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기운을 빌려 겨우 잠든 새벽녘 문득문득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렇게 깨어버리는 새벽녘이면 까만방, 홀로 남겨진 것
지나가는 기차소리, 자동차의 경적 소리마저 서글프게 만들어버립니다.
얼마나 더 인식해야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겨지는 것은 나 홀로임을 알까요?
그렇게 깨어버리는 새벽에 서글픔이 눈가를 적시면
아직도 세상에 어설픈 나로인해 어깨조차 들썩이며 울어버릴 수 없습니다.
그렇게 피가 터지도록 부닥쳐도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세상살이에 피를 토해내는 제가 하찮아서 쓴 웃음이 납니다.
왜 그렇게 10년을 동성애자로 살아야만 했는가?
왜 여자가 좋은가?
혹시 나까지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은 아니냐?
당신 부모에게 유전되었느냐?
가정 교육을 잘못 받았느냐?
동성에게 당해서 동성애자가 된 것은 아니냐?
.
.
.
너 정신병자냐.....?
가족과 지인, 타인들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던 모질어진 자신감에
오늘도 다리가 꺽여 주저앉습니다.
내안에 꾹꾹 눌러왔던 정체성은 소리칩니다.
이대로는 비명한번 못 지르고 죽어버린다고...
직장의 30중반의 부치의 성향이 강한 여자분이 가까운 회사지인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 사실이 회사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버렸습니다.
그 여자분을 질시하며 경멸하고 개..쓰레기보듯
쳐다보는 눈 빛들에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습니다.
소문하나로 직장 생활이 그렇듯 잠식되어간다는 것...
나에게 다가올 미래인 것같아 무섭고 오금이 저립니다.
누군가 "너는 저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는 물음에
함께 동조하며 조롱했던 저였습니다.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나는 아니라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지금 사귀는 애인을 남자라고 속여 말했습니다.
그 여자분께 죄스러워 눈도 마주칠 수 없습니다.
제가 너무 속물이라 죽고만 싶습니다.
지친몸을 어디로 뉘이고 잠들지 모르는 새벽녘은 제게는 생지옥입니다.
그렇게 대책없이 잠에서 깨어버리는 새벽녘은
제게 감당하기 어려운 서글픔 그 자체입니다.
가슴이 미어질정도로 보고싶어서 그리고 그사람의 품이 그리워서
아침해가 뜰때까지 이메일도 써보았던 기억이 있네요.
뭐 지금은 새벽녘에 깨면 내일 아침 뭐먹을까 하는 생각속에 빠져있어요. 히히 (x10)
힘내세요! 아자~앗!(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