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족연합 남측본부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담은
민족의 진로 해당 기사를 즉각 삭제하고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사과하라.
지난 3월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기관지 ‘민족의 진로’에 ‘실용주의의 해악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96쪽)이 실렸다.
“이남사회는 갈수록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외국인노동자문제, 국제결혼, 영어만능적사고의 팽배, 동성애와 트렌스젠더, 유학과 이민자의 급증, 극단적 이기주의 만연, 종교의 포화상태, 외래자본의 예속성 심화, 서구문화의 침투 등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9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사회에 신자유주의 개방화, 세계의 일체화 구호가 밀고 들어오던 시점부터 이러한 문제들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형은 달라도 결국은 이남사회가 민족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민족문화전통을 홀대하며, 자주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외래적으로 침습해 오고 그것이 또한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 속에서 이 문제들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이 기사를 접하고 4월 12일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측에 ‘실용주의 철학의 유입으로 발생한 사회문제 중 사회적 소수자들이 언급된 이유 등’을 질의하였으나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교육위원장은 5월 31일, 질의에 대한 답변 대신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메일을 통해 ‘글쓴이의 생각을 존중하며 편집 의도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글을 살려 싣고 있으며, 소수자문제를 언급한 것이 아닌 복잡한 사회현상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또한, 동인련이 보낸 질의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토론 의제로 될 수 있으며 앞으로 충분한 토론과 이해가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해당 기사를 접한 성소수자활동가는 물론이거니와 얼마 전 여수화재참사로 실음에 잠겨있는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진보적 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당 기사의 전문을 살펴본 우리는 이 부분을 범민련 남측본부 측이 언급한 것처럼 ‘복잡해지는 사회현상’의 하나로 해석할 수가 없다. 이것이 그저 읽는 이의 오독일 뿐인가? 해당 기사는 범민련 남측본부 측이 민족 우선주의에 메여 자본주의의 현실과 사회적 소수자들의 차별받는 현실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들의 운동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우선 이 문제를 아무런 고민 없이 ‘복잡해지는 사회현상’으로만 바라보는 범민련 남측본부 측에 분노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동성애자,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킨다. 범민련남측본부측은 그로인한 차별과 억압으로 숨쉬기조차 힘든 현실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가? 미 제국주의자들의 실용주의적 철학이 당신들의 눈을 가려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깊숙하게 바라보지 못하는가? 동성애자들이 차별과 억압으로 인해 학교에서 쫓겨나고 직장에서 해고의 위협으로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기 힘들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을 그저 사회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주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장받기는커녕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그저 사회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한, 민족성이 파괴되고 있다는 주장에 분노한다. 해당 기사는 민족의 순결을 운운하며 차이와 다름의 다양성을 그저 ‘자본주의의 찌꺼기, 미 제국주의자들의 실용주의 철학의 침습’이라 말하고 있다. 역사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찌는 게르만민족순결을 외치며 유태인을 학살했다. 유태인들만이 학살당했는가? 나찌는 인종청소 운운하며 동성애자들에게 분홍색 삼각형을 매겨 학살했으며 집시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학살했다. 해당 기사와 역사가 보여주는 사실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은 민족을 앞세워 다양성을 짓밟는 파시즘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해당기사를 접하며 차이와 다름의 다양성을 바라보지 못하고 오직 단일하고 순결한 혈통 중심의 사고가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 위에 군림하는 파시즘적 인식을 보이는 범민련 남측본부 측에 위협감을 느낄 정도이다.
해당 기사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범민련 남측본부 측은 그저 동성애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로 점철된 사회 문제의 단편으로 인식할 뿐 지배계급의 신자유주의 전략을 폐퇴시키는 연대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동성애자, 성소수자들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맞물려 돌아가는 신보수주의의 최대 피해자이다. 과거 미 대선에서는 성소수자들의 권리 쟁취문제가 진보정당의 선거 공약의 주요 화두가 되었고, 보수정치인 이명박 대선후보의 ‘장애인, 동성애자 폄하’ 발언에 장애인은 물론 성소수자들은 분노했다. 이러한 상황을 범민련 남측본부 측은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단순히 민족성만을 강조하여 사회적소수자들을 배제하는 태도는 진보를 향해 달리는 중요한 연대세력을 잃는 것이자 매우 커다란 활동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연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측이 과연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쟁취 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90년대 들어 성소수자들은 음지로 내몰리는 자신의 처지를 돌파하기 위해 존재를 알리며 차별과 억압을 끊기 위해 투쟁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권을 보장받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자신들만의 권리 쟁취를 위해 싸웠는가? 사회적 소수자들은 우리 사회 진보를 위해 연대하고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를 비롯 성소수자들은 무지개 깃발을 들고 노동자 투쟁에,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에, 한미 FTA반대 투쟁에,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 등 보수기득권의 준동에 맞선 용감한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들의 현실과 차별과 억압을 끊기 위한 토론은 이미 진보 운동 안에서 의제로 설정되어 충분한 토론이 되었고 사회 진보를 위한 중요한 연대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력은 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일 뿐이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진보운동에 연대는커녕 운동을 깎아내리는 시각에 더 없이 분노한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이번 사건이 진보진영안의 진정한 ‘진보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었다고 판단한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과연 차이와 다름 등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가?
동성애자인권연대는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힌다.
1. 해당 기사를 즉각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2. 해당 기사에 대해 범민족연합 남측본부는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사과하라.
3. 사과문을 민족의 진로 기관지,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홈페이지에 게재하라.
2007년 6월 7일
동성애자인권연대
오래 전부터 운동권 일부에서는 '동성애'를 서구자본주의의 저급한 쓰레기 문화라고 취급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단순한 오독이나 문장의 문제는 분명 아닌거 같군요.
문장에서도 민족의 전통성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여러 부정적 사회문제들을 지적하려는 의도로 열거하고 있다고 읽히고 있구요.
화이팅! 힙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