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41 차세빈 : 이태원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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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번째 커밍아웃 인터뷰의 주인공은 차세빈 님입니다. 이태원의 클럽 Le Queen, Looking-Star, 호텔포차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태원의 게이들에게는 이미 유명하신 분입니다. 더불어 근래에는 퀴어퍼레이드 무대를 비롯, 올랜도 LGBT클럽 총격사건 추모문화제에서도 공연해주셨고, 친구사이에서 진행하는 성소수자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의 후원모금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해주셨습니다. '이태원의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봤습니다.
 

 

 

1. 들어가며
  1) 소개 : "뮤지컬 배우 차세빈입니다"
  2) 커밍아웃 인터뷰 : "트랜스젠더의 커밍아웃이요?"
2. 약력
  1) 어린 시절 : "저 꽤 괜찮았었어요"
  2) 업소 생활 : "지방마다 하나씩은 있어요"
  3) 방송 활동 : "중국 시상식 무대에도 섰어요"
  4) Le Queen : "뮤지컬 팀을 르퀸에 모셔왔죠"
  5) Looking-Star : "무대 욕심은 끝이 없어요"
  6) 이성애자 동료들 : "일반분들이랑 작업하면서 힘을 받았죠"
3.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성별정체성
  1) 여성과 남성 : "게이들이 여성을 더 이해 못하더라고요"
  2)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 "게이들에게 제가 '식'이 될까요?"
  3) '게이 손님'들 : "미모의 평균 수준이 다른 것 같아요"
  4)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 "트랜스젠더끼린 연애가 잘 안돼요"
  5) 연애 : "아직은 무대가 더 좋아요"
4. LGBT인권운동
  1) 퀴어퍼레이드 : "사진을 몇백 장 찍어줬어요"
  2) 마음연결 : "이쪽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쯤 제안해주셨어요"
  3) 올랜도 추모집회 : "추모식에서 사람 위에 올라탔죠"
5. 꿈
  1) 전하고 싶은 말 : "'트랜스젠더'가 꿈이 되면 안돼요"
  2) 곧 발매될 음원 소식 : "비취스럽고 기갈진 당당한 나, <IM>"
  3) 여배우의 꿈 : "부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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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in Lim님, 차세빈님, Min Moon님.

 

 

 


1. 들어가며 


 

 

1) 소개 : "뮤지컬 배우 차세빈입니다"

 

이종걸 :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웃음)

 

차세빈 : 뻘쭘하네요. (웃음) 저는 이태원의 클럽 Le Queen, Looking-Star, 그리고 호텔포차 대표를 맡고 있는 차세빈입니다. 원래 직업은 뮤지컬 배우고요, 지금은 열심히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종걸 : 그럼 위 세 곳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세요?

 

차세빈 : 저희 셋은 굳이 역할을 따로 나누진 않고요. 저를 그냥 공연만 하는 사람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대표로서 서로 일을 다 나눠서 하고 있고. 좀 잘하는 것들이 다들 다르니까, Justin 같은 경우는 홍보나 포스터, 파티 제작·기획에 대한 아이디어에 능해서 그쪽을 많이 하고, 전 퍼포먼스나, 사람들 앞에 나서서 얘기를 한다거나, 행동을 한다거나, 이런 걸 좀 많이 하고요. 우리 Min Moon 사장님께서는 다른 전체적인 시설 문제나 스피커, 인테리어를 담당하시죠. 셋이 되게 잘 만난 것 같아요. 역할 분담이 잘 돼서 이끌어나가고 있죠.

 

이종걸 : 세 분이서 이태원에서 업소를 같이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차세빈 : 원래 Min 사장님이랑 Justin 사장은 둘다 파티 씬에 계속 있었던 사람이고요. Min 사장님은 게이힐에 있는 UNIQ라는 클럽의 사장이었고, 또 Justin은 서킷 파티 브랜드 VELOCITY에 매니저로 참여했어요. 그렇게 파티 씬에서 일했던 친구라 둘이 만났고, 그 다음에 제가 합류를 했죠. 저는 Justin이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는데, 당시에 저는 뮤지컬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공연도 할 수 있고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는데, 그게 제가 돼서 2013년부터 합류해서 지금까지 온 거죠.
돌이켜보면, Justin이 당시 우리나라의 큰 게이 파티들을 거의 만들었었거든요. 그런데 당시에 저처럼 나설 수 있는 게이 스타가 드물었던 것 같아요. 게이 파티인데, 포스터를 하나 찍으려고 해도 "업소에 걸리는 건 안찍을래요"라고 한다든지, 이를테면 '메인'이 없는 파티가 됐던 거죠. 고고보이들도 오고, 손님들도 오는 데. 그래서 그런 상황에 대한 싫증이 좀 있었어요. 게이 파티 시장이 10년이 되도록 뭔가 보이는 구심점이 없는 느낌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찰나에 연예인 활동을 하고 있던 제가 제안을 받은 거죠. 캐릭터가 될 수 있고 앞장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저희 셋이 만나게 됐고, Le Queen이 시작됐던 거예요.

 

이종걸 : 세 분이서 같이 사업을 한다는 게 웬만한 관계가 아니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차세빈 : 재밌어요. 서로 누가 아프다거나 하면 서로 메꿔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같이 고민도 해주고. 그리고 또 성소수자라는 공통점이 셋 다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마음도 잘 맞고 편한 것 같아요. 

 

이종걸 : 업소를 운영할 때 보통 동업을 많이 하시나요?

 

차세빈 : 요즘 혼자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예요. 누가 독박 쓰려고 해요? (웃음) 이태원의 임대료가 비싸거든요. 

 

이종걸 : 이태원의 특징일까요? (웃음) 종로는 거의 바 스타일이라서 그다지 동업하는 경우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세빈씨는 클럽이나 업소의 공동대표를 한다든지, 이런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으셨어요?

 

차세빈 : 어릴 때? 아뇨. 1도 생각안했던 것 같아요. (웃음) 난 이렇게 유흥업에 종사할 줄은 몰랐어요, 그냥 놀러만 다닐 생각을 했지. 계속 연예인활동 하면서, 이런 곳은 놀러만 다니고, 공연만 다니고 싶었는데, 어느샌가 유흥업에 한 획을 긋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이종걸 : 세 분 중에 누가 결정을 제일 잘하세요?

 

차세빈 : 저 말고 두 분이요. 제가 제일 결정을 못해요. 

 

이종걸 : 결정 잘하실 것 같은데 (웃음)

 

차세빈 : 그럴 것 같잖아요? 둘이 결정해갖고 오면 제가 어디 가서 말하고 행동하고 해요. (웃음)

 

이종걸 : 아 그렇게 분담이 돼있군요. 

 

차세빈 : 그래서 셋이 되게 잘 맞아요. 저는 셋이 모이면 되게 조용해요, 의외로. 제 원래 성격은 낯가림이 많았는데, 20대부터 활동을 하다보니까 사람들 앞에도 많이 서보고, 그러다보니까 이젠 다른 사람들 앞에 있으면 되게 밝고, 모르는 사람 앞에서도 전 낯가림이 잘 없거든요. 그런데 같이 일하는 그 둘은 어떤 기획력이나 아이디어가 정말 좋아요. 그래서 같이 있으면 의외로 전 되게 조용해요. 셋이 너무 잘 맞아요. (웃음)


 

 

2) 커밍아웃 인터뷰 : "트랜스젠더의 커밍아웃이요?"

 

나미푸 : 처음 이 커밍아웃 인터뷰 제의를 받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차세빈 : 음... 전 이미 트랜스젠더 뮤지컬 배우, 트랜스젠더 가수, 트랜스젠더 래퍼라는 타이틀을 달고 계속 활동을 하고 살았던 사람인데, 제가 이제 와서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다는 것 자체가 좀 말이 안된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미카 : 생각지 못했던 포인트를 바로 던져주셨네요. (웃음)

 

차세빈 : 전 그래서 혼자 생각하다가, 답이 안나오는 거예요. 무슨 얘기를 하지? 또 이게 커밍아웃이라는 주제 안에서, 저는 몇 살 때 "수술"을 해서 몇 살 때 이렇게 됐고요, 이것 자체도 그게 커밍아웃일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뷰의 포인트가 어떤 것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었어요. 

 

나미푸 : 너무 좋은 질문이네요.

 

미카 : 저희는 커밍아웃이라는 게 어떤 정체성을 드러내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일종의 커밍아웃에 대한 반감이랄까, 이런 생각을 말씀해주시는 것도 저희는 되게 좋아요. 이 인터뷰의 취지에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터울 : 사실 커밍아웃 서사가 너무 동성애중심적이긴 하죠. 

 

차세빈 : 응, 맞아요. 

 

나미푸 : 그렇기 때문에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어쨌든 친구사이에서 하는 커밍아웃 프로젝트 자체가 일정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인터뷰를 해주셨는데요. 세빈씨가 커밍아웃 인터뷰를 해주심으로써, 커밍아웃이란 화두를 사회적으로 던지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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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대한민국 교육위원회 궁금증해결단>(2013.1.7.) 방송 장면 중.

 

 

 

 

2. 약력

 


1) 어린 시절 : "저 꽤 괜찮았었어요"

 

이종걸 : 어릴 때 세빈씨는 어떤 분이셨어요? 초등학교 즈음에. 

 

차세빈 : 얼마 전에 우리 친오빠랑, 외할머니랑 우리 엄마 보러 갔다 왔거든요. 그러면서 엄마가 얘기를 해준 게 있는데, 초등학교 때 내가 동네 꼬마들을 다 모아와가지고, 제가 인천에서 살았거든요. 고향도 인천이고. 수봉공원이라는 데가 있어요. 걸어서 한 3시간 정도 가야 되는데, 거기까지 애들을 다 끌고 가가지고. (웃음) 거기에 또 우리 큰엄마네가 있거든요. 가서 나만 들어가서 밥먹고 나오고, 애들은 밖에다 줄세워놓고. (웃음) 그리고 다시 3시간을 걸어오고. (웃음) 되게 약간 좀 꼴통이었어요. 장난 많이 치고, 동네 꼬마애들 다 끌고 다니고. 

 

터울 : 차세빈씨가 출연한 라디오방송 '게성시대' 24화를 들었는데요, 식성이 되게 토속적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옹심이 좋아하시고. (웃음)

 

차세빈 : 맞아요. 완전 한식 입맛이에요.

 

이종걸 : 그런 식습관이 어릴 때부터 있으셨던 걸까요?

 

차세빈 : 네, 제가 할머니랑 자라서, 좀 입맛이 할머니 쪽이랑 비슷해요. 

 

터울 : JTBC <대한민국 교육위원회 궁금증해결단>(2013.1.7.)이라는 프로그램에 세빈씨가 출연한 영상을 봤는데요, 거기에 SRS(성확정수술) 하시기 전의 사진이 나오는데, 너무 잘생긴 거예요. (웃음) 그리고 인터뷰집 <여섯 빛깔 무지개>(2016)에 실린 세빈씨 인터뷰에도 본인이 말씀하셨던 게, "잘생겼고 몸도 좋았던 남자였다"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차세빈 : 본판이 어디 가겠어요. (일동 웃음) Justin이 나 처음 보고 식된다고 했어요. 나 좋아했었어. (웃음) 저 꽤 괜찮았었어요.

 

터울 : 일단 좋아하셨다는 것관 별개로, (웃음) 트랜스젠더분들 중에, 성확정 수술하시기 전의 모습에 대해서 막 이야기하는 걸 별로 안좋아하시는 분도 있으셨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스스럼없이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셔서,

 

차세빈 : 그런데 저도 처음에는 되게 싫어했었어요. 그런데 활동을 하다보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좀 무뎌진다고 해야 되나. 예전에는 되게 싫어했었어요. 인터뷰만 잡히면 다 그 얘기밖에 안하고, 엄마 얘기 물어보고, 수술할 때 심정 물어보고. 아니 마취돼갖고 기억도 안나는데 심정이 어딨냐구. (일동 웃음) 그렇잖아요? (웃음) 그리고 꼭 울어야 끝나더라고요, 모든 인터뷰는. (웃음) 

 

터울 : SBS 스페셜 <하리수 10년, 그녀를 꿈꾸다>(2011.4.10.)에 나오신 것도 봤는데 거기서도 울고 끝나더라고요. (웃음)

 

차세빈 : 예, 꼭 울어야 돼요. 그거 시청률 1위 했어요. 실검도 1위 찍고. (웃음) 그러다보니까 좀 이제 무뎌졌다고 해야 되나. 처음엔 되게 힘들었어요. 이젠 무뎌져서 뭐,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그것도 나였고. 그런데 옛날엔 되게 싫었었어요. 

 

터울 : 성확정 수술 전을 물어보는 걸 싫어하셨다는 게, 결국은 지금 여기의 '나'를 주목하는 게 아니고 성별을 '바꾼', '이상한' 사람으로 자신을 보는 시선이 싫으셨던 걸까요?

 

차세빈 : 그런데 그것 자체도 저한테 주목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걸 물어보는 것이겠죠. 그 땐 아무래도 저도 어렸었고, 그러다보니까 나는 그냥 내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고,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어떻게 보면 그 때 당시에 저로선 감추고 싶었던 걸 자꾸 꺼내니까, 그 때는 되게 싫었었죠. 지금은 뭐, 괜찮은 것 같아요.

 

터울 : 예전 Justin님 인터뷰에서, 이태원에서 열린 청소년 성소수자 모임 '아쿠아'에 같이 나오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아무도 두분을 주목해주지 않았다고, (웃음) 정말 그랬었어요?

 

차세빈 : 맞아요. 나 막 핫팩 찍고 갔거든. 한 뼘짜리로. (웃음) 그런데 끼순이들 왔다고, 우리보고 젓가락을 집어던졌다니까요. (웃음) "뭐야, 쟤네가 뉴페야?" 이러면서. (웃음) 그게 너무 불쾌한 거야 진짜. (웃음)

 

터울 : 그리고 거긴 다시 안나가셨는데, 그 이후로 세빈씨는 이태원에 계속 나오셨었나요?

 

차세빈 : 네. 애인이 생겨서요. (웃음) 10대 후반부터 끊임없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고등학교 때도 애인이 있었어요, 같은 반 친구. 일반 잘 꼬셨어요. (웃음) 살살 꼬셔서 사귀고, 친구들도 다 소개시켜주고, Justin에게도 소개시켜주고, 같이 놀러다니고. 번개모임도 나가고요. 둘만의 야릇한 놀이도 하고, (웃음) 잘 놀았던 것 같아요. 

 

이종걸 : 그 땐 무엇에 가장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차세빈 : 친구들. 우리 인천 패밀리들. 인천 84.

 

이종걸 :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요?

 

차세빈 : 네, 다 봐요. Justin도 그 때 인천 84였어요. 

 

터울 : 그럼 그분들은 다 게이셨던 건가요?

 

차세빈 : 네. 

 

터울 : 그럼 지금도 그 게이분들과 다 만나시는 건가요?

 

차세빈 : 네, 아직도 다 보고, 한 친구는 우리 티켓팅도 얼마전까지 도와줬었고. 아직도 다 100% 친하게 지내요.

 

이종걸 : 운이 좋으신 것 같아요.

 

차세빈 : 그러니까요. 인복이 너무 좋아요.

