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는가?"
-제5회 퀴어문화축제_무지개2004 조직위원 이던
수없이 자신에게 했던 질문이다. 2000년 더이상 '성제청'에
대해 고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무렵
'나는 동성애자다'라고 외치며 거리를 메운 행사가 열렸다는
소식을 접했을때만해도 나와는 다른세계의 이야기였다.
내 정체성에대해 부끄럽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 어떤사람들이, 어떻게 모여서 하는지
젼혀 알수없었던..
한마디로 관심도 부족했고, 관심이 있다한들 전혀 알리
없을거라는 무지에서 나왔던 생각이었다.
그러다 풍물패 가입을 하게되고 2001년 그 멀게만 느껴졌던
'퀴어문화축제'에 내가 속한 풍물패가 공연을한다는걸
알았을때 한발짝 다가선 느낌이었다.
비록 개인적인 이유로 밖에서 구경밖에 할 순없었지만..
눈앞에서 펄럭이던 대형 레인보우 깃발을 봤을때의
그 뭉클했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와같은 사람들이..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을 사람들이
내 눈앞에 있다.
내 눈앞에서 자신을 스스럼없이 내보인다.
나는 왜 여기에 숨어있지??'라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2002년이되어 드디어 이태원거리에서 공연을하는데
사람들앞에서 (비록 얼굴은 가렸지만..)
공연을 한다는건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아직 익숙하지않은 행사라 그런지 열악한 도로상황,
마냥 신기해하며 길을 가로막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로 더디게 진행된 퍼레이드를
간신히 마치고 나머지 행사도
보지 못한채 다음장소로 이동해야만했고,
'왜 우리를위한 행사인데 이렇게 힘들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2003년에 그동안 내가했던 생각들이 단지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알게되었다.
내가 참여했던 퍼레이드와 댄스파티이외에도
전시회, 영화제, 토론회등도 준비되고 진행되고 있고
이렇게 다양한 행사들을 단지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몇달동안 고생해가며 준비하는걸
보고 배부른 투정을했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
작은일 하나라도 도움이 되고싶어 겁없이 뛰어들었다.
준비기간과 행사당일 많이 지치고 힘들었지만
밖에서 구경만 할때와 공연만하고 퇴장하던 때는
볼 수 없었던게 보였다.
내가 참여하여 준비한 행사안에서 사람들이 즐거워한다,
그안에서 충분히 자유롭고 행복해보인다,
누구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상처받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퀴어문화축제를
기꺼이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게되었다.
사람마다 입맛과 취향이 다르듯,
밖으로 드러나는 퍼레이드 참여에 만족할 수도 있고,
이목이 덜집중되어 부담없다며 전시회나 영화제등으로
만족하는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마련하고 우리가 이끌어가는
작은 세상 '퀴어문화축제'에 어떤 방법으로든
함께 한다는것이다.
다만 나는 '퀴어문화축제의 그 어떤 한부분이라도
놓치고싶지않다는..
아니 그보단 해를 거듭하면서 '아웃팅'의 염려로 촬영을
막아야만하는 일이 필요 없어질 그런날이 올때까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퀴어문화축제'를지켜보며 같이
성장하고싶다.
이게바로 내가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