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제껏 사랑이란 감정을 모르고 살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친구를 본 2년 동안의 감정은 사랑 이었던것 같습니다.
제가 동성애자라고 확신한 것도 제가 말하는 바로 그 친구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친구를 이제부터 'Y'라고 쓰겠습니다.
2년전 Y를 보고 굉장한 호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긴 속눈썹과, 작은 눈, 작은 코, 작은 얼굴, 적당한 키, 중성적인 외모 등 정말 매력적이지요.
그리고, 성격도 좋아 주변의 인기도 많죠.
겉보기엔 Y가 완벽주의자 같아서 첫인상은 안좋게보일 수는 있지만
만나보면 모두들 Y를 좋아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됬든, 2년동안,
Y와 많이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왠지모르게 Y와의 스킨십이 많아졌습니다.
스킨십이 많아질수록, Y가 동성애자인가 라는 생각이 자주들게 되었죠.
제가 조금 더 키가 커서 어깨동무를 할 때마다
Y가 걸친 제 손을 잡아주는 것도 자연스럽고,
제가 뒤에서 안아 주고, 제 볼을 Y볼에 붙여 부비는 것도 자연스럽고,
그렇습니다.
몇 일 전엔 단체로 여행을 간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강사분의 말을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20분정도 서로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Y에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어도
제 얼굴엔 몇겹의 가면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주위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Y의 시선도...
그렇지만, 요즘에는
주위 친구들이
저와 Y를 보고
"서로 사귀냐?"
"애인 같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몇 겹의 가면이 점차 없어지고 있고
그 친구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다시한번 가면을 쓰는 연습을 하고있습니다.
가면을 다시 쓴다는 게 정말 힘들고
제 자신을 속이는 느낌이들어
이런 제 자신이 너무 싫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도 못해보는 현실이
너무나도 무섭습니다.
그래도, Y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리고, 서로 말을 하면, 스킨십을 하면
그런 저의 현실도 눈 녹듯 잠시잠깐
녹아버리고
행복으로 가득 차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만, Y와 저는 이루어 질 수 없기에
행복이 커질 수록, 절망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절망이 커져도 행복도 같이 커지기에
제 마음에 멍이들어도
고등학교 생활 남은 1년이 정말 아깝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의 끈을
느리게 가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남은 1년이 다 가기전에
고백을 하고 싶습니다.
Y와 절교할 수 도 있고
제가 동성애자라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요.
소심한 저로서는
굉장한 결단력이 필요한 것 같아
이글을 써봅니다.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남들에게 애인처럼 비춰질만큼
다정한 Y.
이 친구가 동성애자 일까요?
아니면,
제가 동성애자 임을 눈치채고
받아주는 걸까요?
그 친구에 대한 추측을 내려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을 보고
좀더 생각한 후에 결심을 굳힐지 말지 결정을 하려 합니다.
이런 사소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위로와 함께 축하드립니다. 내가 아닌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서 성숙해지고 영혼을 살찌울 수가 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깊은 갈망을 오랜 기간동안 유지하고 한결같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질문자님의 간절한 마음과 함께
맑은 영혼을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성소수자들 역시도 질문자님과 같은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현실이 아닌 것을 상상하면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곤 합니다. 질문자님의 질문의 요지는 친구가 동성애자일까 아니면 이해해 주는 것일까? 라기 보다는 커밍아웃을 하고 사랑고백을 하고 싶고 또 사랑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라는 소망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되어 집니다.
친구의 성 정체성을 몇 가지 행동이나 말로 추측하려고 하는 것은 친구 분에게 위협이 될 수 있고, 명백한 폭력입니다. 자신을 돌아보십시오. 글에서 ‘고백한 이후 절교할 수도 있고, 동성애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자신에 대해서는 우려 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그렇게 대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모순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성 정체성을 무엇일 것이다. 라고 추측하고 결정해서는 안 되며, 다만 상대방이 어떤 성 정체성을 갖고 있었던 간에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합리적인 태도입니다.
또한 커밍아웃을 하려는 것인지? 커밍아웃도 하고 친구에 대한 감정을 고백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지? 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하고 생각해야합니다.
대개 커밍아웃하지 않은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자기를 숨기게 되고, 솔직하지 못한 연기로 사람을 대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고, 사적인 관계에서 조차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결국 자신의 감정을 나쁜 것이라고 인식하게 되고, 스스로를 비하하게 됩니다. 이것은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지 못합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자신의 게이적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고, 최종적으로는 가족, 친구, 교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해야 합니다. 본인의 행동과 말이 감정과 일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커밍아웃을 하는 것 보다 커밍아웃이 가지는 다양한 면에 대해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책을 보거나, 친구사이와 같은 인권단체 활동을 통해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커밍아웃도 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는 고민을, 본인의 입장이 아니라 친구의 입장으로도
객관화 시킬 필요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하기에는 친구 분이 힘들지 않을까요? 사랑이란 상대방이 존재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교류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글을 통해서 질문자님의 감정의 진실함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만,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감정에 대한 열망인 것인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친구를 환영하고 축복하는 그런 사랑인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즉 결국 자기의 감정과 자신을 사랑한 것뿐이지 친구를 진심으로 동반자로서 사랑한다는 느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질문자님에게는 사랑 고백이 친구 분과 하고 싶은 일 순위 일지 모르지만, 친구 분에게도 그것이 질문자님과 함께 하고픈 일 순위 일까요?
친구 분과 삶에 대해, 미래 꿈에 대해, 서로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깊은 대화와 교감을 해본 적이 있는가요? 자신의 감정을 주관화 하지 마시고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성 정체성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성 정체성은 나의 일부분이지 절대로 전체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라 생각 합니다. 사랑이란 것이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인 것은 맞지만, 그것은 여러 대상 중의 하나 일 뿐이고, 한 사람에 대한 감정이 나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절대로 당신 자신을 그 무엇으로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