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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인터뷰 및 정리 : 코러스보이

사진 : 선가드

 

지난 6월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국내 최대의 성소수자 행사인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그날 저녁 각종 뉴스 사이트의 첫 화면에는 이 퍼레이드에 대한 기사들이 속속 올라왔고 성소수자를 비난하는 댓글들 역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매년 열리는 퍼레이드임에도 올해 유난히 언론의 주목을 받고 비난의 표적이 된 이유 중 하나로 '게이창조'라는 깃발 아래 수영복 차림으로 참여한 일군의 '용감한 녀석들'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친구사이의 서른세 번째 커밍아웃 인터뷰는 그 용감한 녀석들 중 한 사람과 만난다.

 

# 인간의 몸이 더럽다거나 음란해서 (옷을) 입는 건 아니잖아요

 

서진석

 

코러스보이 : 커밍아웃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하게 된 동기는요?

진석 : 음... 예전부터 커밍아웃 인터뷰 읽어보고 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막상 제안을 받고서는... 인터뷰가 나간 후의 상황들을 생각해보니까 짜릿하기도 하고,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할 수 없으니 우려가 되긴 했지만.(웃음) 그래도 뭐 가족들한테도 얘기했고 ... 한 명 한 명 커밍아웃을 다 하면 힘들잖아요. 그래서 한방에 끝내려고.(웃음)

 

코러스보이 : 올해 퀴어 퍼레이드 때 퍼레이드카에 올라가셨잖아요? 나뭇잎으로 주요부분만 가리고 올라가서 깜짝 놀라게 했는데 본인 아이디어였어요?

진석 : 네. 게이창조라는 컨셉을 첨 들었을 때부터 그런 의상이 떠올랐고요. 전부터 약간 '에코게이'라는 컨셉을 생각했었어요. 왜냐하면 '성소수자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고 자연스러운 거다.' 해서 친환경적이고 에코적인 가치를 표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요. 마침 퍼레이드 컨셉과 맞물리면서 그렇게 해봤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코러스보이 : 트럭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어땠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봐 걱정되거나 부끄럽지는 않나요?

진석 : 처음엔 민망하기도 했는데요, 뭔가 자유롭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웃음) 그리고 사람들도 다 좋아해주시니까 신도 나고.... 나름 가린다고 가렸기 때문에...(웃음). 그래서 걱정 같은 건 안했고요, 그리고 저는 평소에 되게 얌전하게 살기 때문에 설령 보더라도 그걸 저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나름 자신감이 있었어요. 못 알아볼 거라는.(웃음)

 

코러스보이 : 특별히 기억나는 반응 있어요?

진석 :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안 놀랐어요. 저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줄 알았는데 보는 둥 마는 둥 해서.(웃음)

 

코러스보이 : 본인 사진이 찍혀서 어딘가 돌아다니는지 찾아보긴 했어요?

진석 : (웃음) 인터넷 뒤져봤는데 아무데도 없어서 실망했어요.

 

코러스보이 : 아직 국내에선 게이이미지가 호의적이지 않은데 편견을 강화시킬 위험을 감수하면서 굳이 벗어야 했느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진석 : 저도 사실 전에는 벗는 것에 대해서는 안 좋게 봤었거든요. 한국 정서에 안 맞는다. 꼭 벗어야 하나? 서양의 것을 그렇게 무분별하게 받아들어야 하나? 그렇게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되고 기분 나쁘진 않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음... 꼭 벗는 게 나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옷을 벗으면 음란하다 문란하다는 걸로만 자꾸 연관을 짓는데 사실 옷이라는 것도 추위나 더위를 피하고 바깥의 저항으로부터 가리기 위해 입는 거지 인간의 몸이 더럽다거나 음란해서 (옷을) 입는 건 아니잖아요. 인간의 몸 자체를 보여준다는 것 뿐인데 그걸 그렇게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웃음) 평소처럼 얌전하게 있거나 이슈가 안 되는 컨셉으로 하면 사실 사람들은 관심도 없어할 거고.

 

코러스보이 : 아까 평소 이미지가 되게 얌전하다고 했는데요?

