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37 김승환 : 19세 연하남

인터뷰 및 정리 : 코러스보이

 

2013년 5월 15일 문화대통령이라 불린 가수 서태지의 결혼발표에도 전혀 밀리지 않고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친구사이 현 대표이자 영화감독 겸 제작자인 김조광수 대표님의 결혼 발표였지요. 이와 함께 그동안 열아홉 살 연하의 동성애인으로만 알려져있던 ‘화니’의 정체가 당당히 공개되었습니다.

서른 일곱 번째 친구사이 커밍아웃 인터뷰는 친구사이의 퍼스트레이디 겸 레인보우 팩토리 공동대표인 김승환님과 함께 합니다.

 

코러스보이 : 반갑습니다. 김조광수 감독님의 19살 연하남으로 신비주의를 고수하다가 최근 결혼발표로 엄청난 대사회적 커밍아웃을 했는데요, 이후 개인적인 변화가 있는지?

승환 : 사회적 커밍아웃은 안했지만 사실 주변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 삶 자체는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제가 이걸 공개하면 사회적 이슈가 될 거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주변에서 굉장히 연락이 많이 온 게 차이점인 정도? 그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요. 특히 제가 공대 나와서 남자 선배들이랑 재밌게 많이 친하게 지냈었는데 옛날 학교 선배들한테도 연락 오고, 다행히 다들 축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코러스보이 : 인상적인 반응은 없었어요?

승환 : 음... 너 살찌게 나왔더라.(웃음) 사실 (기자회견시) 사진이 잘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날 메이크업 담당자가 펑크를 냈어요. 그래서 급하게 다른 사람이 했는데 제대로 못했어요. 근데 사람들이 (김조광수감독의 연하애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더라고요. 그래서 부담스러웠죠.

 

* 지금이라도 무를까 이런 생각도 들고.

 

 

코러스보이 : 기자회견장에 입장 할 때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다던데?

승환 :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왔어요. 기자회견 시작하기 두 시간 전부터 자리싸움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문을 1mm 열었는데 카메라가 딱 있는 거예요. 그 순간 부담스러운 거죠. 사진을 찍혀본 적도 없고, 원래 제가 나서는 걸 안 좋아하잖아요. 사실 광수형처럼 주목 받고 싶은 걸 좋아하는 과가 아니라서.(웃음) 일단, 아! 지금이라도 무를까 이런 생각도 들고.(웃음) 얼굴이 공개되면 앞으로 안 팔릴 거라는 생각도 들고...

 

코러스보이 :(웃음) 남자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승환 : (웃음)

 

코러스보이 : 기자들 중 호모포비아적 반응은 없었나요?

승환 : 웅성거려서 소리는 못 들었는데 표정은 읽을 수가 있잖아요. 어떤 기자들은 광수형과 제가 발언할 때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예요. 특히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래서 제가 보다가 들으라는 식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차별과 증오를 조장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딱 요정도만 이야기 했는데. 순간적으로 사람들이 어어 하는 분위기였어요.

 

코러스보이 : 상당히 센 발언이었는데요?

승환 : 나중에 개별인터뷰를 할 때 기자들이 혹시 예전에 이런 자리에 서 본적이 있냐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보통 그런 이야기는 못한대요. 저도 좀 놀랐던 게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 내공이 쌓여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친구사이 형들한테 고마운 게 그거 같아요. 언니들을 보고 배워왔던 게 그 순간 나왔어요. 당황하지 않고 정확히 지적하게 되는.

 

코러스보이 : TV 프로 인터뷰도 한 걸로 알아요. 인터넷 게시판에 악플들도 많이 달렸을 텐데요?

