서동진/문화평론가

피터팬 2004-05-04 오전 01:08

사실 평소에 서동진씨의 글이나 그의 사상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번 글에서 그의 잘못을 발견하기 어려운 걸.

yes 2004-05-05 오후 19:53

나도 그기사를 읽으면서 서동진의 발언에 무리가 따른다는점을 보았다.
한국사회에서 커밍아웃한 상태로 사회활동을 하는 서동진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그점이 한국게이들에게 보편적인 잦대로 들이댈 형편이 아니라는점을 서동진은 간과한 잘못이 있다.
함부러 커밍아웃을 했다간 존중받아야될 인간으로써의 생존의 위협을 느껴야 할 상황이 한국사회에서는 있는것이다.
그리고 커밍아웃은 개인의 선택이어야 될것이고 누가 강요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커밍아웃을 한자들만이 바람직한것이 그렇지 못한자들은 비열한것이라는 발상은 유치하기 그지 없는 발상이다.
서동진은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기위해서 다른경우에 처한 대다수의 게이입장을 폄훼한
무도한 발언을 한셈이다.
그점을 끼리끼리가 당연한 지적은 한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동성애로서의 입장과 평화주의자로서의 입장은 별개로 다뤄야할 신중성도 서동진한테는 필요한것같다.
차칫하면 게이들 모두가 병역을 거부하는 집단으로 호도될 위험이 있는 발언이기때문이다
서씨가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면 작은 발언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한다.

yes 2004-05-05 오후 20:00

그리고 다른게이들도 어떤특정사안을 대할때는 개인의 친소관계를 떠나서 생각하고 반응하는 태도가 아쉽다.
다른의견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게 살펴보고 설사 발언자가 평소에 자신과 껄끄러운존재 이었더라도 그발언에 개연성이 충분하다면 인정하는 성숙함이 필요할것이다.
서동진의 발언에 분명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그가 가지는 위상에 휩쓸려 무조건 동의하는 태도는 위험하고 게이사회 앞날을 위해서도 문제가 있다.
어떤 사안에 잘잘못은 냉철하고 가리되 그 발언자가 같은 게이라는점에서 감싸주고 북돋아주는것이 옳지. 무조건 내편 네편을 가리듯한 태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동진의 발언은 아무리 봐도 그내면의 축적이 의심되는 경박하고 졸렬한것이어서
게이사회 전체를 봐서 실망스러운것이었고 사회적으로도 게이의 이미지에 손상을 주는발언임을 서동진 스스로 깨달기를 바란다.

nome 2004-05-06 오전 09:28

침묵은 죽음이다, 라는 명제가 있죠?
그럼 침묵을 지키는 동성애자는 모두 죽은 좀비라는 말이 될까요? 과연 침묵하고 있는 동성애자들을 폄하하는 졸렬한 명제가 되는 걸까요?

아웃팅에 대한 과장된 레토릭이 한편 자기 실존의 결단, 커밍아웃에 대한 의지를 깎아먹고 있다는 사실은 왜 못 보는 걸까요?

한 가지 주장은 한 가지 진실을 부정하는 언술일 뿐입니다. 그 부정 때문에 경박, 졸렬 이란 표현을 쓰는 건 때론 대단히 무서운 권력이 되기도 해요.

난 우리 동성애자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한 주장을 주장 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녀 사냥식 재판에 나서는 아주 무서운 파시즘을 내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끔 섬뜩할 때가 있어요. 젠장, 이젠 웃지도 않지요? 유우머도 없어진 것 같아요.

두리 2004-05-06 오후 19:31

아웃팅 반대가 어떻게 스스로 커밍아웃하고자 하는 의지를 깎아먹죠? 동성애자 자기도 모르게 저질러지는 아웃팅과 동성애자 스스로의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커밍아웃은 서로 다른 거 아닌가요? 그러면 '커밍아웃에 대한 과장된 주장이 동성애자 자기도 모르게 저질러질 수 있는 아웃팅에 대해 둔감하게 만든다'라고 주장하면 어떤가요?

nome 2004-05-06 오후 22:39

아웃팅 문제가 심각한 걸 누가 모르겠습니까. 이성애자-동성애자 모두 아웃팅에 조심하자는 논의는 반드시 있어야겠고요. 다만 이 아웃팅에 대한 논의만이 무성하게 주장될 때 동성애자 침묵에 동조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만일 아웃팅 위험에 관한 프레임으로만 동성애 문제가 일반 사회에서 읽혀진다면 '동성애자로 밝혀지는 건 이모저모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도식 또한 이성애자 동서애자 모두에게 내면화될 위험이 있을 겁니다.