 

터울 : 나중에 좀더 얘기가 나오겠지만, 트랜스젠더분들이 성확정 수술 하시고 나서 기존의 인맥이랑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거든요.

 

차세빈 : 그렇죠. 아무래도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자기의 어두운 부분을 다 알고 있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인데, 그리고 내가 이제 수술을 하고 이렇게 살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보통 친구들 같으면 인정을 해주겠지만, 실수라도 옛날 이름을 계속 부른다거나, 장난으로라도 부른다거나 하면, 솔직히 당사자로선 기분이 되게 나쁠 수도 있거든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거고. 큰 결심을 하고 나왔는데, 장난 식으로라도 "야, 너 너무 그렇다", 뭐 "내가 너보다 이쁘다", 이런 식으로라도 얘기하면 상처가 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렇다보니까 많이 좀, 연락들을 안하고, 이렇게 변하고 나서 만난 친구들이 오히려 더 편한 것 같긴 해요. 

 

터울 : 그래도 세빈씨는 어쨌든 다 이전 사람들을 다 보신다고 하니까, 인복이 좋으신 것 같아요.

 

차세빈 : 다행이죠.

 

이종걸 : 사람을 잘 챙기시나봐요.

 

차세빈 : 제가 사람을 좀 끄나봐요. (웃음) 

 

이종걸 : 고등학교 때 만나셨던 그 분이 그럼 첫사랑이었어요?

 

차세빈 :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해요. 첫사랑이란 게. 이게 첫사랑이었나? 몸을 섞었으니 얘가 맞나? (웃음) 그런데 생각해보면 예전에 누구랑 또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웃음) 너무 혼란스러워요. 너무 오래된 얘기니까. 예전에 KBS Joy의 트랜스젠더 토크쇼 <XY그녀>(2012.9.6.)에 나갔을 때 첫사랑이 누구라고 얘기했었는데, 한참 뒤에 고등학교 때도 연애했다는 게 생각이 나는 거예요. (웃음)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때도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던 것 같고. 어떤 게 첫사랑인지 이제 가물가물해요. 

 

터울 : <XY그녀>에서는 어떤 분을 첫사랑이라고 하셨어요?

 

차세빈 : 성인이 돼서 만난 분이요. 저한테 프로포즈했던 애인.

 

터울 : 그 분은 수술하시고 난 후에 만나셨어요?

 

차세빈 : 변하는 시기에 만났었죠. 그 토크쇼 <XY그녀>는 시청률 4위까지 했었어요. 되게 재밌었는데, 그 어버이연합인가? 소름이야 진짜, 일 너무 열심히 하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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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Joy <XY그녀>(2012.9.6.) 방송 장면.

 

 

 

 

'XY그녀' 방송사 KBS조이를 운영하는 KBS N은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XY그녀'에 대한 시청자 의견을 수용해 추후 방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첫선을 보인 'XY그녀'는 방송 전부터 보수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 바른교육교수연합 등 240개 단체로 구성된 '자녀교육 망치는 KBS 반대 국민연합'은 지난 4일 "트랜스젠더와 동성애가 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확산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XY 그녀'의 폐지를 촉구했다.
이어 전날에는 유력 일간지에 폐지를 요구하는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도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 「트랜스젠더 토크쇼 'XY그녀' 방송 중단」, 『연합뉴스』 2012.9.13.

 

 

 

2) 업소 생활 : "지방마다 하나씩은 있어요"

 

터울 : 그럼 이태원 나오신 다음에 계속 연애를 하셨고, (웃음)

 

이종걸 : 그럼 이태원에 나오게 된 시기가, 트랜스젠더 업소에서 일을 하시게 된 시기와 비슷한가요?

 

차세빈 : 네. 21살에서 22살? 그 때부터 이태원의 클럽 '여보여보'에서 일을 시작했죠. 일수 땡겨서 일수방에 살면서, 수술하고, 지방 돌고. 

 

이종걸 : 트랜스젠더 클럽이 지방에 많이 있잖아요. 그게 '여보여보' 클럽의 지점 형태로 돼있는 건가요?

 

차세빈 : 아녜요. 다른 곳이었어요. 

 

터울 : 지방이면 어디에 주로 계셨어요?

 

차세빈 : 마산에 꽤 오래 있었고요, 의정부에도 있었고, 진주에도,

 

터울 : 지역에 트랜스젠더 클럽이,

 

차세빈 : 다 하나씩은 있어요. 

 

이종걸 : 이성애자들의 섹슈얼리티는 참 묘한 구석이 있죠. (웃음)

 

터울 : SBS 스페셜 <하리수 10년, 그녀를 꿈꾸다>(2011.4.10.)에 나왔던 그 업소는 어디였나요?

 

차세빈 : 압구정 MIX였어요. 하리수 언니가 하시는.

 

터울 : 그분이 직접 운영하시는 클럽이군요. 

 

이종걸 : 그럼 업소에서 일하셨던 시기와 수술하셨던 시기는 거의 비슷하게 겹쳤던 건가요?

 

차세빈 : 계속 업소를 하고 있으면서 수술을 한 거죠. 

 

이종걸 : 그럼 수술 후에는 일을 쉬시고요?

 

차세빈 : 아뇨, 계속해야죠. 돈을 벌어야 되는데. (웃음) 

 

터울 : 사실 MTF 트랜스젠더분들은 거의 다 업소일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것 자체가 직업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 때문에 그러할 텐데,

 

차세빈 : 네, 없어요. 그런데 저는 운좋게 또 하리수 언니를 빨리 만나서, 그리고 언니가 저를 좋게 봐주셔서, 연예 쪽으로 빨리 빠져서, 다른 친구들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하면서 생활했죠.

 

터울 : 더 다양한 직업선택의 폭이 보장되면 좋을텐데, 어떻게 바꿔갈 수 있을지...

 

차세빈 : 그런데 우리들이 방송 나오는 것 자체도, 이렇게 반대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종걸 : 혐오세력들 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안에서도요?

 

차세빈 : 예, <XY그녀> 하면서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긴 해요. 그 때 <XY그녀>하면서, 저는 방송일을 계속 하고 있었던 시기였고, 처음엔 되게 안하려고 했었거든요, 그 프로에 저는. 그런데 언니들이 막 이렇게 준비하고 하는 걸 보면서, 언니들도 이렇게 다른 일을 하면서... 입담도 다들 너무 좋으시거든요, 예쁘고. 그래서 이런 걸 하다보면 다른 프로그램에 패널로도 나갈 수 있는 거고, 각자 하고 싶었던 꿈들을 얘기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막상 보면 학벌도 되게 대단해요. 서울대 나온 애들도 있고, 동양화나 서양화 전공한 사람도 있고. 그래서 그 프로그램에 저는 1회만 나갔지만, 2회, 3회에는 한분씩 나와서 그림도 그리고, 자기 전공도 보여주고. 전 1회 때 춤추고 랩했거든요. 통편집됐지만. (웃음) 마지막에 예쁘게 이렇게 샷으로만 나가서 슬프긴 한데. (웃음) 그렇게 해서 저희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거든요. 그런데 그런 기회조차 막으면서 왜, 또 어떤 사람들은 트랜스젠더들더러, "업소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갖다놓고 웬 방송이냐", 이렇게 얘기하는데, 우리를 업소에서밖에 일을 못하게 만들어놓고... 그게 현실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당분간은 크게 안 바뀔 것 같아요.

 

이종걸 : 사실 처음 그 프로에 대한 KBS joy의 기획이 그리 깊은 고민이 수반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반대여론이 있을 때 그걸 뚫어갈 만한 힘이 없었던 것 같아요.

 

터울 : 직업에 대한 차별은, LGBT 중에 트랜스젠더 분들이 제일 많이 겪고 계신 것 같아요.

 

차세빈 : 그렇죠. 안타까워요.

 

이종걸 : 트랜스젠더 커뮤니티가 드문, 잘 모이지 않는 이유도, 업소일을 해야 하고, 자기의 개인 생활을 해야 되는 사정들이 있을 것 같아요.

 

차세빈 : 그리고 굳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 현실적으로 잘 아는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터울 : 최근에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이 생겼는데, 그런 분들이 쉼터를 만드는 데 힘쓰시는 것도 그런 맥락이 있는 것 같아요. 직업알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좀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차세빈 : 좀더 좋은 환경이 뭘까요...

 

이종걸 : 친구사이에 상담해오는 트랜스젠더 부모님들 중에, 성확정수술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에서는 성별정정 요건에 성확정수술 유무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것을 운동의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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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런치쇼, <박경림의 오! 해피 데이>(2012.2.23.) 방송 장면.

 

 

 

3) 방송 활동 : "중국 시상식 무대에도 섰어요"

 

터울 : 업소 일을 하시다가 연예계 쪽으로 가신 게 큰 전기였다고 하셨는데, 그 때가 언제였어요? 

 

차세빈 : 2011년 SBS 스페셜 <하리수 10년, 그녀를 꿈꾸다>했을 때요.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터울 : 그러면 2004년부터 업소생활을 하셨다면 거의 7-8년을 하신 거군요.

 

차세빈 : 예. 엄청 오래했죠. 잔뼈가 굵었죠. (웃음) 그러다보니까, 원래 저는 낯가림도 심한 성격이고, 말도 모르는 사람이랑은 잘 못하는 성격인데, 이 때 그런 걸 다 배운 것 같아요. 

 

터울 : 사람 대하고, 시선을 맞받아치는 능력을,

 

차세빈 : 네. 막 짓궂은 걸 해도 웃어넘기고. 

 

이종걸 : 그럼 Le Queen에 오는 손님들 보면 좀 애들같고 그러지는 않나요?

 

차세빈 : 안 그래요. 다 남자예요. (일동 웃음) 애가 어딨어 거기에, 무슨 소리야. (웃음) 몸을 봐요. 3시 쇼 끝나고 웃통을 벗기 시작하는데 누가 애야. (웃음) 

 

이종걸 : 저는 사실 그런 게 있거든요. 아유, 쟤네들 몸 키워봤자 뭐, 이런 느낌이 있거든요, 사실.

 

터울 : 얘기를 깊이 안하면 돼죠. 얘기를 하면 속에 소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웃음)

 

차세빈 : 얘기를 왜 해 거기서. (웃음) 음악에 몸을 맡겨요. 거기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자빠졌어. (웃음) 음악에 몸을 맡겨요. 즐기는 거야. 너무 좋더라구. 

 

터울 : 그럼 방송 출연하신 게 2011년 SBS 스페셜 <하리수 10년, 그녀를 꿈꾸다>이고, 2012년 KBS joy의 <XY그녀>, 

 

차세빈 : 그리고 2012년 JTBC 런치쇼, <박경림의 오! 해피 데이>(2012.2.23.).

 

터울 : 세빈씨가 방송활동하셨던 약력을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Le Queen, Looking-Star에서 자주 보는 분들도, 세빈씨가 이렇게 방송출연 많이 하셨단 걸 모르실 수도 있어서요.

 

이종걸 : 사실 중요한 커리어이니까요.

 

터울 : 그러면 연예계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셨어요?

 

차세빈 : <Shopping Girl> 음원을 냈죠. 그리고 방송정지를 먹었죠. (웃음)

 

이종걸 : 무엇 때문에요?

 

차세빈 : 음란성 때문에요.

 

이종걸 : 가사 때문에요?

 

차세빈 : 노래는 그냥 쇼핑하는 내용이에요. 옷 사고. 트랜스젠더 두 명이 나오다보니까. 한 명도 아니고, 쌍으로 나왔다 이거지. (웃음) 하리수 언니랑 저랑 같이 둘이서 나왔었죠. 음란성으로 정지 먹었습니다. 이 곡 I:M 파티 때도 틀었었어요. 그런데 그 방송정지 건은 생각하면 너무 짜증나요. 

 

터울 : 왜요?

 

차세빈 : 활동할 때 음악방송 무대 녹화까지 다 마쳤거든요. 그런데 못 나왔어요. 그래도 중국이랑 다 활동했어요. 그리고 2011-12년 TV조선 주말드라마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에도 까메오로 나왔었어요.

 

이종걸 : 예, 그 드라마에 이태원이 나오는 걸 봤어요. 

 

차세빈 : 그리고 2013년 뮤지컬 <드랙퀸>에 출연했죠. 그리고 의류브랜드 UNTAGE의 메인 모델도 했어요. 그리고 걸그룹 Honey Hill의 스타일리스트도 했어요. 이번 달에 데뷔했어요. 저 일 되게 많이 하죠? (웃음) 그리고 독립영화 <오브>랑,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에도 출연했어요. 그리고 2012년 12월에 tvN의 'eNEWS-결정적 한방'에도 출연했구요.

 

터울 : 한 사람의 활동이라 믿겨지지 않는 규모네요. 이걸 하시고 또 Le Queen, Looking-Star 운영도 하신다니. 그런데 저는 방송금지를 받았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어요. 이게 왜 방송정지가 먹었지?

 

차세빈 : 야했나봐요. (웃음) 

 

터울 : 원인을 짐작하시기론 트랜스젠더 두 명이 나와서 노래를 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되시는 거죠?

 

차세빈 : 그런 생각밖에 안들죠 뭐. 너무나 건전한 우리의 무대를. 

 

 

 

 

 

▲ 하리수 - Shopping Girl (feat.세빈) MV.

 

 

 


차세빈 : 하나도 안 야하죠?

 

터울 : 그러니까요. 아 이게, Looking-Star 홍보영상에서 나왔던 랩이 이 노래에서 나왔던 거군요.

 

차세빈 : 네, 이걸 땄어요. 그리고 이 곡을 Le Queen 1주년 공연때도 했어요. 또 방송정지 먹었던 음악방송 Mnet M-Countdown 무대는 리허설까지 다 한 상태였어요. 우리가 그 때 모니터한다고 녹화해둔 영상이 있어요. 음악방송은 요즘엔 다 사녹(사전녹음)이잖아요. 그래서 찍어놨는데 본방이 안나온 거예요. 이미 무대를 다 했는데. 너무 속상했어요. 

 

이종걸 : 어이가 없네요 진짜. 

 

터울 : 그러게요. 하리수씨는 예전에도 방송 많이 나왔었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러면 이 곡으로 중국에서 활동을 하셨던 거군요.

 

차세빈 : 네. 오히려 이제는 리수 언니도 중국에서 활동을 더 열심히 하시니까요. <Shopping Girl> 활동했을 때 나 진짜 예뻤는데. 진짜 너무 분하다. (웃음) 아쉽다능.

 

터울 : 이건 명백한 트랜스포비아적인 사건이네요. 그야말로 '트랜스젠더'라서 안된 거잖아요. 

 

이종걸 : 그 때는 그러면 당시에 그런 사태에 대해 특별한 대응을 할 수 없었던 건가요?

 

차세빈 : 대응할 게 뭐가 있겠어요. 그런데 가끔 손님들 보면, 저를 요즘에 아시는 분들은, 도쿄의 AGEHA 파티나 이런 큰 파티 있잖아요. 큰 무대. 그리고 엄정화 언니가 예전에 무대에서 트랜스젠더, 드랙퀸분들이랑 같이 공연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거 보시고 "우리 세빈이도 저런 큰 무대 한번 올라가봐야 되는데", "방송 한번 해야 되는데", "세빈이 너무 아깝다" 이러면, 난 기도 안차. (웃음) 난 중국에서 시상식 무대 초청 가수로 가서 <Shopping Girl>까지 부르고 왔는데. 와 진짜, 나한테 와서 "세빈이도 큰 무대 한번 서야 되는데" 이러면. (웃음)

 

터울 : 몰라서 그런 거겠죠, 이런 활동내역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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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드랙퀸>(2013) 포스터. 

