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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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2004-05-03 03:04:53
+3 882
며칠 전 어느 후배로부터 사랑 고백을 들었다.
40대 게이인 내게 웬만하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아무래도 나 형을 사랑하나봐"

언제부터인지
어떤 이유 때문인지
가끔보는 선배였던 내게
녀석은 불쑥 말을 뱉고는 담배만 피워댔다.

그렇지만 그의 고백은 내게 사랑의 환희가 되지 못했고
녀석과 나는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왜?
난 그를 사랑하지 않고 있으니까.
요즘 나의 눈을 핑크빛으로 물들인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다.
사랑의 짝대기는 그렇게 엇갈려 나의 그리고 녀석의 가슴을 파고 들었고
그로인해 나와 녀석은 또 짝사랑의 아픔에 한동안 가슴시려해야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녀석을 내가 마다할 이유가 별로 없다.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고
대학 때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사이니 만큼 서로 이해의 폭도 넓고
나이도 엇비슷해 세대차이 같은 것도 없고
무엇보다 성실하고 건강하니 배우자로서 최상품이라 할 만하다.
녀석의 연애 전과를 내가 알고 있는데 바람피우는 놈도 아니다.
물론 그 연애 대상이 다 여자들이었지만...
그년(욕이 아니다, 대부분 나하고 친한 후배들이다)들이 안다면 기겁을 하겠다.

그런데 난 그를 사랑할 수가 없다.
내가 짝사랑하는 넘이 있어서가 아니라
난 그에게 성적으로 끌리지를 않는다.
보면 좋은데
그냥 기분 좋은 착한 후배일 뿐이다.

사실
며칠을 고민했다.
녀석의 힘들었을 고백을 수이 넘길 수가 없어서 고민했는데
결론은 NO다.
고민하는 동안 술만 퍼마시고...
어젠 내가 짝사랑하는 넘과 밤새워 술도 마시고...노래도 부르고...
그넘에게 느껴지는 설레임과 짜릿함이
녀석에게선 느껴지지 않는다.

외모가 주는
외모로부터 느껴지는 '끌림'이라는 것
그 오묘한 것이 사람들을 서로 엇갈리게 하고
그것 때문에 아프게 한다.

아직도 철없는 40대 게이는
사춘기의 그 '끌림'이라는 것을 찾아 헤메며
들어 온 복을 발로 차내고 있다.

떠다니는, 섬 2004-05-03 오전 11:24

언제나 화살표는 직선을 향해 있고, 그 화살표가 자신에게 돌아오기 위해선
많은 기다림이 필요하죠. 그런 상황 너무 슬픈거 같아요.

피터팬 2004-05-04 오전 01:31

사랑은 슬프기도 한거죠.
때론 기쁨에 환희에 가득차기도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슬픔에 빠지기도 하죠.
유행가 가사가 다 내맘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도 난 사랑을 하렵니다.
또 다시 부활절에 같이 미사보러 갈 사람 없어 울고 불고 하더라도.

모던보이 2004-05-04 오전 01:36

윽... 부활절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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