진석 : 네, 원래 그렇고요. 평소 행동 자체가 얌전하게 생활하다보니,(웃음) 제가 말이 좀 없고... 사람들은 말이 없으면 다 얌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안하는 것 뿐인데.(웃음) 제가 원칙주의자적인 면도 있고, 규칙을 잘 지키고 질서를 좋아하고 말 잘 듣고.(웃음)

 

# 청년들과 함께 희망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진석

 

코러스보이 : 그래요. 그럼 말 잘 듣고 사회에 순응적인 게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소개 들어갑니다. 간단한 신상소개 부탁드립니다.

진석 : 이름은 서진석이고 나이는 스물 일곱 살이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대학교 4학년 1학기 마치고 휴학을 하고 대학생정토회라는 곳에서 상근 자원활동을 하고 있어요.

 

코러스보이 : '대학생정토회'가 어떤 모임인지 소개 한다면요?

진석 : 정토회라는 수행공동체에서 수행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인데 거기는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고 해서 수행을 기본으로 하면서 사회활동을 같이하는 단체예요.

 

코러스보이 : 불교모임인거죠?

진석 : 네. 정토회는 국제구호문맹퇴치활동도 하고, 환경운동도 하고, 한반도 평화통일 운동도 하고요,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고 수행도 하는 단체인데, 지금 하고 있는 건 평화재단에서 김제동씨랑 같이 전국 40개 대학을 다니면서 청년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토크콘서트를 하반기에 하려고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러스보이 : 학교를 쉬고 할 만큼 멋있는 활동인가봐요. 학교 졸업하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그런 활동을 하고 싶은 건가요?

진석 : 음, 일단 2012년은 굉장히 중요한 해니까요.(웃음) 제 인생에서 5개월 정도는 없다고 생각하고 올인 할 정도로 이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코러스보이 : 어떤 주제나 취지를 갖고 준비하는 행사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요?

진석 : 요즘 청년자살도 심각하고 좀 무기력한데 토크콘서트를 통해서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서 힘든 시기이지만 가볍게 웃음을 통해 청년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자 뭐 그런 취지구요. 김제동씨께서 기존에 하시는 토크콘서트가 또 티켓이 굉장히 비싸서 학생들에게는 좀 부담이 될 수 있는데 흔쾌히 재능기부로 함께 해주신다고 하셔서 웃음과 소통을 통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그런 행사를 만들고 싶어요. 근데 지금은 아직 기획단계라서 어떻게 될지는 사람들의 반응에 달려 있어요.

 

코러스보이 : 그 일이 끝나면 내년에는 뭐 할 건데요?

진석 : 올해는 이 활동에 올인 하고 내년에는 졸업을 하려면 상반기에는 공부를 좀 해야 할 거 같고요, 한 학기 남았으니까, 언어 전공이다 보니 중간에 끊기면 회복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상반기에는 공부도 하고 친구사이 활동도 병행하고, 하반기에는 졸업을 할 예정이어요.

 

코러스보이 : 졸업 한 다음의 전망은요?

진석 : 저는 지금 이 활동이 되게 재미있어요. 정토회는 꼭 사회활동뿐만 아니고 수행공동체로서 저는 아마 평생 계속 몸담고 있을 거고요, 친구사이와 마찬가지로 저의 한 정체성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 스님께서도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상한 것이 아니다.'고 하세요

 

서진석

 

코러스보이 : 기독교에서는 동성애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불교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요. 불교에서 어떻게 보는지 고민해 본 적 있는지요?

진석 : 네. 저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찾아봤는데 불교에선 차별하거나 이런 건 다 금지하고 있고, 불교 윤리학 책이 있는데 거기 보니까 거기서는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다 읽어보진 않았는데 되게 흥미롭더라고요.

정토회 지도법사님이 법륜스님이신데 스님께서도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상한 것이 아니다. 원래부터 있었다.'(고 하세요.) 석가모니 당시가 2600년 전인데 그때 이미 불경에 언급되어 있대요. '여성성을 갖고 있는 남자나 남성성을 갖고 있는 여자도 다 존재한다. 이상하게 볼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인정해야 한다.' 는. 그 말씀을 들으니까 되게 자긍심이 높아지고 정말 이상할 게 없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었고 사실 그 말씀을 듣고 제가 엄마한테도 커밍아웃을 하게 되고 자신감을 얻게 되었던 거 같아요.