 

 

 

4) Le Queen : "뮤지컬 팀을 르퀸에 모셔왔죠"

 

터울 : 뮤지컬 얘기로 넘어가볼게요. 2013년에 뮤지컬 <드랙퀸>을 처음 하신 거죠?

 

차세빈 : 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요. 그리고 Le Queen을 바로 했으니까요. 저 그 다음에 대본 많이 받았거든요. 하나도 못했어요.

 

터울 : 앞으로 뮤지컬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신 거죠?

 

차세빈 : 네, 뮤지컬도 계속 하고 싶고, 그래서 제가 얼마전까지 며칠 되게 힘들었다고 했잖아요. 그 시기에는, 아는 감독님들한테 전화해서 나 까메오 역이라도 달라고, 작은 역이라도 달라고. "야, 너는 너무 캐릭터가 세서, 나오면 안돼, 너는." 그러시더라고요. (웃음) 그런 얘기까지 할 정도로 진짜 아무 거라도 해야될 것 같다고, 미칠 것 같다고. 자존감이 없어지는 시기였달까요. 그런데 또 I:M 준비하면서, I:M 무대에서 에너지를 또 팍 받고, 받은 에너지 팍 뿌리고 내려왔죠.

 

터울 : 뮤지컬을 여쭤본 것이, Le Queen 쇼가 뮤지컬의 형식을 그대로 옮겨온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 경위가 궁금했어요. 왜냐하면, 이전 이태원 드랙쇼의 포맷과는 다른 느낌이었고, 그리고 기획도 기존 뮤지컬팀에서 하셨다고 들어서요.

 

차세빈 : 뮤지컬 연출님을 아예 모셔왔었죠. 그리고 뮤지컬 배우분들을 데리고 왔었고요. 일단 Justin도 제 뮤지컬을 보러 왔었고, 뭔가 너무 식상한 클럽은 메리트가 없다고 둘이 먼저 판단을 했고, 좀 재밌는 클럽을 하자. 그리고 쇼를 한다고 해도 쇼는 명불허전인 TRANCE라는 클럽이 존재하고 있고, 뭔가 좀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고, 어린 사람들이나 일반들의 입맛에도 맞는 쇼를 찾고 있던 와중에 제가 나타난 거였어요. 또 저는 뮤지컬 경험도 있었고, 저랑 친한 동료분들, 그리고 오마담님이 뮤지컬 연출을 하시는 분이거든요. 아동극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뮤지컬을 연출하신 분이에요. 그러다보니까 너무 흔쾌히 도와주셨고, 또 지화자 오빠도 유명한 뮤지컬 배우시거든요. 그래서 그 두 분이 도와주셨고, 또 그 때 안무가가 따로 있었어요. 정가열씨라고, 지금은 EBS에서 활동하고 있을 거예요. 정말 쉽게 모을 수 없는 경력의 분들을 딱 모아서 Le Queen 팀이 딱 탄생한 거죠. 그러다보니까 이렇게까지 지금 탄탄한 기반으로 오게 되었던 거죠.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진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종걸 : 그러니까 쇼를 할 거라고는 생각을 했는데, 사람이나 콘텐츠가 없었는데, 

 

차세빈 : 그랬는데 연출님이, 오마담님이 다 만들어주셨죠. 공연에 대한, 처음에 오프닝은 어떻게 시작해야 되고 중간에 어떻게 나가야 되고 엔딩은 어떻게 끝나야 되고, 이런 흐름과 중심을, Le Queen 쇼의 틀을 잡아주신 분이죠. 

 

터울 : 오마담님이 연출이신 건 처음 알았어요. 왜냐면 그냥 배우이신 줄 알았는데.

 

차세빈 : 배우이시자, 연출로 활동하셨어요. 2013년 뮤지컬 <드랙퀸> 때도 연출님이셨고, 지금 <허풍선이 과학쇼>라는 어린이 뮤지컬도 하고 계시고요. 또 일본 애니메이션인 <프리파라>도 이번에 뮤지컬로 만들고 계세요. 

 

터울 : 어마어마한 분이시구나.

 

이종걸 : 대낮에 뵈면 못 알아볼 것 같아요.

 

차세빈 : 본명은 이상곤님이에요. 검색하면 다 나와요. 작품 쫙 나오고. 지화자 오빠 본명은 문민형님이에요. 

 

터울 : 이야기해도 되는 거죠?

 

차세빈 : 네. 이런 거 이야기하시는 거 좋아할 거예요. (웃음)

 

이종걸 : 사람들이 궁금해할 거예요. (웃음) 두 분이 도대체 대낮엔 어떤 분일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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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Le Queen 쇼(2016.3.11.)에서 열연 중인 아네싸님(左)과 뮤지컬 연출 오마담(이상곤)님(右)
(우) Le Queen 쇼팀에서 활동 중인 뮤지컬 배우 지화자(문민형)님.

 

 

 

터울 : 그러면 지금도 Le Queen 쇼의 연출을 오마담님이 하고 계세요?

 

차세빈 : 올해 초에 잠깐 하셨다가 지금은 안하시고요. 지금은 제가 배워서, 곁눈질로 배우고 어깨너머로 배운 걸로 제가 꾸려가고 있고. 연출님이 없었을 땐 제가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본업들이 다 있으시니까, 계셨다가 안계셨다가 하죠. 그런데 계시면 너무 편해요. 지금도 지화자 오빠가 오셔서 너무 편해졌어요. 연륜과 멘트가 대박인 것 같아요. 지금 아직 몸이 안풀리셨다고 하던데, 

 

이종걸 : 그 분들이 Le Queen 무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차세빈 : 저는 너무 고마운 게, 처음에 좀, 지화자 오빠가 사실 맨 처음 저랑 같이 시작했던 오픈 멤버이시고요. 오마담님은 고민고민하다가 나중에 오셨어요. 왜냐하면 자기 커리어도 있고, 클럽 공연이라는 것 자체가 그 때는 무대로 느껴지지 않으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두 분은 어느 누구보다 Le Queen 무대를 사랑하시고, 정말 진심으로 열심히 공연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울기도 무대 위에서 많이 울었을 거야. (웃음) 떠나시는 날 전부 우셨어요. 너무 사랑해주시고 하니까.

처음에는 시작하게 된 동기가, 뮤지컬 배우들이 한 작품 끝나고 또 다음 작품 들어가고, 또 공백기, 텀이 길기도 길고, 시간이 잘 맞으면 금방금방 들어가지겠지만, 연습기간이란 게 있잖아요. 솔직히 생활고에 좀 힘드신 배우들이 많아요. 그래서 전 처음에, 그러면 어차피 이거 주말 밤에 하는 거니까, 뮤지컬 배우분들을 모셔오자 우리. 그런 끼많은 사람들이 다른 알바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 그래서 만들었는데, 섭외가 그렇게 힘든 거예요. 이건 무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그런데 지화자 오빠가 선뜻 와주셨고. 그래서 지화자 오빠가 공연하시는 걸 보고 여러 배우들이 오셨다가 나가셨어요. 그리고 지화자 오빠가 하시는 거 보고 오마담님이 또 결심해주셨고. 그래서 원년멤버가 탄생한 거죠. 

 

터울 : 그러면 원년멤버가,

 

차세빈 : 저랑 정가열씨까지 네 분이었죠. 저 빼곤 모두 일반 남자분들.

 

터울 : 저는 일반 분들인데 같이 Le Queen 같은 LGBT클럽을 같이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 분은 어떤 생각으로 여기서 공연을 하실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이종걸 : 사람들이 다 오해하기도 하고, "게이 아냐?" 이렇게 생각하시기도 하고.

 

차세빈 : 그런데 누구보다 열심히 해주시고, 저는 공연팀을 하면서,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여러 배우분들을 스치고 지나가잖아요. 누구보다 우리를 이해해주시고, 오히려 되게 편한 것 같아요. 편견도 없으시고. 

 

이종걸 : 농담도 잘하시잖아요, 그 분들이.

 

차세빈 : 네, 아니 저런 건 어디서 연구해오지? (웃음) 혹시... (웃음) 의심 얼마나 많이 했다고요. 그런데 여자를 너무 좋아해요. (웃음) 화장을 하고 여자를 꼬시는데, 와... 최고야. (일동 웃음) 일단 여자들이 거부감없이 다가와. 싹 허리를 감고, (웃음) 예술이야 진짜.

 

터울 : 사실 이런 이성애자 남성분도 계시고, 그런 게 Le Queen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인 것 같아요. 정말 Le Queen은 게이 클럽이 아니라 LGBT 클럽인 것 같거든요. 게이들이 물론 많이 오지만. 이태원의 다른 게이클럽들은 여성들에게 입장료를 몇 배씩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 Le Queen은 새벽 4시 이후의 애프터 타임 때 여성 입장이 안되는 것 외에 다른 시간에는 입장료가 같은 것도 다른 점이고요.
최근 2016년 8월 20일 토요일 공연을 봤는데, 쇼 중에 "뽈록이 왔어? 우린 뽈록이를 차별하지 않아요" 이런 멘트가 나와서 너무 재밌었거든요. (웃음) 그리고 또 그 여성 당사자분이 너무 좋아하시고. (웃음) 그런 점은 이태원 클럽에서 어떤 독보적인 캐릭터 같아요. 

 

이종걸 : 그 분위기를 만들어가려면 어느 정도 생각이 있어야 될 것 같고, 처음에는 그런 세팅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느 정도 분위기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언제부터 드셨어요?

 

차세빈 : 백설공주 공연했을 때 대박이 났죠. 국내 최초의 립싱크 뮤지컬을 표방했어요. (웃음) 녹음실을 빌려서, 뮤지컬을 하자고 결론이 난 거예요. 그래서 마이크를 쓸까? 어차피 뮤지컬 배우들이니까. 어떻게 하지, 이걸 막 고민하다가, 그냥 녹음을 해서 우리 다 더빙을 하자고 결정했어요. 그래서 녹음실을 빌리고 대본을 쓰고, 일이 점점 커져요. 대본을 다 쓰고, 녹음실 가서 배우들이 다 녹음을 했어요. 그리고 무대에서 립싱크를 하기 시작하는 거야. 너무 재밌었어요. 막 노래도 부르고. 극의 내용이, 백설공주가 된 백설왕자예요, 가제가. (웃음) 그래서 앞에 남자 댄서가, 이 때부터 동동이씨가 왔었죠. 애호박왕자로 나와서, 자기는 끼순인데 이걸 빨리 잘라버려야 된다고, 딜도를 막 들고 놀다가 이걸 툭 잘라요. "성전환수술"을 한 거예요. (웃음) 그래서 악! 하고 아파하면서 들어가. (일동 웃음) 그럼 천이 위에서 쓱 내려와요. 진짜 웃긴데 그 때 우리 너무 고생했어. (웃음) 천이 천장에서 내려오면, 그 뒤에서 내가 노래하면서 백설공주 분장을 하고 나와요. 그러면서 성형 이야기하고. 백설공주 노래에다가, 다른 여자 성우분을 섭외해서 더빙을 해주는 거예요. 가슴은 물방울 실리콘, 눈은 쌍커풀 매몰, 내 귀엔 이제 연골이 없죠, 막 이러면서. (웃음) 그런 내용이었어요. 되게 재밌었어요. 지화자 오빠가 마녀로 나오고. 

 

터울 : 한번 컴백 공연을 해주시면. (웃음)

 

차세빈 : 그거 너무 힘들어요. 그 멤버가 다시 모여야돼. (웃음) 그 때 막 댓글들도 엄청 많이 달리고, 그 때부터 쇼타임이 정말 너무 꽉 차서, 막 계단까지 꽉 차고. 그래서 막 사고도 나고. 공연 타임에 못들어와서 난리나고. 그 때부터가 좀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공연팀의 파워를 진짜 보여줄 수 있었던. 이것도 다 오마담 연출님께서 다 만들고, 짜서 연습시키고. 

 

터울 : 그런 영향이 있어선지, Le Queen은 뭔가 커뮤니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 홍대 클럽 느낌도 나고,

 

나미푸 : 클럽 이름이 Le Queen인 것도 묘해요. 파리 같은 곳에 가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지하의 작은 클럽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여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는 거죠.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어두침침하지만 독특한. 

 

차세빈 : 그런데 Justin은 파리 한번도 안가봤을 걸요? (웃음)

 

터울 : 보통 게이 클럽이면 불특정 다수의 잘생긴 남자가 많은 곳을 기대하는데, Le Queen은 거기에 뭔가 플러스 알파가 있는 거죠. 공간이 주는 아우라가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차세빈 : 우리는 시간대별로 공간을 다르게 쓰니까요. 쇼 타임이 있고, 애프터 타임이 있고.

 

나미푸 : Le Queen에서 애프터 파티 딱 하는 순간, Sunrise 파티라고 했었나요?

 

차세빈 : 네, 맞아요. 기억력 되게 좋으시네요. (웃음)

 

나미푸 : 정말 여기는 되겠다 싶더라고요. (웃음) 벗은 남자들이 막, (웃음)

 

이종걸 : 이후에 Looking-Star도 하셨잖아요. 주말에 타임 테이블이 어떻게 되세요? 

 

차세빈 : Le Queen에 있다가 3시쇼 끝나면, 그 때부터  게이들 애프터 타임이니까, 그 옷 벗은 사이에서 살짝 있다가, (웃음) Looking-Star으로 넘어오죠. 뽈록이 나가라고 하니. (웃음) 같이 나가는 거죠. (일동 웃음) 너무 뽈록해 그리고 나는. (웃음) 거기 있으면 그 사람들이 "저 여자는 뭔데요!" 막 이래요. 그래서 솔선수범해서. (웃음)

 

터울 : Le Queen에서는 새벽 4시 이후로는 여성분들을 안받거든요. (웃음)

 

차세빈 : 아무래도 게이들끼리 끈적한 분위기의, 서킷 파티스러운 그런 분위기가 애프터 타임의 컨셉이라서요.

 

이종걸 : 게이들이 좋아하더라고요. 

 

터울 : 게이들이 또, 덩치에 비해서 부끄럼 많이 타서, 여자들 있으면 또 안 벗으려고 하고. (웃음)

 

차세빈 : 그런 게 있어요. (웃음) 그래서 저도 Le Queen이 애착이 많이 가고, 아직까지는 마음이 제일 편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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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럽 Looking-Star.

 

 

 

5) Looking-Star : "무대 욕심은 끝이 없어요"

 

이종걸 : 이제 Looking-Star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데요, 처음엔 걱정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차세빈 : 처음에는 안한다 그랬어요. Justin이랑 Min오빠한테 이건 아니지 않냐고, 우리 제발 게이 장사 그만하자, 나 너무 힘들다, (웃음) 일반들 좀 보고 살고 싶다, (웃음) 그런데 마지막이란 얘기를 듣고 시작을 했네요. "이것만 하자", 둘이 나를 너무 설득했어요.

