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서의
'동성애' 조항 삭제를 환영한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개별심의 기준에서 '동성애' 삭제하는 것을 내용의 일부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수많은 동성애자들의 오랜 바람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간,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개별심의 기준으로 '동성애' 를 포함시켜 옴으로써,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편견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이에 많은 동성애자들과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이하 끼리끼리)' 를 비롯한 몇몇 인권 단체들은 '동성애' 조항을 유해 매체물 심의기준에서 삭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끼리끼리는 지난 2002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동성애' 조항이 유해매체물 개별심의 기준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히 "성적지향에 의한 인권침해" 라는 진정서를 낸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소년유해매체물 개별심의 기준 중 '동성애' 조항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성애를 차별적으로 명시한 것은 헌법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 행위" 라며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의 개별심의 기준에서 동성애 삭제" 를 권고하였다.
청소년 보호법 상에 존재했던 동성애 차별 조항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에 일조해 왔다. 청소년 보호 위원회는 '보호' 라는 명목으로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고 유용한 정보로부터 임의로 청소년들을 차단시켜 왔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생각할만큼 고통스러워하며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청소년 보호법의 이러한 변화는 분명 바람직한 것이다.
처음부터 포함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지만 이제라도 청소년유해매체물 개별심의 기준에서 '동성애' 조항이 삭제된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속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으며 이러한 동성애 혐오증의 만연으로 인해 많은 동성애자들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하거나 가족에게 버림받고 있으며, 퇴학 및 직장에서의 해고 등의 무수한 유무형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법에 드러나는 동성애 차별적인 부분에 대한 시정 요구뿐만이 아니라, 직장·학교· 가족 등 일상 생활 속에 내재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 제도 안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인권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 역시 필수적이다.
끼리끼리는 1994년 창립이래 10년 동안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해온 것을 바탕으로, 법제도 안에서 성소수자로서 받는 차별 문제뿐만 아니라 미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숨어있을 수밖에 없는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대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과 성소수자, 억압받고 있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2004년 4월 30일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