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를 뿌리치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와
홀로 방안에 앉아 지난 날의 다이어리를
뒤적이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앞 페이지들을 찢어 버리곤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하나 둘씩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갔던
추억들도 함께 지워 버렸지요.
이상하게 오늘은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노래를 부를 때도,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사람들은 사춘기라며 놀려 댔지만, 저도 왜 그리 웃음이 터져 나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구질구질한 청승 한 번 떨고, 인터넷에 접속했죠.
싸이월드 방명록에 익명으로 누군가가 흔적을 남겼더군요.
"힘 좀내, 강한 사람이잖아."
단 몇줄의 말이었지만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어요.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저에 대해서, 지금 심정에 대해서.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참 고맙게 느껴졌어요.
참 많이 힘이 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요.
여기 저기 기웃대다가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느즈막히 다시금 싸이월드에 접속했지요.
어떤 분이 제게 음악 선물을 보내왔더라구요.
정성스런 메세지와 함께.
저를 알게 돼서 많은 힘이 되었다고,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많은 위안을 느낀다고.
지금 전, 그분이 선물해준
Steve Barakatt 의 Rainbow Bridge를 들으며 혼자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산다는 건, 이런 건가봐요.
기대하지 못했던 작은 것들에 대해서 감동하고, 힘을 얻고 그러면서요.
너무 감정이 벅차 올라서
오늘 잠을 제대로 이룰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턴 열심히, 웃으면서 하루 하루를
고마워하며 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