 

코러스보이 ; 법륜스님이 직접 그런 발언을 하셨어요?

진석 : 네. 법륜스님은 즉문즉설이라고 해서 질문자가 질문하면 즉석에서 답변하는 방식으로 강연을 하세요. 그래서 어떤 강연 중에 질문지를 보시고 답변을 하셨는데 그때 그런 내용이 있었어요.

 

# 그래서 섹스는 하고 싶지만 애인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

 

서진석

 

코러스보이 : 즉석 불교강의 감사합니다. 게이커뮤니티에는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진석 :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 정체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있었어요. 근데 제가 제주도 출신이다 보니까 제주도가 되게 좁잖아요. 섬이고 그 안에서 너무 아우팅의 위험이 높아서 두려웠어요. 어떻게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은 육지로 가야겠다는 이런 생각에 공부도 열심히 했던 것 같고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꾹 참고.(웃음) 온라인으로만 어떻게 해봤는데 온라인에는 아저씨들이 막 번섹 이런 거 찾는 쪽지만 오고.(웃음) 난 친구가 필요했는데 친구를 못 찾았어요. 물론 몇 명 연락이 된 애들도 있었지만 갑자기 '나 탈반한다.' 이래가지고 상처도 받고...(웃음) 그렇게 하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학교모임에 와서 게이를 만났는데 되게 신기하고 막, 되게 평범하다 이런 느낌도 있었고, 아무것도 아니네, 똑같네 이런 느낌도 있었고, 재미있었어요.

 

코러스보이 : 그러다가 어떻게 친구사이에 온 건가요?

진석 : 친목 모임이나 이런데 가면 다 술 마시고 놀고 이러잖아요. 전 술 마시고 노는 게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았어요. 이반들은 만나고 싶은데 나가려면 다 술 마셔야 되고 나는 거기 적응하고 어울리려면 힘들고...... 초반에는 사실 다 경험해보고 싶어서 형들 따라서 이태원 빠도 가보고 클럽도 가보고 여기저기 다 가봤거든요. 근데 힘들고 적성에 별로 안 맞았어요. 그렇게 방황하다가 포털사이트에서 사람들을 일대일로 (웃음) 친구의 목적으로 오로지 친구의 목적으로, 많이는 아니고 열댓 명 정도 만나봤는데... 만나도 그냥 영화보고 밥 먹고 이정도 수준에서만 끝나지 더 이상 진전이 안 되고 뭔가,(웃음) 모텔을 안가고 잠을 안자니까 흐지부지되고 연락도 안 되고, 그런 관계가 질리더라고요. 질려갈 때 쯤... 친구사이도 사실 이십대 초반부터 관심을 갖고 들락날락하면서 지켜봤어요. 제가 원래 인권이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이 있었어요. 근데 군복무도 마치고 더 이상 걸릴게 없겠다 싶어서 한번 와본 거죠.

 

코러스보이 : 사람들 번개로 만나면서 모텔도 안가고 그랬다고요?

진석 : 저는 아까도 얘기했지만.(웃음) 보수적이고 좀 원칙주의적인, 그런 거 있잖아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하고는 관계를 하고 싶지 않다, 이런 걸 신념으로 갖고 있어요. 그래서 섹스는 하고 싶지만 애인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웃음)

 

코러스보이 : 사랑이라는 게 첫눈에 확 좋아지거나 반할 수도 있는데?

진석 : 저는 첫눈에 반하지 않는 성격이어요. 천천히 오래 지켜봐서 마음에 들어야 마음이 싹 가지. 그 사람이 아무리 잘생기고 좋아도, 가슴이 뛰고 이런 건 있지만 저 사람하고 사귀고 싶다 애인하고 싶다는 건 아닌.

 

코러스보이 : 음, 일단 패스하고요. 친구사이나 성소수자 커뮤니티 활동을 본격적으로 해보니까 어때요? 좋은 점과 싫은 점을 짚어서 말한다면?

진석 : 좋은 건 그냥, 그냥 좋아요.

 

코러스보이 : 여기서도 술은 마시는데?