 

터울 : 게이 장사를? (웃음)

 

차세빈 : 제가 안한다 그랬었어요. 난 죽어도 안한다고. 안한다고 잠수도 탔어요. 1주일 집에서 안나갔어요. 그때가 아까 말한 그 힘든 시기였어요. 나는 그 때 대본도 많이 들어왔고, 그걸 놓친 게 후회가 되는데, 내가 저것까지 시작해버리면 진짜 아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지 않을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사업을 하는 게 아니고, 물론 돈을 버는 것도 좋죠. 지금 이 시기가 또 중요한 거고. 그런데 여자 나이란 게 참, 내가 나이를 여기서 또 한두살 더 먹고, 30대 중후반이 되고 하면, 다른 분들이 날 찾아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늦은 나이인데, 너무 하고 싶은 게 많고 다른 일도 도전하고 싶고 한데, 내가 지금 또다시 힘을 내서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많이 망설어졌었죠. 

 

이종걸 : 네,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게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시는 데 따른 고충은 잠시 후에 좀더 집중적으로 여쭤보도록 할게요.

 

터울 : 그럼 이를테면 본업으로 생각하시는 배우 일, 클럽의 경영을 하는 것과, 무대에 서는 것과의 갈등이 있으신 거군요.

 

차세빈 :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약간 모호해진 것 같아요. 이게 내 본업이고, 이게 내 천직인가? 그런데 내가 해서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할 때 좋은 게 있잖아요, 다들.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확실히 저는 경영에 대해서는 아예 몰라요. 일단 그 쪽에 관심도 적고. 그래서 셋이 너무 잘 맞는 거죠. 나는 아예 그런 것에 노터치거든요. "어 그래? 수고했다!" 약간 이런 느낌이고 "아 오늘 공연 때 너무 살쪄보였어" (일동 웃음) 이런 것에 좀 빠져있는,

 

이종걸 : 고민하셨던 게 이런 것 같아요.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이 세빈씨에게 요구되기는 하는데, 그 대상이 주로 게이인 것에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차세빈 : 그런데 그게 아쉬워서 그런 거라기보다는, 욕심인 것 같아요. 게이분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들이 아니었으면, 내가 I:M이나 이런 큰 무대에 올라가서 내 이름 석 자 걸어놓고 춤추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자리를 얻을 수 없었겠죠. 욕심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너무 행복하고 좋은데, 이런 욕심이 끝이 없어요. 조금 더 뭘 하고 싶다, 한발짝 더 나아가고 싶다,

 

이종걸 : 사실 그런 욕심이 나쁜 게 아니잖아요. 좀더 잘하고 싶은 그런 마음인 거니까.

 

차세빈 : 그래서 너무 요즘은 행복해요. I:M도 잘 끝났고, 하고 싶었던 음악 작업도 하고 있고. 

 

이종걸 : UNICON 무대도 사실 그런 맥락에서 좋았었고, I:M이 서킷 파티에서 서킷 뮤직 페스티벌로 이름이 바뀌었잖아요. 뭔가 그런 의미를 세빈씨도 가져가는 것 같고, 그 안에서 의미있는 축제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차세빈 : 그래서 좋아요. 

 

이종걸 : 그래서 같이 역할을 하고 계신 듯도 하고. 

 

차세빈 : 올해 I:M 금, 토 공연 때 저희 팀이 빠지게 됐어요. 여러 번 회의를 거쳐서, 정말 DJ와 고고보이에만 포커스를 맞추자, 그래서 이번에 금, 토에는 공연을 안했거든요. 일요일에만 공연을 했어요. 총 4일 동안 파티를 했는데, 3일째 공연을 했어요. 그래서 청담의 Ellui 클럽에서는 공연을 안했는데, 너무 속상한 거야 나는. 사장으로서는 맞는 결정이었는데, 공연자로서는 저 큰 무대가 너무 아쉬운 거죠. 저 좋은 무대, 저 좋은 조명, 저 좋은 사운드에서 공연을 못한다는 게 너무 아쉬운 거죠. 

 

터울 : 그러니까 그 입장이 계속, 

 

차세빈 : 네, 그 입장을 하나로 못 정하겠어요. 그래서 같이 공연하는 Le Queen팀의 동동이나 보리나 아네싸 오빠한테도 약간, 제가 중심을 딱 잡고 있어야 되는데, 나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 갈대라. 그래서 주위에서 내가 속상한 게 보이나봐요. 아 저 무대 서야 되는데, 이런 게. (웃음) 

 

이종걸 : 아 Le Queen 팀에서요? 그 분들이랑 지내시는 건 어떠세요?

 

차세빈 : 너무 재밌어요. 친하게 잘 지내고, 평일에도 자주 만나요. 맨날 얘네만 만나니까, 

 

터울 : 정말 화장을 할 때랑 안할 때랑 너무 달라져요 사람이. 정말 너무. (웃음)

 

차세빈 : 성격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웃음)

 

터울 : 보리님은 그렇게 조신할 수가 없어요. 말수가 적으시고. 그런데 그게 성격이더라고요.

 

차세빈 : 걔 원래 그래요. 

 

터울 : 그리고 아네싸 형은, 막상 만나니 그렇게 남자다울 수가 없어요. (웃음) 완전 영남 남자. 너무 땍스러워서 깜짝 놀랐어요.

 

차세빈 : 캐릭터들이 신기해요. (웃음)

 

이종걸 : Looking-Star의 무대도 처음부터 공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만드셨던 거죠?

 

차세빈 : 네, 맞아요.

 

미카 : 예전에 Bar#이란 공간을 호텔포차로 바꾸실 때도, MouM 공간을 춤 연습실로 쓰실 수 있게 리모델링하셨다고 들었어요.

 

차세빈 : 춤추는 사람, 공연하는 사람은 그런 로망이 있을 거예요. 자기 연습실 갖는 게 뭔가 로망 같은 거예요. 그래서 호텔포차로 공간을 바꾸면서 제가 우겼어요. 저기에 벽을 설치해주고, 무대를 이동식으로 바꿔주고, 전면 거울을 붙여달라고, Min 오빠와 Justin을 내가 설득시킨 거예요. 내가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연습실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되게 배불러요. 춤추는 애들은 알 거예요. 

 

나미푸 : 음악하는 사람들이 자기 스튜디오 갖는 느낌과 비슷한 거군요.

 

차세빈 : 그런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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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I:M 파티. (2016.8.13. @Club Ellui, 청담)

 

 

 

6) 이성애자 동료들 : "일반분들이랑 작업하면서 힘을 받았죠"

 

터울 : 죽 들어보면, Le Queen, Looking-Star, 호텔포차 사장님이시지만, 기존에 밟아오셨던 씬이나 무대의 규모가 사실은 LGBT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그냥 이성애자들과 자연스럽게 활동해오셨던 거고, 그리고 사실 Le Queen이 잘됐던 것도, 이성애자 동료분들이 팀에 같이 들어오셔서 잘된 거잖아요. 그래서 인권단체에서도 이성애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 하는 Gay-Straight Alliance의 부분에 대한 고민이 일정하게 있는데, 그런 관계가 어떻게 보면 이미 되어서 Le Queen에 좋은 효과를 냈던 게 있는 것 같아서, 좀 달리 보이는 면이 있어요.

 

차세빈 : 그런데 요즘엔 일을 하면서, Le Queen, Looking-Star, 호텔포차를 하면서, 그런 게 제가 약간 많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오히려 일반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요즘에는 일반들과 일하는 그런 게 많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터울 : 사실 이성애자들의 시장은 훨씬 크잖아요. 그쪽으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은 욕심은 없으세요?

 

차세빈 : 그래서 영화 작업을 다시 하고 있어요. 영화 두 편 찍었잖아요. <꿈의 제인>(2016)은 다 일반 친구들이랑 작업한 영화였거든요. 그 때 너무 행복했어요. 그 때 또 에너지를 팍 느꼈죠.

그런데 이번 영화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게, 제가 캐릭터가 센가봐요. 영화 속의 캐릭터도 셌고. 클럽 여사장이라고 그러니까 가까이 다가오질 않아요. (웃음) 그리고 이것도 하고 있고 저것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건물이 우리 것인 줄 알더라고요. (웃음) 호텔 건물이 얼만데. 그런데 그런 소문은 좋은 것 같기는 해요. 못산다는 것보단 낫잖아. 걔네 빚이 많다더라, (웃음) 이런 것보단 나으니까. 아니 진짜, 이태원 돈을 싹쓸이해서 이 건물이 자기네 꺼네, 뭐 이런 얘기가, 너무 행복한 소문이 돌아요. 나 운전도 못하는데, "누나 차 뭐예요?" 이런 소리하고.

 

터울 : 계속 이성애자분들과의 작업을 유지하시는 게, 결과적으로 LGBT 대상의 사업을 하실 때에도 유리할 것 같아요. 그리고 LGBT문화랑 이성애자 문화가 어떻게 접점을 가져갈지는 되게 중요한 화두고, 앞으로의 과제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Le Queen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성취되어있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차세빈 : Le Queen 공연 시간에 보면, 제가 한번씩 너무 궁금해서 "Le Queen 처음 오신 분 있으세요? 손 한번 들어보세요" 이러면서 리서치를 한번 하거든요. 그럼 일반분들 되게 많아요. 그리고 "뽈록이", "바텀" 이런 개그 치면 못알아듣는 애들도 있거든요. 그럼 "너 일반이야?" 하면 일반이래요.

 

터울 : 일반은 알아듣는군요. (웃음)

 

차세빈 : 일반은 알아요. 게이/일반은 알고. 일반 남자들도 많이 와요. 남녀 커플도 많이 오고. 그래서 조금 재밌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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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Queen 쇼의 오마담님과 차세빈님. (2016.3.12.)

 

 

 

 


 

3.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성별정체성


 

1) 여성과 남성 : "게이들이 여성을 더 이해 못하더라고요"

 

나미푸 : 그럼 이제 조금 민감한 이야기를 여쭤보도록 할게요. Le Queen 등을 운영하시면서, 손님들 중 대부분이 게이인 상황을 맞게 되셨는데요.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게이들에게 섭섭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전 사실 세빈씨가 해주셨던 얘기 중에, 일반 남성이 세빈씨에게 행패부렸는데 게이들이 그 상황을 "좋았겠다"라고 얘기해서 속상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차세빈 : 좀 속상했어요. 

 

미카 : 약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차세빈 : Le Queen이 애프터 타임이 있다보니까 좀 늦게 끝나요. 해가 뜰 무렵에 끝나다보니까 제가 6-7시에 집에 들어가는데, 나오면 클럽 GRAY앞에 횡단보도가 있고 거길 건너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요. 그 횡단보도까지 항상 Justin이나 다른 직원들 중 하나가 꼭 제가 택시 타는 것까지 보고 가요. 너무 위험하니까, 주말에 그 시간대는. 일반 친구들도 짓궂고. 그래서 꼭 그렇게 집에 가는데, 
그 날은 또 다른 친구가 데려다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횡단보도를 기다리고 있는데, 얘가 "어, 가방 안가져왔다" 이러고 쑥 들어가버리는 거예요, Le Queen으로. 그런가보다, 그러고 있는데 일반 남자애들 5~6명이 나를 둘러싼 거예요. 그리고 불은 바뀌었고, 어쩌지 하다가 그냥 나는 길을 건넜어요. 그래서 던킨도너츠 앞에 갔는데, 걔네들이 계속 같이 놀자고, 번호 좀 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걔네들이 이렇게 툭툭 치면 저는 방어적으로 몸을 뒤로 빼게 되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밀리고 밀리고 밀려서 던킨도너츠 입구 안까지 제가 밀려버린 거예요. 거기에 문은 안 열려있고, 그 시각엔 테이블도 안 놓아져있고, 내가 벽에 밀쳐져 있고 이렇게 둘러싸여있는 거죠. 이걸 뚫고 나가려면 그 남자애들 몸을 이렇게 만지고 나가야 되는 상황이고. "아 왜 이래요" 막 이러고. 그리고 제 핸드폰이 너무 특이하다보니까, 애들한테 전화하려고 했는데 핸드폰을 쑥 뺏은 거야. 그러면서 자기가 번호 찍어준다고, 비밀번호 뭐냐고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나는 불편하고 불쾌한 거죠, 그 시간 자체가. 그렇게 거의 몇십 분을 있었어요. 
막 무섭고 슬프고 어이없고 그러고 있는데, 그 때 게이 친구들, 얼굴도 알고 인사도 하고 그런 친구들이 "어, 세빈누나다!" 이러고 쑥 지나가는 거예요. 나는 "야 이리 와봐!" 이러고 있는데도. 그렇게 몇십 분을 그러다가 어찌저찌 해서 집에 갔어요. 난 그게 너무 서럽고 슬프고 무서웠던 상황이었거든요, 저한테는. 그래서 혼자 좀 힘들어하다가 그 다음날 가게에 다시 출근해서 애들한테 얘기를 했죠. 이러이런 일이 있었다, 너무 힘들고 무서웠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애들의 반응이 "괜찮아?" 이런 반응이 아니었고, "어땠어? 걔 일반 얘들 잘생겼어? 왜 같이 안갔어?" "좋았어?" 이런 반응이 먼저 오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그 때 좀 회의감이라고 해야 되나, 나는 이 친구들(게이들)이랑 같을 수가 없겠구나, 뭐 이런 생각들도 좀 했었어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나미푸 : 게이들이 여성을 이해를 못하는 거죠, 사실.

 

차세빈 : 네. 오히려 더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때 회의감이 좀 많이 들었었어요. 

 

미카 : 확실히 이태원 주변에 일하는 동료들도 그렇고, 같이 사업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다 게이분들에게 둘러싸여 있으시잖아요. 그런데 그런 면에서 이해를 못받으셨다고 하니까, 힘드셨을 것 같아요. 

 

차세빈 : 그걸 뭐라 그러죠? 성소수자 안에서의 또 다른 소수자의 차별? 오히려 그런 게 상처가 많이 되더라고요. 차라리 일반인들한테 "뭐야, 쟤 남자잖아?" 이러면, 이제 난 너무 인이 박혀서 익숙해요. (웃음) 진짜 난 너무 인이 박힌 사람이라서, 익숙하거든요. 그런데 만약에, 얘가 나랑 친한 게이 동생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애가 나한테 "형형" 그러면 나는 못참아요. 그건 좀 속상하더라고요. 오히려 이해를 많이 해줄 것 같은 친구가. 
그래서 보면, 앞에 잠깐 얘기가 나왔지만, 게이 생활을 같이 하던 친구였다가 트랜스젠더로 "수술"하면 꼭 그 친구들이랑 많이 안어울리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트랜스젠더 친구들에게 게이 친구가 많을 것 같은데 오히려 없는 친구도 많고, 그래서 트랜스젠더끼리만 뭉치거나, 오히려 게이들이랑 섞이고 싶지 않아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가령 그 게이 친구들은 그들이랑 나랑 같다고 생각하고 너무 편하게 대해버리는 거죠. 
얼마 전에 어떤 동생이 손님으로 왔는데,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누나, 나 베스트 프렌드 한 아이가, 맨날 같이 놀고 했던 앤데, '수술'하더니 나랑 안노는 거야. 왜 그러는 거야, 누나?" 그 베스트 프렌드가 10년 동안 친구인데, "수술"하고 그 친구가 자기를 피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너 그 친구 이름이 바뀌었는데 바뀐 이름으로 불렀어, 옛날 이름으로 불렀어?" 하니까, "나야 뭐 워낙 어릴 때부터 친구고 그러니까 편하게 남자 때 이름 부르고, 남자때처럼 행동했어요" 그러더라고요. 그 트랜스젠더는 그것 자체가 너무 싫었던 거예요. 그런데 게이들이 그걸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요.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단둘이 있을 때 진짜, "야 아직 어색해서 옛날 이름 한번 불러보자", 이러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다 있는 데서. 그러면 그 친구들은 "수술"을 하고 성별정체성에 대한 결심을 하고 나와서, 어떻게 보면 가장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놀림감이 돼버린 느낌을 받는 거죠. 

