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4-25
생 떽쥐베리의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화가 났었다.
그냥 놔두지, 야간비행에 나선 그 감청의 밤하늘과 별빛 사이에 한 점 희망으로 머물도록 놔두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욕심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우리의 어린왕자인 생 떽쥐베리는 마지막 출격 이후 소식이 끊겼고, 50여 년만에 그의 추락지인 듯 보이는 곳이 발견되었다.
'야간비행'과 '우편배달부'를 읽던 20대 초반의 어느 날 밤, 꼭 휘파람을 잘 부는 조종사 옆에서 야간비행에 나서야지, 저 어둠과 불빛들이 만들어놓은 인간의 마을을 내려다봐야지 하는 상상에 가슴이 설랬었다.
헌데 가끔 외국에 나가거나 할 때 밤에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암만 아래를 내려다봐도 가슴이 설레지 않았다. 파리가 그랬고, 뉴욕이 그랬다. 사금파리처럼 반짝반짝, 도시의 밤을 희롱하는 불빛의 향연이 외려 열적게 느껴졌을 뿐이다. 꼭히 휘파람을 잘 부는 남자가 내 옆에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꼭히 불빛이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늦지 않게, 늦지 않게 야간비행에 나서야겠다. 생 떽쥐베리의 안경을 착용하고 스카프를 휘날리며, 그렇게 늦지 않게 가슴 설레는 야간의 별과 야간의 어둠 속에서 비상을 꿈꿔야겠다.
나는 더욱 젊어지고 더욱 아이다워져야겠다. 휘파람도 배워야겠다. 아, 지중해!
곡 : [Enamorat de tu], Cap Pe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