진석 : 아, 여기는 강요를 안 하니까. 다른데 가면 막 마셔라 왜 안마시냐 그러는데. 처음 여기 와서 뒤풀이 할 때 좋았던 게 술을 강요 안 해서 좋았던 거 같고요. 사실 제가 엄마한테 커밍아웃할 수 있었던 것도 친구사이라는 빽이 되게 든든했거든요.

처음에는 친구사이에도 적응하기 힘들었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친구사이가 약간 폐쇄적이라고 해야 하나? 가족 같은 분위기의 장단점이 있는데 장점은 결속력이고 단점은 되게 다른 사람이 끼어들기 힘들다는 그런 점인데 처음 왔을 때 그런 걸 느꼈거든요. 다들 친하고 가족 같은 분위긴데 나는 되게 어색하고 그렇다고 뭔가 친해질 기회는 별로 없고, 정기모임 가도 저같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면 친해지기 힘든... (웃음) 그래가지고 초반에는 그만 나올까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근데 뭐 그때 들었던 생각이'나는 여기 인권운동을 하러 온 거지 연애를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건 부수적인 거다. 차차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랑 자연스럽게 친해질 거다.'하는.(웃음) 저는 놀면서 친해지는 것 보다는 일하고 활동하며 친해지는 편이예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더 열심히 활동을 해야겠다 해서 마라톤도 가고 이것저것 기회 될 때마다 가서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던 거 같아요.

 

코러스보이 : 개인적으로 저도 옛날 친구사이 처음 왔을 때 비슷한 생각 했었어요. 주위 친구들이 연애도 하고 잘 나갈 때 그런 생각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렇게 계속 혼자 남게 된 거야.(웃음) 그러니 제발 생각을 바꾸세요.

진석 :(웃음) 전 아직 연애에 대한 바람을 버리진 않았어요.

 

코러스보이 : 나도 안 버렸어요. 연애가 날 버렸지.(웃음) 그럼 친구사이에서 고쳤으면 하는 부분은요? 언니들 너무 무서워요 라든가.

진석 : 안 무서워요.(웃음)

 

코러스보이 : 우린 동생들이 무서운데.

진석 : (웃음)

 

# 예쁜 애들만 좋아해요

 

서진석

 

코러스보이 : 단점이 없다는 건가요?

진석 : 다들 열심히 해나가니까. 음... 굳이 끄집어 내자면, 생각나는 게 하난데. 경험 많은 언니들이 주축을 이루다보니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언니들의 의견대로 끌고 가려고 하는 거? 그렇다고 젊은 애들이 막 치고 올라오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것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거 같기도 하고요. 경험 많은 언니들이 의논해서 결정을 하면 젊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거나 개입되는 기회가 적다는 거? 세대 간의 의견을 서로 경청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

 

코러스보이 : 그렇군요. 운영위원들 중에는 아무래도 젊은 친구가 적으니까.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진석 : 아, 하나 더 있어요. (웃음) 예쁜 애들만 좋아해요. 외모지상주의가 눈에 보여요.

 

코러스보이 : 게이 커뮤니티가 다 그렇죠. 친구사이는 그나마 덜한 편인데...

선가드(사진) : 여기 예쁜 애가 어딨다고 그래요?

 

진석 : (웃음)아, 예쁜 애를 챙겨주는 게 아니고 안 예쁜 애를 안 챙겨주는 거 (웃음) 다 이제 평등하게 챙겨줬으면 좋겠다 이런 거. 사실 저도 그렇게 하는 건 힘든 거긴 한데 눈에 보일 정도로...

 

코러스보이 : 아, 난 어릴 때부터 언니들이 항상 날 챙겨줘서 그런 거 못 느꼈나봐.(웃음) 알겠어요. 앞으로 잘 챙겨줄게.

진석 : 네. 좀 챙겨주세요.(웃음)

 

# 사회에서 차별받고 어떻게 되더라도 친구사이는 나를 지켜줄 것 같다는 든든한 마음이 들었어요

 

서진석

 

코러스보이 : 엄마한테 커밍아웃은 어떻게 했어요?