승환 : 저는 특이한 게 악플은 넘기면서 좋은 것부터 보거든요. 제일 좋았던 댓글은 ‘영상은 사진보다 낫네.’ 이게 젤 좋았어요.(웃음) 사람들이 사진이 실물보다 너무 안 나왔다는 말을 많이 해서.(웃음)

악플은 좀... 예전에는 기분이 나빴는데... 광수형이 예전에 악풀에 많이 시달렸었잖아요. ‘디 워 사건’ 때부터 해서. 예전에는 한번 제가 그들의 아이피를 추적한 적도 있었어요. 비밀리에 어떤 사람인지 뒷조사를 좀 해봤는데 막상 그 사람들의 개인 홈피나 블로그 같은데 들어가 보니 되게 소심하더라고요. 나른한 오후의 커피한잔 이런 곳도 있고. 약간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이더라고요. 뭔가 자기가 욕했을 때 별말 안할 것 같은 만만한 사람들한테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서 연민을 느꼈어요.

그리고 일단 세대가 변한 걸 느낀 게, 예전에는 나쁜 말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누군가 나쁜 글을 쓰면 또 다른 사람들이 그거에 대한 반박글을 쓰더라고요. 그래서 변화를 느낀 게 되게 좋았던 것 같았어요.

 

* 의사 선생님이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오히려 동성애 혐오증이 질병이다. 만약에 필요하시면 부모님이 상담을 받으시라고 하셨어요.

 

 

코러스보이 : 집에 커밍아웃은 어떻게 했어요?

승환 : 일단 아버지 어머니 다 있을 때 할 말 있다고 한 다음에 제가 동성애자라고 말했어요. ‘엄마 아빠. 나 동성애자야.’라고. 부모님이 되게 당황해했었는데 처음에는... 근데 그 이야기 하고 일주일 후에 광수형이 저랑 결혼한다고 기사가 난 거예요.

 

코러스보이 : 커밍아웃을 하면서 애인 있다고 이야기를 같이 한 거예요?

승환 : 아뇨. 그건 좀 별개의 문제 같아서 안했어요. 그런데 부모는 무서운 것 같아요. 직감이 있으신 거 같아요. 사실 신문 기사에 별 정보가 없었어요. 김조광수 감독 애인 나이가 몇 살이고 공대생이고 예명이 화니(닉네임)고... 근데 그 순간 딱 저라는 느낌을 받으셨대요... 그래서 이제 제가 게이인건 큰 문제가 아닌 게 되어버린 거예요. 애인이 나이가 많고 공개결혼식도 한다니까. 정체성 문제는 덮어지고 더 큰 사건으로 넘어가버린 거죠.

 

코러스보이 : 그래서 커밍아웃부터 결혼발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군요?

승환 : 중간에 대학병원 정신과에 가서 고칠 수 있나 알아보자고 하셨어요. 근데 제가 자신은 있잖아요. 1974년에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고 했고 세계보건기구에서도 한 얘기잖아요. 그래서 이미 게임 끝인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서 같이 갔어요.

 

코러스보이 : 혹시라도 그 정신과 의사가 호모포비아가 있어서 동성애는 정신질환이며 고칠 수 있다고 말했으면?

승환 : 사전에 뒷조사도 했고 그 의사가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면 정확히 따질 생각이었어요. 근데 그 분이 저희 부모님한테 아드님은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이건 오른손 왼손잡이의 문제랑 똑같은 문제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오히려 동성애 혐오증이 질병이다. 만약에 필요하시면 부모님이 상담을 받으시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희 부모님이 상담료 얼마냐고 물어보셨는데... 상당히 비쌌던 거예요. 바로 부모님이 아, 우리 괜찮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코러스보이 : 애인과 나이차이가 열 아홉 살이라는 것 때문에 화제가 되는데 주위에서 많이 시달리나요?

승환 : 음, 게이커뮤니티에 저에 대해서 한때 좀 안 좋은 소문이 났었어요. 나이 많고 돈 많은 남자 좋아한다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저한테 데쉬도 했었어요. 그때 갈 걸.(웃음) 근데 저도 생물학적 남성으로 한국에서 살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배우자한테 돈을 벌어오라는 걸 강요하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어릴 때부터 광수형한테 일이 힘들면 그만두라고 괜찮다고. 내가 벌 때부터는 그만둬도 상관없다고 (했어요.) 네. 그때는 진짜 일이 안되었었거든요.