 

미카 : 가끔 보면 어떤 게이들은 트랜스젠더한테도 그렇고, 레즈비언한테도 뭔가 이해가 없는 경우들이 있어요. 

 

차세빈 : 맞아요. (웃음) 그리고 트랜스젠더랑 드랙퀸에 대한 구분이 없는 분들이 있어요. 그건 좀 답답하죠. 

 

미카 :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겪으셨어요?

 

차세빈 : 이를테면 그런 거죠, 드랙퀸 보리가 여장을 하고 있으면, 얘네들은 어차피 가짜 가슴을 하고 있으니까 어떤 애들이 가슴을 만지고 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나한테도 와서 윗옷을 당기고 가는 거예요. 그래서 전 애프터 때 되면 카운터 안에 들어가서 안나오는 경우도 있고, 

 

나미푸 : 그래서 카운터에 계시는 거군요. 

 

차세빈 : 어떤 때는 치마를 입고 있는데 "누나~" 이러면서 치마를 훅 올린다든지. 그런 게 난 너무 별로더라고요. 그런 걸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미카 : 그런 게 어쩌면 일반 한국 남성들이 여자애들한테 그냥 놀리듯이 하는 그런 걸 그냥 그대로 하는 걸까요?

 

차세빈 : 아녜요, 그런 느낌이 아녜요. (웃음) 일반 남자가 와서 치마를 들추고, 누가 그래요.

 

터울 : 일반 남자도 안하는 짓이라는 거죠? 

 

차세빈 : 무슨 유치원생들이야, 고무줄 끊게? (웃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클럽 안을 지나가다가 치마를 쑥 올리곤 그냥 자기 할일 하고 있어요. 

 

나미푸 : 그러니까 게이가 게이에게 하는 행동을 세빈씨에게 그대로 하는 셈인 거죠. 게이끼리는 사실 춤추다가 부비부비 엄청 하기도 하고 하니까,

 

차세빈 : 그러니까 제가 지금 게이들 사이에서 여장대회 나가서 춤추려고 옷을 그렇게 입은 상황이 아니잖아요. 그런 MTF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권의 감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뭐야, 왜 그래" 그러면 "같은 여자끼리 뭐 어때?" 그래요. 내가 왜 너랑 같아? (쓴웃음) 그런 부분이 제일 힘들어요. 회의감도 많이 들고.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어떤 짓을 해도, "뭐 어때, 같은 여자끼리"라고 하는 게, 그게 말이 돼요? 자기들이 이제 게이로서 게이클럽에 와서 놀 때 그렇게 변하는 건지,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저 사람이 밖에서도 저럴까? 그런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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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Queen 공연. (2015.11.21.)

 

 

 

 

2)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 "게이들에게 제가 '식'이 될까요?"

 

차세빈 : 그러니까 나를 아직 '동성애자'라고 생각하는 게 조금 이해가 안돼요.

 

나미푸 : 사실 세빈씨가 동성애자라면, 여자를 좋아하는 분이어야 하는 거겠죠.

 

차세빈 : 그렇죠. 그러면서 어떤 게이가 저한테 "나도 여자야" 이러면, 저는 정말로 황당한 거죠. (웃음) 물론 만약에 어떤 잘생긴 게이가 있으면 기분이 좋기는 하죠.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어요. "쟤 잘생겼죠? 누나 스타일이죠? 누나 사귀어요, 쟤랑." 제가 게이랑 사귈 것 같은가봐요. 나야 되죠. (일동 웃음) 그들이 날 감당할 수 있겠냐고. (웃음) 내가 게이랑 사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아니, 당신(게이)들이 내가 식이 되냐고요. 그게 문젠 거죠. (웃음) 

 

터울 : 가끔 흔들릴 때는 있죠. (웃음) 

 

차세빈 : 나한테? (웃음) 앞으로 너라고 부를 게요. (일동 웃음) 그러니까 한번만 생각하고 말하면 서로 편할 것을,

 

나미푸 : 세빈씨가 Le Queen 시작하시고 나서 처음에 힘드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특히 게이 커뮤니티에서 '게이 손님들'을 대상으로 일하는 게 힘들다는 걸 말씀하셨을 때, 그 힘듦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차세빈 : 저는 처음에 힘들었던 건, 난 게이 손님들이라서 더 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그런데 뭔가, 더 까다롭고 더 힘들고, 이걸 어떻게 받아쳐야 되지? 얘가 지금 내가 화가 나길 바라서 저런 멘트를 하는 건가? 친해지려고 하는 건가? (웃음) 그러니까,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느 게 더 위고 아래고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인데, 그걸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또 Le Queen 처음 열었을 땐 "너 진짜 여자같다", 이런 얘기를 되게 많이 들었어요. 게이가 와서 "어머 나 쟤 뽈록인 줄 알았어!" 이러고 가는 거예요. 그게 재밌나봐. 그래서 처음에 전 너무 힘들었어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고요. 그런데 같이 하는 Min 사장님, Justin 사장 때문에 못 그만두겠더라고요. 만약에 이들이랑 트러블이 있었으면 예전에 이미 그만뒀을 거예요. 
물론 그들에게도 가끔 서운할 때는 있죠. (웃음) 나는 이제 여자인데 너무 편하게 대한다거나. 그럴 때 한번씩 섭섭할 때는 있죠. 그럴 때는 내가 약간 입을 닫는 스타일이에요. 왜냐하면 얘가 일부러 한 게 아니란 걸 아니까. 그래도 또 금방 풀려요. (웃음) 

 

나미푸 : 듣다보니 이런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트랜스젠더로 살아가시는 분들은, 24시간이 다 정체성과 고민하는 시간들이잖아요. 사실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하지 않은 게이의 경우, 자기가 원하는 순간만 선택적으로 커밍아웃할 수 있는 거잖아요. 거기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차세빈 :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수술"을 했어요. 그 때 친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걔들이랑 같이 학교 끝나고 시내를 나가려고 택시를 타서, 제가 말이 많은 스타일이니까 타자마자 "XX역 가주세요~" 이러잖아요. 그러면 택시기사님이 "어, 이 학생은 목소리가 아주 허스키하네", 그러면 "아 네~" 그러고 넘어가면 되잖아요. 
그런데 걔네들이, "아저씨, 제 친구한테 왜그래요?! 저도 목소리 허스키하거든요? 야! 내려! 야 기분나빠, 내려!" (일동 폭소) 뭔지 알죠? 웬일이야. 지네들끼리 막 "어머 되게 웃긴다, 나도 허스키한데 왜 너한테만 그래?! 야, 괜찮아 괜찮아. 세빈아 괜찮아." 막 이러고. 나는 그런 게 더 짜증나요. (웃음) 너무 웃겨, 그런 상황 자체가. 난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 네 그래요, 제가 어제 노래방 갔다와서~" 이러고 그냥 잘 넘기거든요 나는. 그런 게 상처가 될까봐 지들이 더 화내. 그게 더 상처가 돼, 나는. (웃음) 그러면 나는 아, 앞으로 얘네들이랑 놀지 말아야겠다, (웃음) 

 

나미푸 : 그 분들은 어떻게 지내세요?

 

차세빈 : 다 시집갔어요. (웃음) 오히려 그런 상황들에서 느껴요, 내가. "아, 내가 트랜스젠더였지". 여러분들은 언제 본인이 게이라는 걸 느껴요? 

 

미카 : 저는 최근에 여자애들이 애교를 떨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게 나한테는 안 먹히잖아요. (웃음) 그런 걸 봤을 때,

 

차세빈 : 그러니까 그건 '동성애'적인 게 강한 거잖아요. 내가 만약에, (트랜스젠더 여성인)나한테 와서 여자애가 와서 애교를 떠는데 '나한텐 안먹히네' 이런 생각은 덜할 거 아녜요. 그러니까, 그런 게 좀 다른 것 같아요. 나는 성을 '확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평상생활을 하면서 내가 트랜스젠더고 내가 성을 "바꾼"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가 없어요, 솔직히. 그런데 오히려 주변에서 먼저 인식을 해주는 거예요. "야, 너 트랜스젠더였어", 그런 걸 남이 인지해주는 느낌이에요. 나 스스로는 잘 못 느껴요. 왜냐하면 거울을 보면서 "어머, 어떡해, 역시 난 트랜스젠더야" 그러겠어요? (일동 웃음) 만약에 내가 남탕에나 들어간다면 느끼겠죠. (웃음) 목욕탕에 가도 여탕 가고, 모든 걸 여자로서 생활하고 있는데, 사람들 머릿속엔 "아, 차세빈은 트랜스젠더지"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내가 인지를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어떨 때는, 나의 과거를 아예 모르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터울 : 그러니까 세빈씨가 트랜스젠더 이전에 '여성'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까먹는 경우들이 있는 거군요.

 

차세빈 : 가령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네요. 본인이 게이라는 걸 인지하는 것보다, 본인이 '남자'라는 걸 언제 인지해요? 그건 성별정체성에 대한 문제잖아요.

 

나미푸 : 재밌는 지점이네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중에 자기가 뭘 먼저 느끼느냐, 내 삶에서,

 

차세빈 : 그래서 요즘에는 인터뷰를 하게 되면 제가 인터뷰를 이끌어가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 가져오는 질문들이 너무 뻔하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인지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많아서요. 그리고 전 인터뷰가 좀 힘들거든요. 왜냐하면 그들이 궁금하는 걸 이야기해주려면 전 잊고 싶은 기억을 끄집어내야 하니까요. 그런데 질문들이 너무 웃긴 경우가 있는 거예요. 이를테면 "트랜스젠더가 된 이유"? 그런 질문이 어디 있어요. "수술을 결심한 이유가 뭐예요? 수술하고 달라진 점은요? 주변들의 시선은?" 뭐 이런 거 있잖아요. 뻔한 걸 물어요, 자꾸. 검색해보면 나오는데. (웃음) 

 

터울 : 사실 게이는 어떻게 보면 성소수자 중에서도 '성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성소수자일 수 있죠.

 

나미푸 : 그렇죠, '남성'이니까. 전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았던 적이 있는데, 제가 아까 말한 '24시간동안 소수자로 삶을 살아간다'는 스트레스가 어떤 건지 대충 알거든요. 왜냐하면 나는 내가 아시아인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들은 내가 아시아인인 걸 다 알아요. 굳이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 사람들은 다 알아요. 그런데 '아시아계 남성'으로서 미국에서 사는 건 소수자로서의 삶을 사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남성으로서 약간 모자란 클래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가 진짜 심해요. 

 

차세빈 : 그러셨군요. 전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일반 친구들이랑 오히려 일을 더 오랜 기간 했었어요. 방송, 뮤지컬을 하다 보니까, 일반들이랑 같이 엮일 일이 많았는데, 그들이랑 있을 때가 더 편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들이랑 있을 때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느낌을 오히려 덜 받아요. 
그리고 의외로 일반들은 그렇게까지 짓궂진 않아요. 일반들은 정말 막, "아 진짜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너 상처받을까봐, 물어봐도 돼?"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 질문이래봤자, "수술할 때 아팠어?" 이런 게 거의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여긴 너무 적나라하잖아요. 근데 이제는 그런 것에 무뎌져서, 그런 걸 개그로도 받아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저는 일반들이랑 있던 게 더 편했던 것 같기는 해요. 일반들이랑 있으면 '내가 여자구나'란 느낌을 더 많이 받는데, 게이 친구들이나 이쪽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트랜스젠더구나'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긴 해요. 그 차이인 것 같아요. 

 

나미푸 : 일반들은 그래도 남성과 여성에 대해서 뚜렷하게 구별하는 감각은 있으니까요.

 

차세빈 : 일반들은 그에 대해 깊게 알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요. "그냥 트랜스젠더 여자잖아?" 이러고 거기에 대해서 보통 더 깊게 알려고 하지 않아요. 

 

터울 : 이성애자들은 그래도 여성을 보고 사니까요. 게이들은 사실 어떤 경우에는 사적으로 여성을 볼 일이 없을 수 있다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차세빈 : 그래서 어떤 게이 친구는 저한테 이런 얘기도 했어요. 제 핸드폰의 유일한 여자 사진이 누나밖에 없다고. (웃음) 유일한 페친 여자가 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한편으로 일반들에게는 이런 측면이 있기는 해요. 일반들에게 '트랜스젠더' 그러면 솔직히 성적인 판타지를 풀 수 있는 대상일 뿐인 듯한 느낌도 있죠. "트랜스젠더랑 한번 자보고는 싶지만 사귀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를 많이 하기도 하고요.
또 일반들이랑 있을 때는 그런 부분이 있어요. 그들이 외양을 더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른바 패싱이 안되는 트랜스젠더를 일반들이 볼 때는, 나이많은 아저씨들이 그냥 "너 남자네" 라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든가. 그런 데에서는 일반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을 수 있죠. 나야 예쁘니까 그런 대우를 잘 안받는데. (웃음)

 

나미푸 : 그런데 진짜 예쁜 MTF 트랜스젠더 여성과, 안예쁜 분들과의 처우가 너무 다르긴 해요. 그분들도 여성인데, 

 

차세빈 : 그런 것 같아요, 여자이고, 여자로 태어났는데, 예뻐야만 여자인 건 아니잖아요. 얼굴이 못생겨도 여자인데, 우린 좀 외모로 평가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또 이상한 질문도 받아요. "트랜스젠더들은 왜 자꾸 성형수술을 하는 거야?" (웃음) 어쩌라는 건지. 그런데 이런 얘기를 이런 인터뷰에선 편하게 얘기해도, 일반들과 인터뷰할 때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가 힘들어요. "글쎄요, 전 잘 모르겠어요. 자기 만족 아닐까요?" 이러고 말아요. 

 

나미푸 : 일반들이 인터뷰할 때는 어떤 질문을 할지 사실 뻔히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차세빈 : 그럼 전 그냥 아예 예쁘게 얘기해요, 모든 걸 동화같이. 오히려 그게 더 편해요.

 

나미푸 : 솔직하지 않아도 되니까?

 

차세빈 : 그렇죠. 

