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남성인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성폭행했다면 강간죄가 성립될까.'
부부 강간죄를 국내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성전환자에 대한 강간죄 선고를 앞두고 있어 판결 결과에 따라 또 한 차례 논란이 예상된다.
트랜스젠더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 대한 재판이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이다. 2월 초쯤 선고 공판이 있을 예정이다. 특히 부부 강간죄 선고 며칠 뒤인 지난 20일 당사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재판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판결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피고인 신모(28)씨는 지난해 8월31일 부산진구의 한 가정집에 침입, 성전환자인 박모(58)씨를 흉기로 위협해 10만원을 빼앗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애초 검찰은 신씨를 특수강도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강간죄로 다룰 소지가 있다."며 공소장 변경을 권유해 신씨에게 강제 추행 대신 강간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이 당초 강제 추행 등 혐의로 기소한 것은 현행 형법에 강간죄의 경우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로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 추행죄는 물을 수 있지만, 강간죄는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성폭행을 인정한 판결은 아직 없다.
1996년 대법원은 성염색체가 남성이고 여성과 내외부 성기의 구조가 다르며, 여성의 생식능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트랜스젠더는 강간죄 규정의 '부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직접 권유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점 등으로 미뤄 재판부가 대법원 판례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원문은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124025314657&p=seoul&RIGHT_COMM=R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