 

코러스보이 : 흔들리지 않았나요? 학생이라 가진 것도 없고 애인은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인데?

승환 : 유혹은 있는데 그 유혹이 섹시하지는 않았어요. 일단 제가 이 사람을 사귀기로 마음 먹었고 이 단계를 참아봐야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힘들 때 떠나는 건 안 좋다고 봐요. 도리어 잘되었을 때 떠나는 게 최소한 연인에 대한 예의인거 같아요.

 

코러스보이 : 그렇군요. 그럼 지금은 잘 되었는데 떠날 생각 없나요?

승환 : 아직도 잘 안되었어요. (웃음) 조금이라도 제가 얻는 게 있어야 잘 된 거죠.(웃음)

 

코러스보이 : 김조광수 감독님은 당신에게 몇 번째 남자인가요

승환 : 사귄 건 네 번째 남자요.

 

코러스보이 : 잔 남자는?

승환 : 기억이 안 나요.(웃음) 얼굴이 기억 안 나서 말 잘 못하겠어요.(웃음) 저 정숙해요.

 

* 이렇게 오래 사귈 진 몰랐죠.

 

 

코러스보이 : 처음 만난던 순간 기억해요?

승환 : 첫 이미지가 사실 좋진 않았어요. 친구사이 정기모임이었고 그때 광수형 별명이 ‘친구사이 이다도시’였어요. 그때 광수형 옷차림이, 당시에는 무채색이 유행할 때였는데 혼자서 은색바지에 보라색 잠바에 녹색빵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그건 좀 아니었는데... 막 떠들고 있으니까 눈에 띄는 거예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코러스보이 : 첫인상이 별로였다면 어쩌다 사귀게 되었나요? 친구사이 20년사의 최고 스캔들인 10각관계가 그때 나왔다던데?

승환 : (웃음) 음... 갑자기 긴장이 되는데. 저 정말 솔직히 얘기해서 광수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데뷔하기 1년 전에 광수형이 A란 분이랑 사귀고 있었을 때였어요. 저는 지방에 있었고. 그때 친구사이 홈페이지는 참 활성화되어 있었어요. 지금 블로그처럼 회원들끼리 댓글도 많이 달고 생일축하도 하고. 그래서 맨날 동경했었어요. 와, 정말 재밌게 산다, 나도 서울 가면 여기 나가야겠다 생각했는데, 글 중에 광수형이 자기 연애에 대해 되게 솔직하게 쓰더라고요. 그런 태도가 매력적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 알고 싶다, 그랬는데 또 자기 사진까지 올린 거예요. 별명이 50미터 장국영이라고요.

 

코러스보이 : 그래서 막상 보니 장국영 맞던가요?

승환 : 음... (웃음) 두 번째 봤을 때는 약간 그런 느낌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광수형이 적극적으로 데쉬를 했죠. 더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 만났을 때는 (광수형이) 애인이랑 완전히 헤어진 게 아니었을 때라. 상대방이 워낙 상처를 받아서... 또 전 친구사이 신입회원인데 열심히 안 했잖아요. 그래서 형들이 봤을 때는 약간 물보고 가는 느낌? 그런 것 때문에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일단은 저를 미워하셨던 것 같아요.

 

코러스보이 : 광수형 말고도 데쉬한 사람 있었어요?

승환 : 네. 많았죠. 전 사실 저보다 작고 귀여운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근데 그동안 저한테 데쉬했던 남자들은 다 덩치가 크고 터프한 오빠들? 그런데 이번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을 사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다시 이야기하지만 저는 (광수형이) 적극적이라서 좋았어요. 적극적으로 자기의 매력을 드러내고 섹스어필도 할 줄 아는. 이런 게 매력적이었던 거 같아요. 이렇게 오래 사귈 진 몰랐죠

 

코러스보이 : 지금도 섹스어필해요?

