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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노 비스콘티의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은 구스타프 말러의 5번 교향곡으로 시작된다. 토마스 만의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바로 구스타프 말러를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아센바흐는 음악가가 아니라 시를 주업으로 삼는 노작가다. 베니스에 왔다가 같은 호텔에 투숙된 절세미모의 미소년에게 사랑을 느낀 나머지 콜레라가 창궐하는 와중에도 떠나지 못하다 객사하고 만다. 대신 비스콘티는 아센바흐를 노작가에서 음악가로 각색했다.

토마스 만은 비겁한 작가였다. 괴테의 '영원히 여성적인 것'을 주된 이데아로 삼은 채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써내려갔지만, 실제로 토마스 만은 자신의 동성애적 욕망에 대한 애증을 화두 삼아 이 소설을 썼다.

자기 13살 난 아들에게서조차 성욕을 느꼈던 토마스 만은 생전에 아들 친구 뿐만 아니라 많은 남자를 '건드렸었다'. 그는 자신의 동성애가 표현된 일기들을 시시때때로 불태웠고, 바로 몇 년 전에 그 일기의 일부분이 복원되어 토마스 만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 2002년쯤 제작된 아들 클라우스 만과 여동생의 다큐멘타리는 토마스 만의 이중생활에 대한 첫 번째 영상 보고서가 될 것이다. (나중에 시간 되면 토마스 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루치노 비스콘티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영상이 수려하다. 또 영화 내내 화면으로 흐르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은 미소년에 대한 애틋한 노작곡가의 심정을 적절히 표현해주고 있다. 노력해서 완성되는 아름다움 혹은 음악적 화음보다 앞서 존재하는 감각의 아름다움, 천재성과 같이 선험적으로 소여되는 소년의 아름다움 앞에서 안절부절하는 노작곡가의 마음은 간절하기만 하다.

루치노의 영상은 관념의 언어 속으로 슬쩍 숨었던 토마스 만보다 외려 소년들에 대해 감각의 찬가를 불렀던 앙드레 지드의 '배덕자'를 닮아 있다.  

과잉된 줌 사용, 쓸데없는 군더더기 씬,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 등이 다소 거슬리긴 하지만, 절세의 미모를 가진 소년 타지오 때문에 울고 있는 노작곡가의 롱 테이크는 충분히 울림이 있다. 아센바흐는 자신을 힐끗이며 웃는 미소년을 멀찌감치 두고 속으로 독백한다.

"제발 그런 미소 짓지 마.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미소 짓지 마. 사랑해."

나 역시 그런 미소를 가진 남자애들이 죽도록 밉다.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남자들, 혼을 흔들어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그런 미소의 남자들.

비스콘티는 토마스 만이 구현하고자 했던 아폴론적 세계를,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타지오가 해변에 선 채 아폴로 흉내를 내는 장면으로 대신하려 한다. 그 순간, 숨을 거두는 아센바흐. 영화적 완성도와 별개로 계속 기억될 것 같다. 빼어난 장면.




곡 : 구스타프 말러의 5번 교향곡 중 4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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