'커밍아웃에 대한 과장된 주장이 동성애자 자기도 모르게 저질러질 수 있는 아웃팅에 대해 둔감하게 만든다'... ^^ 박차고 나가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거 좋은 거 아닌가요? 아웃팅 위험을 뛰어넘으려고 하거나 노력하는 사람들은 '둔감'한 건가요?

아웃팅은 동성애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닐 겁니다. 가령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전교조 출신이라는 게 밝혀지면 일선 학교에서 매장되는 시대가 있었죠. 만일 그때 우리 조심하자, 라는 말만 되뇌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상황이 나아졌을까요?

전 어느 한 쪽 주장만 되풀이되는 상황을 경계하자는 뜻으로 위 리플을 단 겁니다. 서동진 씨가 아웃팅의 문제를 모를 리 없겠지만 그것을 부정적인 해석으로 읽히게끔 언술한 것도 다소간 오해의 소지가 있겠고, 또 아웃팅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문제의 글을 해석해내는 것도 다소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보면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아웃팅, 커밍아웃에 대한 논의들이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는 점도 그렇고, 이렇게 사적인 문제로 치환돼서 논의되는 것도 그렇고요.

차제에 이런 논의들이 좀 더 성숙하게 그리고 어떤 논의의 폼을 가지고 함께 논의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만 서로 충분히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가 이렇게 게시판에서 사적인 발언들로 논의되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음... 2004-05-06 오후 23:12

nome님,
커밍아웃을 하지않고 사는사람들이 자신의 선천적 특성이 사회에서 공인되는것을 바라지 않는게 아닙니다.
현재의 한국사회는 엑스죤같은 경우처럼 이해가 부족한것이 사실이지만.
게이존재를 그런대로 느슨하게 놔두는 정도의 상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반인과 어울려 사회생활을 영위 해나가는 사람에게 커밍아웃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다반사인 현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운동의 하나로서 동성애 문제를 거론할 사람들은 커밍아웃이 당연한것 이되겠지요
그러나 게이들에게도 심정적으로는 동의하더라도, 혼자만의 생활이 아닌 삶에서 커밍아웃이 가져올 여러가지 파장에 대해서 고려할 사항이 참 많습니다.
그런 현실에서의 삶의 비중이 더큰 대다수 보편적인 게이들에게 까지
커밍아웃이 개인의 성 정체성적인 도덕적 우위에 있는듯이 요구하는 사고방식은 문제가 큽니다.

오로지 커밍아웃하고서 활동하는 자만이 존중 받아야할 게이가 될수는 없는겁니다.
자칫 하다가는 커뮤니티 내에 쓸데없는 커밍아웃한 소수와 그렇지못한 다수의 구분만 가져올 무책임할수 있는 발언을
게이로서 사회적인 상징성을 가진자의 발언이라는데 문제가 있다는거죠.
그 발언자의 의견을 내보낸 신문사에서 커밍아웃한 게이 서동진이란 인물이 가지는 우리사회에서의 상징성을 모르지 않았을테고
그만큼 그의발언은 개인적인 발언으로 보게 되지 않는다는것이죠.

설사 서씨 개인의 생각이 그렇다 하더라도 상징성을 가진사람으로써의 공개적인 발언이라면 경솔한면이 있습니다.
그를 비롯한 적극적인 게이권익운동에 커밍아웃을 하지않은 게이중에서 누가 반대를 하겠습니까
같이 가야할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상처를 주는 그런 사고방식은 삼가해야 할것입니다.



nome 2004-05-06 오후 23:47

전 개인적으로 게시판 논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시판 논의가 생각의 차이를 좁히기보단 넓히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요. 다만 커밍아웃은 계속 독려하고 아웃팅 문제는 법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둘 모두 사적 권리에 관한 문제이니까요. 또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 다른 한쪽의 전제를 간과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한 거고요.

그나저나 서동진 씨의 재비판이나 반론이 없는 가운데, 눈팅들의 논의만 있는 건 좀 아쉬운 일이군요. 암튼, 서동진 씨와 끼리끼리 모두 상처가 안 되는 가운데 생산적 논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럼.... 전 그만....

음... 2004-05-07 오전 01:59

nome 님이 바라는대로 서로 상처가 되지않기 위해서
쓸데없이 불필요한 문제를 이르킨 서동진의 반성과 사과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겁니다.
서씨 개인적으로 어떤생각을 가지던 그것은 그의자유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커뮤니티를 대변하는것으로 뵐수도 있는 지면에 소수의 커밍아웃한자들만의 의사를 들어내는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것입니다.

그리고 이문제는 서동진과 끼리끼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커밍아웃을 하거나 하려는측과 그런과정을 탐탁찮게 받아들이는 측의 문제입니다.

커밍아웃을 하고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자만이 이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는것이 아니란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나가다 2004-05-07 오전 03:39

커밍아웃을 하거나 하려는측과 그런과정을 탐탁찮게 받아들이는 측의 문제?... 우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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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