승환 : 어....... 그럼요

 

코러스보이 : 침묵의 3초안에 많은 게 담겨있군요 (웃음) 사람들이 오래된 커플한테 궁금해 하는 게 권태기를 극복하는 노하우 일 것 같은데요?

승환 : 저희는 일단 남들과 다르게 섹스에너지가 삼년 넘게 갔었어요. 굉장히 오래 간 거죠. 그리고 서로 안 부딪쳤어요. 둘 다 하녀근성이 있는 깔끔한 타입이라서. 예전에 누군가랑 같이 사귀거나 살면 늘 스트레스를 받았었어요. 나만 일을 하니까 그리고 그거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니까 싸우게 되고. 근데 이 사람하고는 그럴 일이 없는 거예요. 서로 더하겠다고 싸우니. 근데 더 오래 갈수 있었던 건 그걸 넘어선 대화였던 것 같아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좋아도 일정 수준 이상의 대화를 막는 사람이 있잖아요. 근데 둘 다 그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관계 개선에 계속 노력을 했었고.

 

* 저는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 내가 준비를 끝냈다고 생각하고 실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코러스보이 : 부모님 인사는 다 끝났나요?

승환 : 이제 상견례 해야죠. 아, 저희 누나는 광수형 어머니 만난 적 있어요. 우리 누나가 사실 가족들 중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긴 했는데... 오늘도 사실 점심때 누나랑 매형이랑 같이 만났어요. 광수형이랑 같이. 근데 누나가 비로소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될지에 대한 거나, 결혼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물어보는 거예요. 법적인 호칭이 없는데 그렇다고 광수씨라 부르면 너무 남을 대하는 것 같고. 가족으로 대하면서도 남들이 봤을 때 어색하지 않은 호칭이 뭔지 고민이 된다고... 누나도 비로소 마음을 연거 같아요.

 

코러스보이 : 다행이네요. 가족들도 힘들 텐데 잘 이해를 해줘서.

승환 : 누나도 솔직히 이 상황을 예상했고 마음의 준비를 다 하고 인정했지만 막상 현실과 맞닥뜨리는 건 되게 힘들더래요. 그래서 친척들이 전화를 했을 때, ‘그래 내 동생 게이가 맞다.’고 말하는데 이상하게 자기가 눈물이 나더래요. 마치 제가 빙의된 것처럼.

 

코러스보이 : 좋은 가족과 애인을 둬서 쉽게 커밍아웃을 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승환 : 가족들이 기본적으로 대화가 되는 상대이긴 했지만 가장 중요했던 게, 저는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 내가 준비를 끝냈다고 생각하고 실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원치 않는 상황에서 알려진 게 아니라, 이제 진짜 내가 어떠한 질문이 와도 대답할 수 있겠다 확신이 들었을 때 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어떤 말을 했어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랬기 때문에 가족들도 저를 성인으로 인정하면서 성인대 성인으로 대화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커밍아웃의 시기를 잘 선택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아~ 너무 말하고 싶어 이렇게 해서 하는 것도 선택이지만, 저의 경험으로 봤을 때에는 스스로 준비가 되어 할 때 가장 완벽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왜냐면 내가 단순히 게이라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한다고 커밍아웃은 끝난 게 아니거든요. 끊임없는 회유와 설득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때 정확하게 대처를 하고 기준 있게 똑 부러지게 대처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 퀴어영화를 보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코러스보이 : 레인보우 팩토리라는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거긴 뭐하는 곳인가요?

승환 : 한국에서 유일하게 퀴어영화를 전문적으로 제작 수입 배급하는 영화사입니다. 주요 작품은 작년에 공동 개봉한 김조광수 감독의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있고요, 작년 베를린 영화제 테디베어상을 수상한 ‘라잇 온 미’를 수입하여 배급했었습니다.

 

코러스보이 : 흥행성적은?