그리고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제가 이런 인터뷰를 할 때 조심스러운 것이, 인터뷰를 일반 대중들이 봤을 땐 "아 트랜스젠더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사실은 "차세빈"을 인터뷰한 건데. 저는 트랜스젠더 대표자가 되어 인터뷰한 게 아니고, 트랜스젠더 "차세빈"으로서 인터뷰한 건데, 대중들이 받아들일 땐 그렇지 않을 수가 있고, 위험한 것 같아서 좀 조심하는 편이에요. 그냥 내 생각을 말한 건데, 그게 마치 트랜스젠더 전체의 생각인 것처럼 여겨질까봐. 우리 쪽도 각자의 성격이 다 다르고 생각도 다르니까요.
그리고 재밌는 편견 중에 웃긴 게 그런 게 있어요. 트랜스젠더들끼리는 다 안다고 생각해요. (웃음)

 

나미푸 : 일반들이 게이들 생각할 때 그러기도 하잖아요. (웃음)  

 

차세빈 : 그러니까요. (웃음) 우리나라에 트랜스젠더가 몇 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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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스젠더 깃발.

 

 

 

 

3) '게이 손님'들 : "미모의 평균 수준이 다른 것 같아요"

 

터울 : 그래도 사실 Le Queen에 오시는 분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게이잖아요. 이 자리를 빌어 Le Queen이나 Looking-Star에 오시는 게이분들에게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든가, 한 말씀 해주신다면?

 

차세빈 : 결국은 똑같은 것 같아요. 똑같은 사람이니까, 너무 막 대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실 그런 사람은 너무 소수예요. 너무 적은 한둘의 경우라 이제는 신경 안쓰고, 또 제가 잘 피해다니고 해요.
일전에 어떤 모임의 신입 게이가 Looking-Star에 왔어요. "누나 왤케 예뻐요?" 이러는 거야. 나한테 푹 빠졌더라고요. (웃음) 그러면서 계속 쫓아다니는 거야. 그러면서 나한테 뜬금없게 "누나 레즈예요?" 이러는 거예요. (일동 웃음) 트랜스젠더인 줄 모르고. (웃음) 그래서 "아뇨? 나 남자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그런데 왜 게이클럽해요?" 이러는 거야. (웃음)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너무 귀여웠어. 어떻게 설명해줘야 되지?

 

터울 : 그래서 어떻게 말씀하셨어요?

 

차세빈 : 피해다녔어요. (웃음) 도망다녔어요. 되게 귀엽더라고요.

 

터울 : 역으로 여쭤보면, 게이들을 많이 대하고, 게이들 손님이 많아서 좋은 점은 뭘까요?

 

차세빈 : 좋은 점? 눈요기? (웃음) 훈훈하다는 거? 

 

이종걸 : 남자긴 남자라서? (웃음)

 

차세빈 : 어우, 뭐가 중요해요. 뭣이 중헌디? (웃음) 눈앞에 보이는 게 중요하지. 사람이 그런 것 같아요. 보이는 게 중요하지.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미모 평균 수준이 다른 것 같아요. 

 

이종걸 : 그러게요, 확실히 이번 I:M 때도 느꼈어요.

 

차세빈 : 너무 잘생긴 거예요.

 

터울 :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몸이 안 좋은 사람이 한 명도 없지?

 

차세빈 : 몸이 좋으면 얼굴이 못생기거나, 키가 작거나 해야 되는데, 다 평균이야. 평균 이상이야.

 

터울 : 다 갖췄더라고요.

 

이종걸 : 무슨 신세계 같았어요.

 

차세빈 : 너무 좋았어요. (웃음) 예전에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게이들이랑 지내면서 막 그런 걸로 되게 힘들어했거든요. 요즘에는 Looking-Star도 시작하고 하면서, 끼순이들한테 너무 단련이 돼서, 뭔가 초월을 했다고 해야 되나? (웃음) 애들이 장난하면, "난 너 되는데 넌 나 돼냐?" 뭐 이런 식으로, (웃음) 아예 이제 좀 초월이 된 것 같아요 요즘에.

예전에는 되게 좀 속상했어요. 애들이 왜 이렇게 나를 막 대하지? 그런데 알고 보니까 아예 트랜스젠더에 무지한 친구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트랜스젠더를 나로서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고, 처음 본 트랜스젠더가 나인 사람이 되게 많더라고요, 의외로. 편견을 많이 갖고 있는 친구들도 많고. 그러다보니 굳이 내가 그런 것에 하나하나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터울 : 끼순이들이 어떤 식으로,

 

차세빈 : 끼순이들은 장난 아니에요. 성향 뭐냐고 물어보고. (일동 웃음) 그런 질문은 끼순이들만 물어봐. 어린 끼순이들이. "어 언니 너무 이뻐요~ 언니 화장품 뭐 써요?" 막 이러면서 그런 걸 물어봐요.

 

터울 : 자기랑 비슷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걸까요. 예쁘고 하니까, 나도 예쁘고, 이러면서, (웃음)

 

차세빈 : "어우 근데 언니, 성향이 뭐예요?" (웃음)

 

터울 : 예, 이러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드리며, (웃음)

 

차세빈 : 진짜 특이한 것 같아요. 그럼 요새는 "대물이었던 바텀이야, XX년아. 가서 놀아." 이러면 아무 말도 안하고 가요. (웃음) "앞으로 파운데이션 21호 쓰지마, 다 떴다." 이러면서. (웃음) 요즘엔 너무 초월해버렸어요.

 

 

 

4)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 "트랜스젠더끼린 연애가 잘 안돼요"

 

터울 : 개인이 아니라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아직 그렇게 뚜렷하지는 않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의 삶 이상의 이야기를 하기가 참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차세빈 : 그런 게 있는 거죠, 트랜스젠더들이 확실히 덜 뭉치는 이유는, 게이나 레즈비언들은 그 안에서 연애를 하고 그 안에서 이별을 하고, 그 안에서 친구를 만나는데, 우리들은 그게 아니잖아요, 일단. 우리들이 트랜스젠더끼리 연애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자꾸 일반들과 섞이게 되고, 안 뭉치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그게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너무 싫지 않을까? (웃음) 아니 오빠들도 그렇잖아, 게이들도. 뭐 바텀, 탑 나눠갖고 뭉쳐놔봐. 누가 좋겠어. (웃음) 다 속이고 한 명씩 넘어간다? (웃음) 그렇잖아. 이쪽도 똑같아요. 그러다보니까 그렇게 되는 거죠. 

 

터울 :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렇다는 말씀이셨는데, 모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차세빈 :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러운 건 있어요, 보고 있으면. 이번에도 퀴어퍼레이드 크게 했었는데, 트랜스젠더는 많이 부각이 안된 게 속상하더라고요. 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긴 했는데, (웃음) 

 

터울 : 퀴어문화축제에서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트럭의 순서를 앞에 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사실,

 

이종걸 : 조각보에서도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대해 많이 고민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차세빈 : 어쨌든 그래도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가 생겨서, 뭔가 트랜스젠더들도 상담 등을 할 수 있는 단체가 생겼다는 게 기쁘고 기대도 많이 되네요. 

 

터울 : 제가 Timeout 인터뷰 "미친 '84' 그것이 알고 싶다"를 잠깐 봤는데, 거기서 세빈씨가 참여하셨더군요. 연배가 어린 트랜스젠더분들이 세빈씨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대목이 있던데, "헛짓거리를 못하게 됐다"는 언급이 인상적이었어요. (웃음) 

 

이종걸 : 부담스럽지 않아요?

 

차세빈 : 좋은 것도 있고, 부담스러운 것도 당연히 있고. 

 

터울 : 손아래 트랜스젠더 분들을 주기적으로 만나시나요?

 

차세빈 : 만날 시간이 많이 없어요. 그 친구들이 저를 보러 Le Queen이나 Looking-Star에는 와요. 언니보러 왔어요, 이러면서 오긴 와요. 

 

이종걸 : 그런데 거기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하기는 어려우니까,

 

차세빈 : 예. 그리고 제가 무서운가봐요. (웃음) 꼭 "사진 너무 찍고 싶었는데 말을 못 걸었어요", 이런 쪽지가 나중에 와요. 나 사진찍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페이스북이 다 내 사진으로 도배됐으면 좋겠고. (웃음) 아무튼 나를 어려워하더라고요. 이상해. 

 

터울 : 어쨌든 세빈씨를 보러오는 트랜스젠더분들이 있으시다니 다행이네요, 멋있기도 하고. 

 

차세빈 : 그런데 게이들이 훨씬 많죠, 레즈비언 친구들이랑. 레즈비언 언니들도 많이 오고. 

 

이종걸 : 친해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차세빈 : 친한 레즈비언들 많아요. 84 패밀리도 한 명 있고. 레즈비언 친구들 많아요. 오히려 공감대 형성은 게이들보다는 레즈비언이 더 잘 돼요.

 

이종걸 : 아무래도 같은 여성이니까, 

 

차세빈 : 네, 더 편해요. 그리고 가끔 이태원의 레즈비언 바에 가서 술도 먹고 그래요. 예전에 저 레즈비언 클럽에 초청돼서 공연도 했었어요. 

 

이종걸 : 레즈비언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차세빈 : 누군들 안좋아하겠어요.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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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Queen 공연. (2016.9.3.)

 

 

 

5) 연애 : "아직은 무대가 더 좋아요"

 

터울 : 예전에 연애나 사랑에 대해 여쭈었을 때,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차세빈 : 그런데 저 얼마 전에도 연애 살짝 했어요. 그런데, (웃음) 한 가지에 꽂히면 이것만 달려가는 게 병인 것 같아요. 얘를 싹 놓더라고요. 그 때가 UNICON 준비할 때였어요. 노래 한참 배우러 다니고 할 때. 남자친구 만나서 데이트 하는 것보다 노래 배우러 다니는 게 더 재밌는 거야. 그리고 무대 만들고 하는 게 더 재밌는 걸 어떡해요. 미안하다고 연락은 해놨어요. (웃음)

 

이종걸 : (웃음) 그러면 지금은 관계가 해소되기는 한 거죠?

 

차세빈 : 네, 해소는 됐어요. 그런데 참 그런 것 같아요. 사람이 못된 게, 뭘 하나 끝내놓으면 생각이 딱 나. 그러면 얘가 그래. "뭐야, 그런 무대 있었으면 나도 초대해주지." 생각이 안나는 걸 어떡해. 나는 그 무대에 내가 온전히 몰입해있는데. 그러니까.. 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좀 아예 안만나고 있는 것 같아요. 만날려고 노력도 안하고, 지금 제가 외로워서 미칠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독거노인의 길을 걷고 있죠. (일동 웃음)

 

이종걸 : 지금 하시고 있는 활동을 다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차세빈 : 만나는 친구들은 다 저를 이해해줘요. 다 이해해주고 다 좋아해, 내가 연락을 안해서 그렇지. 안되는 걸 어떡해요. 페이스북에 내 셀카는 올릴 시간은 있거든요? (웃음) 그런데 답장할 시간이 없어요. 희한해. 왜 이런 거야, 나만 그래? (웃음)

 

이종걸 : 난 이해돼요. (웃음)

 

터울 : 저도. (웃음)

 

차세빈 : 그래서 나는 좀 연애는 이제... 어릴 때 너무 많이 해봐서. (웃음) 더 재밌는 걸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이종걸 : (웃음) 누가 오지 않는 이상 굳이? 

 

차세빈 : 아니 다 왔어 얘네들도.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적인 남자가 온다면, 내가 완벽하게 꽂히게 만드는 운명적인 남자를 아직 못 찾은 것 같아요. 전 아직 무대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난 아직 나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고, 아직은. 그럼 안되는데, 나이를 먹었는데. (웃음) 그런데 요즘에 나이를 인식하려고 하는데, 엄마도 계속 이야기하고 할머니도 얘기하고, 가족들이 많이 걱정을 해요. 나이가 이제 좀 됐는데 어떡하냐고. 그런데 제가 나이를 너무 안 느끼고 사는 스타일이라서요. 아직도 20대 같고, 보기에도 20대 같은데. (웃음)

 

이종걸 : 나이를 느껴야될 게 뭐가 있을까요?

 

차세빈 : 아니 왜냐면 여자 혼자, 지금 서른 셋인데 이제 막 늙어가고 있잖아요. 짝도 없이. 그러니까 엄마는 걱정이 되는 거죠.

 

이종걸 : 어르신들은 다 옆에 짝이 있기를 바라시는 것 같아요.

 

차세빈 : 예전에는 결혼하지 말라더니 요새는, "너도 이제 어느 정도 자리잡았으니, 돈 좀더 모으고 짝을 찾는 게 어떠냐"란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이종걸 : 이번 I:M 때 마음에 드는 고고보이는 있으셨어요?

 

차세빈 : 고고보이는 다 좋지 않아요? 베어쪽 고고보이 말고는 난 다 좋아요. (웃음) 고고보이는 다 좋으라고 있는 사람들 아니에요? 싫은 고고보이가 어딨어. 그런데 한번씩 고고보이들 오면 소개를 해주고 만나잖아요. 제가 사장이고 대표라고 소개를 하면서 한번씩 물어봐요. 혹시 여자도 되냐고. (일동 웃음) 다 물어봐요. 이번 고고보이도 다 물어봤어요. 한 명이 없데요. 속상해. (웃음) 그래서 그냥 다 친하게 지내고 재밌게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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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퀴어문화축제 (2015.6.29. @서울시청광장 / 사진 : 호치님)

 

 


4. LGBT인권운동


 

1) 퀴어퍼레이드 : "사진을 몇백 장 찍어줬어요"

 

나미푸 : 이제 LGBT인권운동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볼 게요. 퀴어퍼레이드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셨다고 들었는데, 소회가 어떠셨나요? 최근 몇 년은 행사장에 유독 혐오세력들이 많이 왔었는데, 그 사람들을 보셨을 때의 기분이라든가,

 

차세빈 :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전 일하면서 보수 기독교도랑 많이 부딪쳤었어요. 방송만 했다 하면 어쩜 그렇게 절 쫓아다니는지. 통편집 당하고, 방송 없어지고, 녹화를 했는데 방송에 안나오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보수 기독교도들 보면 약간 노이로제 같은 게 있어요. 그 때, 퀴어퍼레이드 갔을 때, 제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론 4번 참여했는데, 특히 2014년 퀴어퍼레이드 땐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옛날 생각도 나고.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 때 트럭에 타서 퍼레이드했을 때, 그날은 사진을 몇백 장을 찍어주고 있었어요. 차가 못 나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어떤 가족들은 애기 업고 와서, "저희 애기랑 사진 한 장 찍어주시면 안돼요?"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난 그때, 아 진짜 내가 그래도 인권운동다운 걸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날 저의 각오는, 일반 친구들이 봤을 때도 멋있게 한번 해보자는 거였어요. 그런데 애기를 데리고 와서 우리랑 사진을 찍고, 일반 커플들도 사진을 찍고 가니까,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런데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도 친구들 중에, "저랑 사진 찍어주세요" 하고 접근한 사람이 있었어요. 저는 처음에 몰랐어요. 그런데 내 귀에다 대고, "야, 너 이거 하고 얼마 받냐?" 이러는 거예요.

 

나미푸 : 세상에...

 

차세빈 : 그래서 되게 힘들었어요. 끝나고 너무 울었어요. 그 때는 내가 그렇게 보이나? 라는 생각에 힘들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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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성소수자자살예방프로젝트 - 마음연결이 르퀸과 함께하는 후원 이벤트" (2015.3.)