진석 : 작년 8월에, 음... 아까도 얘기 했듯이 저에게는 제 인생에는 두 개의 든든한 빽이 있어요. 하나는 정토회 하나는 친구사이요. 제가 지금 되게 적극적으로 변한 거거든요. 제가 정토회를 만난 게 2009년부터 해서 수행을 3년 정도 한 거예요. 수행을 통해서 제 인생이 (변했어요.) 전 어렸을 때부터 뭔가 좀 비관적이고 염세적이고 속세를 싫어하고 그랬어요. 일곱 살 때부터 알았으니까 성정체성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은데 세상은 왜 이럴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부정적인 아이였어요. 겉보기에는 잘 웃고 착해 보이고 얌전하고 이래서 사람들은 잘 몰랐을 건데 제 안에는 저항심, 부정적인 감정들이 되게 많이 있었거든요.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도 되게 힘들고 안 좋아하고 그랬는데, 정토회에서 수행하면서 많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지고 밝아지고 그런 게 있었어요. 같은 또래들이랑 많이 어울리고 인도 국제 자원활동도 갔다 오고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게 덜 어색해지고 그렇게 되다보니까 친구사이에도 나올 수 있게 되었고요.

친구사이도 10대 때부터 홈페이지 들어와서 보고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사실 아우팅은 별로 두려운 게 아니었고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게 저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어요. 그런 게 좋아지니까 친구사이에 나올 수 있었던 거고.

친구사이에 나와서 언니들을 보면서 되게 인상적이었던 게 저는.(웃음)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같이 마라톤 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요. 마라톤 끝나고 버스를 타고 종로로 오는데, 언니들이 우루루 타가지고 사람들 있는데서 막 얘기를 하는데,(웃음) 저는 마음이 막 졸이는 거예요. 사람들 쳐다보는데 언니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저 혼자만 가슴 졸이고 민망해하고, 그런걸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던 거 같아요. 아, 난 왜 이걸 부끄러워할까. 많이 생각하게 되고 당당한 모습들 보면서.(웃음)

 

코러스보이 : 미안하네요. 부끄럽게 해서.(웃음)

진석 : 그런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저도 영향을 받았고 되게 자긍심도 높아졌고, 친구사이 사람들하고 조금씩 친해지면서 '되게 든든하다. 내가 이 사회에서 차별받고 어떻게 되더라도 친구사이는 나를 지켜줄 것 같다.'는 든든한 마음이 들었어요. 작년에 스물 여섯 살이었으니까 독립할 나이도 됐고 그래서 저는 설령 이게 안 받아들여지고 집에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친구사이도 있고 정토회도 있고 충분히 혼자 살아갈 수 있겠다 하는 중심이 딱 잡힌 거예요.

엄마한테 커밍아웃하기 전에는 엄마가 받을 충격도 걱정이 되고 해서 며칠을 고민을 하고 전전긍긍하면서 되게 힘들었던 거 같아요. 넘기 힘든 산이었던 거 같은데 그래도 결심을 하고 딱 얘기를 했는데,(웃음)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

 

코러스보이 : 엄마의 첫 반응이 뭐였어요?

진석 : 직접 말하기엔 심장이 너무 떨려가지고,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데... (웃음) 친구사이 브로셔를,(웃음) 살짝 주면서 엄마 이거 보라고 하니까 엄마가 이게 뭐냐 하면서 보시더니... 엄마 반응이 되게 웃겼어요. '너 이런 데 취미있냐?' 그런 식의 반응이었어요.(웃음) 엄마는 단순히 제가 인권단체에서 자원활동 하는 줄 아셨나봐요.(웃음) 근데 전 심각하게 바로 말도 안하고 '바비를 위한 기도'라는 영화를 같이 봤어요.(편집자주 : Prayers for Bobby 2009년 미국에서 제작 방송된 TV영화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소년이 커밍아웃이후 가족들의 몰이해로 자살하게 되고 이후 어머니가 변화한 실화를 소재로 했다.) 엄마한테 얘기하기 전에 두 번 정도 울면서 미리 보고 같이 봤는데 엄마는 (영화에 나오는) 저 엄마 이상하다고 나는 저렇게 까지 안한다 그래가지고...(웃음)

 

# 아, 내 인생에 이런 순간도 오는구나

 

서진석

 

코러스보이 : 작년에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 현장에 어머니께서 오셔서 지지발언을 해주셨잖아요. 너무 놀랍고 감동적인 경험이었거든요. 한국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이런 엄마를 둔 사람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놀랐던 게 그 와중에 진석님이 대중들 앞에서 '제가 우리 엄마를 인터뷰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풀어갔었는데 그것도 놀라웠고요.

