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떠다니는, 섬 2004-04-30 13:36:19
+3 599

술자리를 뿌리치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와
홀로 방안에 앉아 지난 날의 다이어리를
뒤적이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앞 페이지들을 찢어 버리곤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하나 둘씩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갔던
추억들도 함께 지워 버렸지요.

이상하게 오늘은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노래를 부를 때도,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사람들은 사춘기라며 놀려 댔지만, 저도 왜 그리 웃음이 터져 나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구질구질한 청승 한 번 떨고, 인터넷에 접속했죠.
싸이월드 방명록에 익명으로 누군가가 흔적을 남겼더군요.

"힘 좀내, 강한 사람이잖아."

단 몇줄의 말이었지만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어요.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저에 대해서, 지금 심정에 대해서.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참 고맙게 느껴졌어요.
참 많이 힘이 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요.

여기 저기 기웃대다가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느즈막히 다시금 싸이월드에 접속했지요.

어떤 분이 제게 음악 선물을 보내왔더라구요.
정성스런 메세지와 함께.

저를 알게 돼서 많은 힘이 되었다고,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많은 위안을 느낀다고.

지금 전, 그분이 선물해준
Steve Barakatt 의 Rainbow Bridge를 들으며 혼자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산다는 건, 이런 건가봐요.
기대하지 못했던 작은 것들에 대해서 감동하고, 힘을 얻고 그러면서요.

너무 감정이 벅차 올라서
오늘 잠을 제대로 이룰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턴 열심히, 웃으면서 하루 하루를
고마워하며 살아야겠어요.





어글리 2004-05-01 오전 00:26

당신... 행복한 사람이네요~ ::)

피터팬 2004-05-04 오전 01:28

그러게...
혜화동에서 만났을 때 넘 당황하지만 않는다면 말야 ㅋㅋㅋ

전지인 2004-05-04 오전 08:10

그리움에 떠는 것은 그만에 행복감도 따르지만 괴로운 일만 늘어가는 일입니다
머리는 아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것이 생각이죠
사춘기에서 억춘기로 넘어 가시지는 마시길...
요즘 경주는 아카시아가 한창입니다
저는 향긋한 아카시아랑 연 보라빛의 등나무꽃이
포도송이처럼 피어있을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향기를 보내드릴테니 힘내세요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1224 엇갈린 사랑의 짝대기 +3 피터팬 2004-05-03 882
1223 '서동진 씨의 커밍아웃 발언을 비판한다' 를 발표... +12 끼리끼리 2004-05-02 1563
1222 [re] [개인의견] 끼리끼리의 투고문 발표를 비판... 중전 2004-05-03 839
1221 부킹할 때 사람 마음을 알아내는 거짓말 탐지기 모던보이 2004-04-30 1016
1220 [성명서]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서의 '동... 끼리끼리 2004-04-30 1478
» 선물 +3 떠다니는, 섬 2004-04-30 599
1218 친구사이가 공동 제작한 '동백꽃 프로젝트' 인터... 모던보이 2004-04-30 2408
1217 티켓이 있나요 +1 문의 2004-04-30 649
1216 성 소수자 노동자의 노동권찾기~~!! 형진 2004-04-30 521
1215 후~ 여기저기 홍보하느랴... +1 황무지 2004-04-30 889
1214 영화 시사 모임 정정합니다. 죄송. +1 피터팬 2004-04-29 818
1213 베니스에서의 죽음 : 제발 그런 미소 짓지 마 모던보이 2004-04-29 1388
1212 프랑스는 지금, 동성애자 결혼 논쟁 중 모던보이 2004-04-29 750
1211 또다시 사춘기 +1 막달리나 2004-04-29 672
1210 5월둘째주 영화시사모임에서 볼 영화는 <킬빌2... +10 피터팬 2004-04-29 1065
1209 황혼에서 새벽까지 부킹 +2 모던보이 2004-04-29 1226
1208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시사회를 보고 나서... +1 splendidchap 2004-04-28 1167
1207 시사회 관람기~!! +4 차돌바우 2004-04-28 890
1206 방콕 게이 사우나 '바빌론', 화재 모던보이 2004-04-28 4277
1205 술과 음악..네 생각 조금... +4 skat 2004-04-27 693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