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 이병훈 음악 감독과 일 때문에 만났다가 잠깐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말끝에 한국에도 얀 띠에르센Yann Tiersen이나 엘레니 카라인드로우Eleni Karaindrou 같은 영화 음악 뮤지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내 말. (사실 2차 편집본에도 음악 제작에 앞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쩐가 보려고 단순한 욕심으로 얀 띠에르센 곡을 두 개 넣어보았더랬다.)
엘레니 카라인드로우가 얀 갸바렉Jan Garbarek과 같은 북구의 음울한 음조에다 철학적 사색을 곁들인다면, 얀 띠에르센은 프렌치 팝을 중점에 놓고 다양한 장르들을 닥치는 대로 교차시키는 재치를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굿바이 레닌'의 사운드는 영화가 갖고 있는 감동의 1/2를 차지한다. 또, '아멜리에'의 쥬네 감독이 헐리우드적 멜로인 '인게이지먼트'에서 얀과 함께 작업을 하지 못한 것은 커다란 실수.
국내에 수십 여 장밖에 들어오지 못한 걸로 알려진 얀 띠에르센의 새 앨범 'Les Retrouvailles'은 같은 프랑스의 작곡가 르네 오브리의 미니멀한 강박증을 뛰어넘을 정도로 어떤 단순함의 경지의 기미를 담고 있다.
사실 단순하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세상이 복잡할수록, 삶에 밀착된 단순함을 보고 듣는 건 즐거운 일.
2.
내가 지저분하게 복잡해서 그런지 나는 단순한 남자가 좋다. 단순한 남자는 결코 비어 있는 비어 캔beer can이 아니다. 열정 없는 사람만큼, 열정 없는 백치만큼 무미건조한 건 없으리라.
뒤죽박죽 뒤섞인 요즘의 내 머리속 때문에라도 단순한 남자를 만나 가끔 뜻없이 웃고 싶지만, 술 마실 시간도 없는.
P.S
본인이 사정없이 단순하고 거기다 이쁘기까지 한 남자라고 생각한다면, 데이트 예약 대환영.
보너스로 무료 숙박 제공.
Yann Tiersen - Les Jours Tristes
노래 : Neil Hannon
프렌치 팝의 리듬에 다분히 영국적인 닐 해넌의 보컬이 일으키는 시너지가 사뭇 이채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