진석 : 감동 받았다니까 참 좋긴 한데...(웃음) 엄마는 별생각 없이 오셨던 거였는데. 그러니까 그날 어디 지방에 갔다 서울로 오시던 길이셨고 저는 그 전부터 약간 벼르고 있었어요. 저는 학생인권조례 땜에 농성을 하고 있었고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엄마를 소개시켜드리고 싶다. 이런 엄마도 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요. 마침 지지발언 하는 시간대에 엄마가 올라오신다는 거예요. 엄마한테 전화가 왔길래 지금 농성 하고 있으니 오라고 하니까 엄마는 그런 심각한 자리인지 잘 모르고 '아 내가 거기 가도 되냐. 등산복차림에 엄마 말도 조리있게 잘 못하는데 가도 되냐.'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하고 오시라고 해서 지하철에 마중 나가서 모시고 오면서 엄마를 그냥 소개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침 사람들 되게 지쳐하고 힘들어할 때니까 재미있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서 인터뷰를 하고 그랬죠. (웃음) 근데 엄마랑 같이 걸어가면서 눈물이 막 날려고 했어요. 정말 아, 내 인생에 이런 순간도 오는구나. 일곱 살 때부터의 한이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숨기고 살았던, 정말 내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철저하게 숨겨야 했던 뭔가가 북받치면서 울컥하더라고요. 이렇게 엄마를 모시고 학생인권조례라는 뜻 깊은 자리에 함께 가서 우리 엄마를 소개시켜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고 엄마한테 너무 감사하고 감격해서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꾹 참고 했던 기억이 나요.

 

코러스보이 : 또 울컥하네요. 보시는 분들도 감동받을 거 같아요. 엄마 외에 다른 사람들한테는요?

진석 :작은누나한테 맨 처음 했고 그담이 큰누나였고요. 그리고 뭐 학교 친구는 딱 한 명. 룸메이트 했던 친구. 그 친구도 제가 정토회 소개해서 백일출가도 하고 그랬어요.(웃음) 후배들도 몇 명 알고 있고 저는 일단 커밍아웃을 할 때는 제 나름의 기준이 있어요. 이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따지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위주로.... 지금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도 두세 명 알고 있고요.

 

코러스보이 :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그 분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일반 시민들의 인권감수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는 김제동씨라든가 동료 활동가들 한테도 더 많이 커밍아웃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진석 : (웃음)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이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

 

코러스보이 : 성소수자 가족 모임에 어머님 몇 번 나오셨죠?

진석 : 네. 바로 지난번 모임 때는 제주도에 바쁜 일 있어서 못 오셨는데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엄마는 멀리 제주도에 사시고 나이도 있고 매번 오시기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제가 보기에 가족모임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이 오셔서 치유하고 공감하고 하는 프로그램 같은데 엄마는 이 모든 걸 받아들이시니까 뭔가 갭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뭐 다른 사람들한테 이런 엄마도 있다는 걸 소개한다는 측면에서 모시고 왔던 건데 제가 보기엔 죄송한 거예요. 헛걸음 같고. 그래도 엄마는 오히려 '사랑하는 아들 못가서 미안해.' 하시니까 더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런 게 좀...

 

코러스보이 : 그렇죠. 가족모임도 다른 자조 모임들처럼 비슷한 고민이 있는 분들이 오셔서 치유 받고 변하고 또 새로운 분들이 오시고 하면서 자생력을 갖추어 나가야 할 텐데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친구사이에서도 외부에 홍보를 하고 지원을 하는 게 좋겠죠. 잠시 쉴게요.

 

(off the record)

 

진석 :옷 갈아 입어야지.(웃음)

선가드(사진) : 설정샷 하나 찍을까요?

진석 : 거긴 별로일거 같아요. 색깔이.