승환 : (웃음) 딩딩딩딩~~ 근데 퀴어영화는 그 순간의 (극장)수익이 아쉽더라도 아주 낮진 않아요. 사실 VOD 수익 등의 결과물을 받아보면서 좋은 게 수익이 낮지만 안 떨어져요. 그래서 이 수준이면 언젠가는 손익분기점을 넘겠다 (싶어요). 수십 년 후가 아니라 꽤 조만간에. 그리고 제가 서울 엘지비티 영화제 일도 하잖아요. 그래서 퀴어영화를 보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이렇게 문화가 생기고 퀴어영화를 보는 거에 대해 부담감이 줄어들어야 극장관객도 늘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코러스보이 : 공대 나오고 외국도 갔다 오고 했는데 갑자기 영화 쪽으로 진로를 튼 이유는 무엇인가요?

승환 : 사실 미국에 가서 공부했던 이유 중 하나가 한국에서 살 생각이 없었어요. 게이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살 수 있을 까 생각했기 때문에요. 그래서 열심히 영어공부해서 학점 따가지고 장학생 나가서 거기서 대학원 시험도 본거였고, 근데 가서 사람들 사는 것 보니까 부럽더라고요. 자기를 드러내면서 그냥 정말 일상적이어요. 아직 한국 게이커뮤니티는 특정 공간에 나왔을 때만 좀 편하게 놀잖아요. 근데 얘들은 그게 아니고 어느 공간에서나 편하게 끼 떨면서 노는 거예요. 근데 그 안에서 나는 이질감을 느낀 거예요. 나는 동양인이고 영어가 완벽할 수도 없잖아요. 또 결국 제가 전공공부를 잘못한다는 걸 깨달았고.

그리고 가서 광수형과 매일 화상채팅을 했었어요. 사실 저 거기 갈 때는 헤어질 준비를 했었어요. 그 얘기를 했었고. 근데 광수형은 너는 반드시 돌아올 거다, 그 이유가 너는 전공과 안 맞다 (라고 했어요.) 저를 간파한 거죠. 그렇게 화상채팅을 하면서 제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는 걸 느꼈고.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던 거예요.

부모님이 그 과정에서 너는 왜 거기까지 가서 돌아왔냐고는 하셨죠. 돌이켜보면 그때 제 스스로 절충점을 찾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원하는 삶과 내가 게이로서 살수 있는 삶에 대해서 절충점. 어릴 때부터 타협점을 찾아오다가 이제 더 이상 못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한테 커밍아웃을 그렇게 하게 된 거에요. 저도 준비가 되기도 했었고 더 이상 절충점을 못 찾겠고 어느 순간 제 삶이 너무 피곤하고. 그래서 부모님이 굉장히 당황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게이인 것도 그렇지만, 제가 영화 쪽 일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근데 제가 일을 하면서 성과를 보여주면서 인정받았던 것 같아요. 또 제가 즐거워 하니까. 사실 저희 아버지도 공대 쪽 공부를 하셨는데. 공대공부는 너 같은 애가 하는 게 아니라고. 좀 더 머리가 좋아야 된다고 하셨다는.(웃음)

 

* 숨기는 것 보다는 자신있게 드러내는 게 결국은 가족뿐 아니라 많은 좋은 친구들을 평생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코러스보이 :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된 지도 십년 된 중견인데 소감은?

승환 : 저는 친구사이에 나온 게 제 삶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거든요. 제 자신을 확실히 긍정하게 되었고 동반자도 만났고 좋은 언니들 만나 사례들 보면서 배우고. 게이로서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 스스로 좋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친구사이는 제가 나올 때만 해도 사무실이 허름했잖아요. 화장실도 불도 안 켜지고 다크룸 같은 느낌이었고. 정말 좁은 데고 정기모임 하면 열다섯 명도 안 모이고... 근데 지금 친구사이라는 단체는 위상이 높아졌고 회원이 많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또한 가장 중요한 게 신입회원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사실 제가 막내를 되게 오래 했었잖아요. 일하지 않는 막내. (웃음) 알죠. 반성하고 있어요. 근데 그때 열심히 안 한 이유 중 하나가 서울교통을 잘 몰랐었어요. 집이 양재였기 때문에 종로에서 마지막 열차가 열한시 삼십 분인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이야긴데, 버스를 타는 게 겁이 났었어요. 형들이 지오다노 있는 사거리로 가면 새벽 몇 시까지 버스가 있다는데 거기까지 가는 게 겁이 나는 거예요. 딱히 누군가 데려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니까 그냥 제가 아는 교통편이 있으면 집에 가는 거예요.