Le Queen에서 다섯명의 드랙퀸들이 립싱크공연으로 벌이는 경연쇼를 통해 

멋진 공연을 보여준 드랙퀸들에게 문자 투표 후원금(3,000원)을 보내면

투표수를 합산하여 최종 1등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 마음연결 : "이쪽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쯤 제안해주셨어요"

 

미카 : 2015년에 친구사이에서 성소수자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의 후원사업를 같이 해주셨잖아요. 

 

이종걸 : 그 행사는 정말 재밌었어요. '나는 립싱크 가수다'라는 컨셉으로 Le Queen에서 쇼를 했는데, 그 한 달 동안 공연하시는 분들이 점점 달라지는 느낌이 재밌었어요. 갈수록 너무 열심히 해주시더라고요.

 

차세빈 : 와, 완전 열심히 하시고, 열과 성의를 다해서 하시더군요. (웃음)

 

미카 : 그 행사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차세빈 : 먼저 마음연결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친구사이 전 대표님과 인터뷰하면서 알게 됐죠. 원래 인권단체랑 클럽이랑은 조금 동떨어져있다는 느낌이 강했잖아요. 그런데 클럽에서 인권단체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신선했었고 재밌었어요. 
그래서 언제 마음이 혹했었냐면, 마음연결 후원파티를 기획하면서 이벤트성으로 선물을 주지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러다가 제가 20대 초반에 처음 트랜스젠더 클럽에서 일할 때 속상한 경험을 했었어요. 언니들이 손목에 반창고, 내지는 큰 시계, 가죽팔찌 같은 걸 다 차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일하려면 저런 걸 차야 하나 생각했는데, 어떤 한 언니랑 친해지고 그 언니 집에서 자고 하면서 알았는데, 거의 다 손목에 자해를 했던 자국이 있는 거예요. 너무 속상한 거죠.

그러면서, 차라리 팔찌를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라는 말을 시작하면서, 나도 그 상황에 몰입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마음연결 자체가 성소수자의 자살을 예방하는.... (눈물) ...그게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그리고 제 친한 친구들도 그렇게 몇 명 떠나보내고 하다보니까.

일단 트랜스젠더랑 동성애자랑 좀 다르다는 게, 어떻게 보면 게이/레즈비언 분들은 대부분 일반 생활을 하면서 놀러갈 수 있는 게이 클럽도 있고 레즈 클럽도 있잖아요. 트랜스클럽은, 트랜스젠더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에요. 그리고 트랜스젠더가 1년에 몇번씩 모이는 곳이 있는데, 거기가 다름아닌 장례식장이라는 게 너무 속상한 거예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할 마음이 들었어요. 

 

나미푸 : 네, 너무 적극적으로 해주셔서 놀랐고, 사실 우리도 같이 할 때,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아 이 분들이 진심으로 인권단체를 후원하시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팔찌 아이템을 하면서 우리 마음도 확 열린 거죠. 그 때 그 말씀하셨을 때 너무 다 울컥해서, 꼭 같이 일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세빈씨가 그 때 머라이어캐리의 <Hero> 부르셨잖아요. 너무 감동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같이 하게 됐었죠. 그런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차세빈 : (눈물을 닦으며)이래서 인터뷰가 힘들어요. 저나 Justin이나, 우리가 인권운동을 하자, 우리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놓자, 이런 주의는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사업가 쪽이 맞는 거고. 그런데 정말, 회의감이 들 때쯤, 너무 고마운 프로젝트를 우리한테 얘기했었고, 오히려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맘때 즈음엔 사실 Le Queen에 있는 게 되게 힘들어서 회의감도 들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내가 왜 여기에 묶여서 이러고 있나, 내가 하고 싶은 건 다른 거였는데, 난 공연이랑 연극을 하고 싶었던 사람인데, 내가 왜 지금 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이해해주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매주 왜 이런 공연을 하고, 내가 상처를 받으면서 이걸 해야 되는 거지, 라는 걸 느낄 때쯤 마음연결의 제안이 왔었고,

그리고 행사를 진행하면서 참 모르는 친구들, 어린 친구들에게 연락도 되게 많이 받고, 메세지도 많이 받고 했던 게, "저 요즘 너무 힘들고 죽을 것 같고, 엄마 아빠한테도 말도 못하겠는데, 언니 보면서 힘내요" 이런 얘기도 많이 듣고 하다보니까, 오히려 일반 쪽에서 활동할 때보다 게이 친구들에게는 내가 너무 알려진 사람인 거예요. "트랜스젠더라는 차세빈씨가 있는데, 연예인 활동하다가 이제 이태원 클럽 사장에, 사업을 또 한대. 나도 저 언니처럼 돼야지" 하고 용기를 내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니까 또, 아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런 마음도 없었어요. 내가 왜 그 친구들을, 지들 알아서 살 것이지 왜 나한테 그래, 좀 이런 스타일이었는데, (웃음) 어느 순간 오히려 그런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나는 예전에 힘들 때 하리수 언니한테 얘기 많이 듣고 같이 술도 많이 마시고 고민 얘기도 하면서, 나는 큰 힘을 받았거든. 그런데 다른 사람들 보면, 기껏해야 우리 쪽의 선배라고 하면, 저야 연예인 생활을 했었고 리수 언니가 저한테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 저야 편했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친구 같으면 술집 언니, 마담 언니... 그러니까 좀 나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좀더, 그 친구들이 좋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서 힘내서 하게 됐어요. (웃음) 그런데 저 혹시 화장 번졌어요?

 

터울 : 하나도 안 번졌어요. (웃음)

 

나미푸 : 워터프루프 하고 오셨죠? (웃음)

 

차세빈 : 공을 들였더니. (웃음) 아무튼 마음연결에 참여하면서 저도 좀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뜻깊었고요.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걸 진행해보고 싶어요. 

 

나미푸 : 너무 좋았어요 진짜. 너무 감사했어요. 

 

이종걸 : 돌이켜보면 게이들도 그런 건 있어요. 한때 활동했다가 안나오시는 분들 중에서도, 누구 장례식이거나, 몇주기 추모회가 되면 그때 한꺼번에 다시 모이고는 하죠. 그럴 때 이런 경우가 가끔 있어요. 가서 아는 척을 어떻게 해야 할까, 또는 가족들에게 무어라 이야기해야되지, 이런 고민을 하거든요.

 

차세빈 : 저희는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왜냐면 트랜스젠더란 건 애초에 알고 있으니까. 

 

터울 : 게이분들은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와서 알게 되는. 조객들을 보고 나서야 가족들이 정체성을 나중에 알게 되는.

 

이종걸 : 가기도 뭐할 때도 있고, 가도 되나 하고 눈치보일 때가 있고.

 

터울 : 그런 건 가시성이 덜 드러나니까 나중에 되레 문제가 되는 경우죠.

 

이종걸 : 그래서 가족분들 중엔 저 사람들이 왜 왔냐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희같은 사람은 사실 신경을 안쓰지만,

 

차세빈 : 그렇군요. 속상하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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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PULSE : 서울-올랜도 연대 촛불문화제>에서 공연하는 Le Queen 공연 팀 (2016.6.17.)

 

 

 

3) 올랜도 추모집회 : "추모식에서 사람 위에 올라탔죠"

 

터울 : 올랜도 추모집회 얘기를 안 여쭤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주위 여건 때문에 음량도 크게 키울 수 없었는데, 묘한 감동이 있었던 자리였어요. 그 때 기억이 어떠신지 여쭙고 싶네요.

 

차세빈 : 저도, 그 때 되게 안 울어야지, 안 울어야지 다짐하고 올라간 무대였는데, 올라가자마자 너무 눈물이 났어요. 만약에 올랜도 그 사건이 우리나라였고 만약에 Le Queen 클럽이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너무 감정이입이 됐어요. 속상하고, 많은 걸 느끼고 왔던 추모식이었어요. 

 

터울 : 클럽에서 난 사고였기 때문에, 클럽 관계자분이 오시면 너무나 자리가 빛나는 상황이었는데, 사실 무거울 수 있는 추모집회에서 역설적으로 막 즐겁게 공연하는 모습이 어떤 분들에겐 눈물이 더 나게 만들고, 더 감동적으로 가닿았던 것 같아요.

 

이종걸 : 당시 섭외 배경이, 올랜도 출신의 게이분이 한국에 머물러 있었는데, 소식을 듣고 추모제를 제안했고, 그 자리에서 꼭 클럽을 운영하시는 분이 같이 참석하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셨었죠. 

 

차세빈 : 그래서 Justin이 먼저 섭외 연락을 받았을 거예요. 

 

이종걸 : 네, 그렇게 연락이 됐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Le Queen에서 원래 추모의 자리를 만들 생각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추모라는 게 사실 그렇게 항상 딱딱하기만 한 것은 아니잖아요. 

 

터울 : 그런 추모 자리에서 무대를 서신 건 처음이지 않으세요? 많은 무대를 서셨지만... 느낌이 어떠셨을지,

 

차세빈 : 많은 느낌과 많은 감정이 되게 한번에 와서... 그냥 잘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많이 컸고, 울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컸고. 그리고 왜 이런 추모자리가 생겼는지도 너무 화가 났고. 그러니까 왜 그런 사건이 나서... 그런 생각이 많이 왔다갔다 하다가 무대에 올라갔는데, 사람들의 눈을 다 보잖아요. 그 모든 감정들이 한번에 와서 너무, 솔직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때 무대가. 진이 다 빠지고, 진짜 힘든 무대였어요.

 

터울 : 추모제 끝나고 Le Queen 앞에 "Pray For Orlando" 표지를 설치해둔 것도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차세빈 : 쇼에서 그거 얘기하다 또 울었어요 그 때. 너무 많이 울어갖고 진짜. (웃음)

 

이종걸 : 그 전주에 퀴어퍼레이드가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 자리가 오히려 나한테 힘을 줬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성소수자로서 같이 뭔가 추모할 수 있고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자리여서 힘이 됐다는.

 

차세빈 : 네, 많은 걸 느끼고, 반성하는 계기도 됐어요.

 

터울 : 반성은 왜 되셨어요?

 

차세빈 : 막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막. (웃음) 무대하는데 마지막 피날레 순서를 주셨어요. 그걸 기다리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피곤하고 이따 Le Queen에서도 쇼해야 되는데, 막 이런 생각들. 아 괜히 한다 그랬나, (웃음) 이런 생각들이 순간순간, 사람이다 보니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너무 후회되고. (웃음)

 

이종걸 : 피날레 무대 아무나 주지 않잖아요. (웃음)

 

차세빈 : 그런데 또 공연하고 나오는데 사람들이 너무 멋있었다, 감동이었다고 하시고, 손님들도 진짜 너무 멋있는 무대였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데, 그런 얘기를 들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막 그런 감정이 너무 왔다갔다했었던 것 같아요.

 

이종걸 : 그 자리에 Le Queen이 딱 맞았던 것 같아요. 

 

차세빈 : 사고를 당한 클럽도 공연하시는 클럽이었다고 하더라고요.

 

터울 : 그리고 LGBT들이 다 들어올 수 있고, 게이만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란 점도 닮았었죠.

 

차세빈 : 선뜻 한다고는 했는데, 막상 그런 것 있잖아요, "그런 클럽에서 이런 일이 있었대", 그러면 또 사람인지라, 또 사업을 하고 있다보니까, 우리 Le Queen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이종걸 : 사람이 안 올 것 같고,

 

터울 : 무서워서, 혹시 그렇게 될까봐,

 

차세빈 : 네. 그 때 엄마한테도 전화왔었거든요, 괜찮냐고. 그런 생각도 들고, 여러 생각이 되게 많이 왔다갔다 했던 것 같아요.

 

이종걸 : 그러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태원도 혐오폭력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차세빈 : 네. 그리고 제가 인권운동을 해왔던 것도 아니었고,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그러다보니까. 아무튼 그 날 아네싸 오빠 무대가 너무 멋있었어요. 

 

터울 : 음향을 키울 수 없어서 소리가 작았는데, 그게 묘하게 더 감동이었어요.

 

이종걸 : 경찰이 주위에서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조용해달라고, 빨리 끝내달라고 했었거든요.

 

차세빈 : 저도 들었어요. 나 무대 하나 끝나고 옷 갈아입고 다시 나가야 되는데, 옷 갈아입는데 경찰이 오는 거예요. 소리 죽이라고. (웃음) 그런데 어떤 여자분이 '최대한 올릴게요' 이랬어요. (웃음)

 

이종걸 : 행성인의 나라씨였을 거예요. (웃음)

 

차세빈 : 그래서 윙크하면서 "엔딩 때 뒤집을 게요" 그랬죠. (웃음) 그래서 올라탔죠, 사람 위에. 추모식에서. (웃음)

 

터울 : 그런 게 너무 좋은 거예요. 너무 퀴어하고. 

 

이종걸 : 그러니까 장례식장에서도 우리가 즐기고 재밌게 놀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한 거죠. 그렇게 슬픔을 뛰어넘는 거고요. 퀴어한 게 그런 거기도 하니까요. 사실 앞으로도 그런 자리가 또 있을 것 같아요.

 

차세빈 : 좋은 쪽으로 있어야 할텐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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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제가 끝난 당일 Le Queen 입구 (2016.6.17.)