선가드(사진) ; 여기 메모 좀 보세요. 하루만 외로워보고 싶다고 적혀 있어.(웃음)

 

# 연애는 안하지만 동거나 결혼은 가능해요

 

서진석

 

코러스보이 : 이제 마무리할게요. 젊은 회원 중 대표주자의 한사람으로 친구사이의 교육팀을 맡고 있는데요, 또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진석 : 음... 처음 친구사이에 오기 전에는 드러나는 사람들은 다 언니들이라서 사람들 연령대가 높을 줄 알았어요. 근데 오니까 젊은 친구 또래들이 많이 있어서 좋았고 인권이라고 해서 어렵거나 고리타분한 단체가 아니구나 했어요. 언니들조차도 되게 다들 젊은 감각이 있고 한 단체니까 어려워하지 말고 친구사이의 문을 많이 두드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긍심을 많이 가지라고 하고 싶어요. 게이라는 건 이상한 게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정말 한번 뿐인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걸 알리기 위해 자기 주위에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커밍아웃을 한 명 한 명 해나갔으면 좋겠다,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하다보면 막 계속 하게 되고 다 하고 싶고 이런 마음이 들기 때문에.(웃음)

지금도 약간 이게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페이스북에도 올릴 예정이거든요. 내가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지는 않을까 어색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부터 시작해서 내 활동에 뭔가 지장이 되지 않을까... 사회적으로는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앞으로 혐오범죄의 표적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왜냐하면 제가 앞으로도 워낙 설치면서 활동을 하고 싶으니까요.(웃음)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하는 건 커밍아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코러스보이 : 꿈이 거대하군요.

진석 : (웃음) 저는 커밍아웃 인터뷰가 가볍기만 하기보다 가끔 무거운 것도 있어야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 그런 것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게이라고 하면 뭔가 편견 같은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잘 꾸미고 섹스에 개방적이고 예술적이고 뭐 그런... 저는 되게 특이한 케이스 같다고 생각했어요. 불교 수행자에, 연애도 스물 일곱 살에 한번밖에 안 해본데다가... 그런 여러 가지 점들이, 뭔가 고정관념을 깨는 케이스인거 같아서 커밍아웃 인터뷰를 통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바꿔주고 싶다는 것도 있었던 거 같아요.

 

코러스보이 : 참. 그러고보니 중요한 질문 하나 빠졌어요. 지금 애인 있어요?

진석 : 없어요. 아 근데 하반기 5개월 동안은 연애를 안 하려고요.(웃음)

 

코러스보이 :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사랑이 예고를 하고 오는 것도 아니고.

진석 : (웃음) 연애는 안하지만 동거나 결혼은 가능해요.

 

서진석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그 사람의 독특한 말버릇이나 습관에 전염될 때가 있다. 진석님은 대화 중 자주 웃음으로 여백을 주곤 했다. 물론 인터뷰를 정리하는 입장에서는 서술어 대신 웃음으로 말을 맺는 습관이 달가울 수만은 없다. 하지만 그의 수줍은 미소와 삼초마다 터지는 웃음소리야 말로 그의 말처럼 가장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읽는 모든 분들도 그의 풋풋한 미소가 주는 매력에 취하고 여백이 주는 사색의 기회를 즐겨보시기 바란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페이지 : http://www.facebook.com/Eokkaedongmu

법륜스님 즉문즉설 : http://www.youtube.com/user/jungtosociety/videos

이메일 : sksjsn@gmail.com

 

※ 이 인터뷰의 내용과 사진은 서진석님과 친구사이의 동의 없이 다른 곳에 게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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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23 김조광수 : 골드게이 다이어리

    인터뷰 및 정리 : 라이카 사진 : 차돌바우 안녕하세요. 2010년도에 커밍아웃 인터뷰를 담당하게 된 라이카입니다. 잘 읽어주세요.^^ 이번 인터뷰는 게이 커뮤니티나 인권단체 혹은 자신의 일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게이들’ 이라는 주제로 진행이 되었구요, 이 주제로 두 명의 인터뷰가 실시되었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김조광수님 입니다. 영화제작사 ‘청년필름’의 대표이고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선생님이면서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활동가이며 얼마 전부터는 퀴어영화를 직접 만드는 감독님까지 그 활동영역을 넓히신 분입니다. 4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모든 일에 최...
    Date2010.03.19 Reply28 Views3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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