 

코러스보이 : 그럼 앞으로 하고 싶은 건?

승환 : 엘지비티 가족모임이나 퀴어타운프로젝트 모임에 참여를 잠깐 했고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고요, 그리고 사실 이제는 여건이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한번은 대표를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의무감은 갖고 있어요. 제가 너무 많은 걸 얻었는데 그에 반해 제가 기여한건 너무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친구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지금 저보다 나이 많은 신입회원들이 있지만 그들이 언니들과 친하지는 않잖아요. 제가 그런 교류 역할도 하고 싶고. 많은 젊은 애들을 키우고 싶고 그래서 중간층을 탄탄하게 키워서 언니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실무는 내려놓고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게. 사실은 저는 언니급들은 그러한 비전을 제시하는 게 맞다고 보거든요. 새로운 사업에서 애들을 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언니들 체력에도 좋고.(웃음)

 

코러스보이 : 그 전에도 친구사이 운영위원으로서도 활동 할 기회가 주어졌을 텐데?

승환 : 제 스타일이 똑바로 안하면 안하자는 타입이라서. 근데 이전에는 제가 이중생활을 한 거죠.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면서도 게이로서 삶을 살다보니까 어떤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러면서 친구사이 활동을 소홀히 했던 것 같고. 레인보우 펙토리 시작한 이후에는... 사실 제가 영화 일을 실무적으로 책임을 맡은 건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던 거예요. 부담스럽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친구사이를 했을 때 과연 둘 다 잘 할 수 있을까?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광수형이 있으니까 애인이 열심히 하니까 난 좀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못된 생각도 있었고? (웃음)

 

코러스보이 : 용서할 수 없어.(웃음) 이제 마지막 멘트로 마무리할게요.

승환 : 저는 어쨌든 커밍아웃을 한 것 역시 제 행복을 위한 거였어요. 더 이상 남들이 원하는 삶의 기준에 맞게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습의 삶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어떤 장소에서도. 그래서 되게 만족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하고 싶은 건 본인이 준비가 되었을 때는 너무 숨기는 것 보다는 자신 있게 드러내는 게 결국은 가족뿐 아니라 많은 좋은 친구들을 평생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사실 커밍아웃 안 한 채로 나이 들면 외롭거든요. 그래서 어른들은 술을 많이 마시는 거고. 삼십대 중반이 되면 친구들이 다 결혼하고 바쁘기 때문에 더 이상 못 만나요. 서로가 서로를 잘 알게 되고 아껴줄 수 있는 시간이 지나버렸기 때문에 친구로 안 남거든요. 근데 저는 그러지 않고 친구로 남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꼭 저처럼 살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건 선택이기 때문에. 근데 이렇게 커밍아웃하고 살면 되게 편하거든요. 정말 장점이 많고. 어려움이 많더라도 극복하고 나면 좋은 미래가 있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네.

 

 

인터뷰에서 보듯 김승환 대표는 연인 김조광수 대표님 못지않게 유쾌하고 당찬 청년이었습니다. 모쪼록 그가 바라는 대로 국내에서도 퀴어문화가 풍성해지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동행에도 무한한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 합니다.

 

김승환님의 이메일 주소 day88kim@naver.com

 

※ 이 인터뷰의 내용과 사진은 김승환님과 친구사이의 동의 없이 다른 곳에 게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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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