 

 

 


5. 꿈

 

 

1) 전하고 싶은 말 : "'트랜스젠더'가 꿈이 되면 안돼요"

 

이종걸 : 그러면 마지막으로 질문드릴게요. 이제 트랜스젠더 정체성 고민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차세빈 : 전 어릴 때부터 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 꿈은 여자가 아니었어요. 근데 보통 트랜지션을 시작하는 얘들은 꿈이 여자인 경우가 많아요. 트랜스젠더라는 게 가뜩이나 힘든 생활을 하고, 사회적인 편견이랑도 싸워야 하는 상황인데, 꿈이 없어지는 순간 너무 힘들어지고, 정말 평생 술집에서 일하게 되는 거거든요. 
저는 업소에서 일할 때도 늘 꿈이 있었어요. 난 뮤지컬 배우 할거라고, 그래서 맨날 좀 달랐어요. 항상 튀고, 손님들하고도 잘 싸우고. (웃음) 하루는 같이 일하는 동생, 언니들이랑 술을 먹다가, 내가 너무 나대고 방송할 거라 그러고, 소속사 들어가서 연습하고 그러다보니까, 언니들이 "너는 왜 그러고 살아? 편하게 돈벌고 이렇게 살면 편하잖아"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그럼 언니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 언니는 꿈이 뭐야? 나중에 뭐할 거야?" 물었어요. 그러면 한 명도 시원하게 대답하는 친구가 없었어요. 트랜스젠더 한 5-6명이 술을 먹고 있는데. 저는 꿈이 되게 확실했거든요. 
그러니까 자기 어릴 때 꿈이 여자였던 언니들은, 자기가 여자가 된 순간부터 이제 뭘 해야될 지를 모르는 거예요. 난 그게 되게 속상하더라구요. 여자가 되는 건 꿈이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건 내 성정체성을 찾은 거니까,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나는 여자였으니까요. 그냥 내 꿈에 다가가기 위한 중간 과정이든지 걸림돌이 될 수는 있겠지만요. 수술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쉽게 돈을 벌려고 업소를 나가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기 꿈이 다 없어지고, 목표, 꿈이 여자가 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남자 때문에 자살도 많이 하고 우리 쪽에서는, 그런 게 되게 많거든요. 그래서 난 이번에 시작하는 친구들한테는 "절대 여자가 되는 게 꿈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자기의 꿈이 있어야 해요.
저는 되게, 누가 보면 쟨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것 같은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꿈이 계속 바뀌어요. 어릴 땐 원래 스타일리스트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소속사에 들어가서 하리수 언니 스타일리스트 일을 했어요. 하다보니깐 나랑 안맞는 거야. 내가 예뻐야지. (일동 웃음) 

 

나미푸 : 그렇죠. 남 이쁘게 해서 뭘해. (웃음)

 

차세빈 : 그런데 스타일리스트가 바빠지고 일이 많아질수록 나는 화장도 못하고 머리도 못감는데, 나는 계속 누군가를 꾸미고 있으니까 그게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내가 진짜 안맞는다고 느낀 게, 한 번은 일본 방송을 갔는데, 리수 언니가 나오는 거예요. 내가 일이 바빠 잠을 못잤어요. 그 다음날 옷 픽업하고 뭐하고 하느라고. 그래서 언니 다 꾸며놓고, 잠깐 쉬는 시간에 내가 대기실에서 내 머리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다 소속사 대표님을 만나서 엄청 혼났어요. 그래서 아 이건 아니다, 이게 내가 갈 길이 아니구나. 난 내가 예뻤을 때 얘도 같이 이뻤으면 좋겠는 느낌이지, 내가 안 예쁜데 얘가 이쁜 건 싫어. (일동 웃음)

그래서 그 다음엔 소속사에서 래퍼로 들어가기 전까지 무대경험을 쌓기 위해서 리수 언니 댄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웃음) ‘아 그럼 안무가가 될 거야', 그러면서 춤을 추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다가 래퍼 일을 할 때는 또, ‘난 최고의 래퍼가 될 거야’, 이러면서 열심히 하고, 그러다가 ‘아, 맞다, 내 꿈은 원래 뮤지컬 배우였어.’ 그리고 무작정 뮤지컬 오디션 봐서 뮤지컬도 했어요. 난 하고 싶은 걸 다 했던 스타일이에요, 오히려. 
그런데 그 때마다 느낀 게, 내가 트랜스젠더라서 그 일들을 다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보다 내가 스타일리스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유학을 갔다온 것도 아니었어요. 트랜스젠더 스타일리스트, 트랜스젠더 댄서, 트랜스젠더 래퍼, 우리나라 최초의 트랜스젠더 뮤지컬배우, 이게 오히려 저한테는 벽이 아니고, 내 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된 거예요. 
만약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게 너무 싫고, 빨리 수술하고 목소리 수술까지 다 하고 일반 여성처럼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지, 이런 목표를 가졌다면, 그럼 그 결혼생활이 과연 행복했을까요? 그 남자를 속이고? 난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떻게 해도, 100% 완벽한 여자가 될 수는 없어요. 무슨 수술을 해도. 그러니까 지금 트랜스젠더 정체성 고민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겐, "여자가 되는" 게 꿈인 게 아니라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 트랜스젠더야. 그게 뭐 어때서? 내가 트랜스젠더인데, 이렇게 태어났는 걸.” 이렇게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진짜 우리나라 대부분의 MTF 트랜스젠더들이 술집에 나갈 거예요 지금. 그러다 좀 예쁘고, 진짜 난 여자라고 생각하는 얘들은 속이고 텐프로에 나가기도 하고, 일반 룸싸롱 나가고 노래방 도우미도 하고. 근데 그들의 고민은,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자길 계속 억누르고 있어야 돼요. "(내가 트랜스젠더인 게)들킨 거 아니야?" 그렇게 왜 살아야 해요. 그런 게 너무 속상해요. 왜냐하면 내 자신이 가장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지. 그게 누구를 위한 삶이예요 진짜. 
계속 숨기면서 난 트랜스젠더인데 트랜스젠더 아닌 척, 여자 사이에서 끼어서 산다면, 물론 그런 건 있을 거예요. "야, 너 진짜 티 안나서 그래. 수술 잘 돼서 그런 거야."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는 해요. 그런데 그게 정말 칭찬이고 그게 행복한 걸까? 그런 생각을 저는 많이 해요. 그러니까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빨리 인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꿈을 빨리 찾아서 그 꿈을 이루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트랜스젠더라서 내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얘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터울 : 사실 게이도 수위는 다를 수 있지만, 커밍아웃 자체가 꿈일 수는 없고, 게이를 만나서 당당하게 연애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 자체가 꿈이면 안되는 거잖아요. 

 

차세빈 : 그렇죠.

 

터울 : 왜냐하면 그걸 이루고 나서도 너무나 많은 인생의 문제가 남아있는데,

 

차세빈 : 허무하잖아요. 그러니 자기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다들 꿈이 있잖아요. 그 꿈을 자기가 게이라서, 트랜스젠더라서, 성소수자라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미푸 : 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이종걸 : 예전 세빈씨 인터뷰를 읽어보면, 'Dreamgirls'란 단어가 떠올라요. Le Queen의 쇼에서 Dreamgirls 노래가 나왔을 때 그래서 되게 잘 어울렸어요. 세빈씨에게 꿈은 삶의 목표가 되는 거군요.

 

차세빈 : 네, 그게 없으면 저는 아마 이걸 시작도 안했을 거고, 여기까지 못버텼을 것 같아요.

 

터울 : '게성시대'에서 들었던 세빈씨 얘기가,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힘 때문이라고 대답하셨는데, 

 

차세빈 : 전 약간 주위를 안보는 스타일이에요. 하나가 꽂히면 계속 저것, 그리고 내 주변 모든 게 저것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거죠. 

 

이종걸 : 그 꿈이 아까 말씀하셨듯이 조금씩 변하기도 하는 거죠?

 

차세빈 : 네, 제가 한 가지 일을 오래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이것저것 되게 활동적인 스타일인데, 주말마다 Le Queen에서 공연하고, Looking-Star에 가고, 호텔포차 나가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여기에 딱 갇혀있는 느낌을 몇 년동안 계속 받았거든요, 게다가 게이들이랑만 지내고. 그래서 너무 힘들었었는데, 그러다가 요즘에 또 새로운 꿈이 생겨서,

 

이종걸 : 뭔가요?

 

 

 

2) 곧 발매될 음원 소식 : "비취스럽고 기갈진 당당한 나, <IM>"

 

차세빈 : 저 음반 냅니다. 녹음을 하고 있어요. 

 

이종걸 : 그 음원 작업들도 앞에서 말씀하신 꿈의 일환인 건가요?

 

차세빈 : 네, 저희 I:M도 그렇고, 무대도 좀 커지고 하다보니까, 이걸 제가 3년째 하고 있거든요. 주말마다 항상 공연을 하잖아요, Le Queen에서. 하다보니까 너무,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종걸 : 자기 이야기?

 

차세빈 : 네. 감정 표현이나 이런 걸. 충분히 할 수는 있어요, 지금도. 립싱크를 하면서도 그런 걸 더 표현할 수는 있지만, 더 내 것을 좀 많이 가지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아, 음원을 내자는 생각을 했고. 그리고 또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도전의 아이콘이 돼서, (웃음)

그런데 다 컴플렉스는 있잖아요. 제 제일 큰 컴플렉스가 목소리예요. 좀 안좋아해요, 내 목소리를. 옛날에 활동할 때도 욕을 엄청 많이 먹었거든. 악플 보면 다 목소리에 대한 거였어요. 뭐 이쁘다, 이런 얘기 되게 많은데, (웃음) 그런데 밑에 꼭, "아 근데 목소리 너무 깬다", "아 쟤랑 자다가 쟤 신음소리 듣고 ㅈㅈ 죽는 거 아냐" 이런 얘기도 나오고. 그런 게 악플로 진짜 미친듯이 달렸어요. "와 얼굴은 여잔데 목소리는 안되나? 너무 별루다" 막 이런 게 많다보니까. 목소리에 대한 컴플렉스도 많았고, 그러다보니까 그걸 좀 깨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뭔가를 해서 우리 Le Queen, Looking-Star에 도움이 될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보니까, 음원을 내서, 또 작은 욕심이지만 생각을 해주신다면, 또 우리 퍼레이드 때 큰 무대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터울 : 음원이 언제 나올까요?

 

차세빈 : 10월에 뮤직비디오 촬영하고, 뮤직비디오랑 함께 음원이 발매될 예정이예요. EDM 기반의 신나는 댄스 음악이고요. 실력있는 감독님과 함께할 거니까 기대 많이 해주셔도 좋아요. 제목은 <IM>이에요. 컨셉은 이쁘고 잘 놀고 돈 많고 남자쯤 가볍게 무시해주는, 비취스럽고 기갈진 당당한 나! (웃음)

 

미카 : 요 근래에 미국 드랙퀸이나 트랜스젠더분들이 음반을 내시기도 하거든요. 꽤 퀄리티도 높고, 인기도 꽤 많아요.

 

차세빈 : 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하리수 언니 외에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계속 흉내만 내고, 우리 것이 없는 느낌이잖아요. 이제는 우리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터울 : <PICK ME>를 이길 수 있는. (웃음)

 

차세빈 : <PICK ME> 우습죠. (웃음)

 

터울 : 2011년 SBS 스페셜 <하리수 10년, 그녀를 꿈꾸다>에서도 보컬 레슨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게성시대>에서도 말씀하셨고. 

 

차세빈 : 끊임없이 하고 있어요 아직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버블시스터즈의 서승희 언니가 봐주셨는데, 목소리 톤 자체가 워낙 많이 바뀌어서, 요즘에는 다른 친구가 하고 있어요. 

 

이종걸 : 힘들지 않아요?

 

차세빈 : 되게 힘들어요. 그리고 안되는 게 너무 답답해요. 짜증도 많이 나고. 그 때 저희 UNICON 콘서트 때 제가 라이브를 했었죠.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웃음) 

 

이종걸 : 이번 음원 작업 땐 가사를 직접 쓰시나요?

 

차세빈 : 참여는 같이 하고 있는데, 프로듀서분이 대부분 하실 것 같고 저는 아이디어나 이런. 제가 Looking-Star에서 Nicki Minaj의 <Anaconda>라는 곡을 공연한 적이 있어요. 그 공연을 보고 프로듀서분이 영감을 받아서 쓴 곡이에요. 진짜 좀 와, 저 누나 진짜 미쳤구나, (일동 웃음) Le Queen에서는 제가 좀 재밌고 코믹한 걸 많이 하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그런 모습을 처음 봤대요. 제가 무대에서 진지하게 공연하는 걸. 너무 멋있었다고, 그래서 바로 가서 작업했다고. 그렇게 탄생한 곡인데, 저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요즘에는 보기 힘든 엄청나게 강한 끼곡이 탄생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종걸 : 해외에 보면 드랙퀸 하시는 분들도 자기 노래 있고 그렇잖아요. 그러면서 행사도 하시고 해외공연도 하시고 하잖아요.

 

차세빈 : 행사가고 싶네요. 호텔밥 먹고 싶다. (웃음) 사실 나는 행사에 오라고는 하는데, 못가겠어요. 

 

이종걸 : 일정 때문에 사실 힘들지 않아요?

 

차세빈 : Le Queen을 빠지기가 너무 힘들어요. 

 

터울 : 이제 음원 나오면 활동에 들어가시겠네요.

 

차세빈 : 그런데 아마 방송활동은 안할 것 같아요. 음원 유통은 할 건데, 방송활동에 대한 욕심도 없고. 

 

터울 : 그래요? 있으실 법하기도 한데요.

 

차세빈 : 음, 뭐라 그래야 되지? 그곳은 너무 치열하고, 내가 끼어봤자 너무 뻔하고, 그런 느낌?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잘하자라는 생각이 요즘엔 더 강한 것 같아요.
 
터울 : 세빈씨의 확고한 씬이 오히려 생겨버린 상황이군요. 방송활동을 안해본 것도 아닌 거고.

 

차세빈 : 차라리 안해보고, 한번도 도전을 안해봤다면 되게 그런 데에 갈망이 있을 텐데, 전 그냥 클럽씬에서만이라도, 저를 사랑해주는 우리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계시잖아요? (웃음) 그 분들이 한번씩만 스트리밍을 해도 짭짤할 거예요. (웃음) 

 

이종걸 : 사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음원이 잘 돼서, 다른 곳으로 더 많이 유통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차세빈 : 일단 뮤직비디오를 멋지게 하나 찍어놓고, 그리고 Looking-Star에도 큰 무대가 있으니까요. 맨날 해야지 뭐. (웃음)

 

 

 

▲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2016) 스틸컷. 2016 부산국제영화제 비전부분 초청작.

 

 

 

3) 여배우의 꿈 : "부산에서 만나요"

 

차세빈 : 혹시 친구사이에서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질문 없어요? 나의 행보에 대해, 이런 걸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요. 역질문해야지. (웃음) 

 

이종걸 : 커뮤니티에서 해주실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 같아요. 커뮤니티의 롤모델로서,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활동들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난 마음연결 사업도 같이 했었지만, 저희가 좀더 제안할 것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이 기획할 수 있거나,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도 도움될 수 있는. 

 

차세빈 : 앞서 얘기나눴던 마음연결 프로젝트, Le Queen에서 했었던 '나는 립싱크 가수다'가 재밌었죠 아무래도.

 

이종걸 : 맞아요, 저는 그런 아이템도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런 게 커뮤니티와의 접점을 만드는 거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Le Queen, Looking-Star에서의 컨텐츠와 저희가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차세빈 : 저희한테 제안해주세요. 재밌는 게 많을 것 같아요. 

 

이종걸 : 우선 올해 할 수 있는 건, 지_보이스의 다큐 <WEEKENDS>가 곧 개봉할 것 같은데, 그 영화의 홍보를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고민하고 있는데, 

 

차세빈 : 거기에 저 나오지 않아요? 유일한 여배우인가요?

 

이종걸 : 그렇죠, 아무래도 (웃음) 

 

터울 : 거기 출연자들은 자기가 다 여배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어쨌든 실제 여배우는 유일하시죠. (웃음)

 

차세빈 : 다행이다. (웃음)

 

이종걸 : 그래서 홍보 전략 중에 이태원에서 개봉 전 시사회 관련 파티를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차세빈 : 그럼 저 올해 영화 세 편을 찍은 거군요. 빡세게 살았다. (웃음) 제가 출연한 <꿈의 제인>에는 <응답하라 1998>의 이민지씨도 출연하셨어요. 이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거예요. 

 

이종걸 : 어, 저희도 이번에 가는데. <WEEKENDS>로 가요. (웃음) 

 

차세빈 : 아 진짜요? 올해 신인상 노려봐야겠네요. (웃음) 그리고 <오브>는 올해 프라이드영화제에 출품될 거예요. 

 

이종걸 : 부산에서 같이 만나겠네요. 

 

차세빈 : 여배우로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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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는 2015년 12월 14일, 2016년 8월 21일 양일에 걸쳐 이태원의 호텔포차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사진을 제공해주신 차세빈님, 호치님, 터울님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 이종걸, 나미푸, 미카, 터울
정리 : 미카, 터울


※ 이 인터뷰의 내용과 사진은 차세빈님과 친구사이의 동의 없이 다른 곳에 게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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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