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여장남자 동성애에 대한 상반된 시각
[헤럴드생생뉴스 2006-01-24 17:36:53]
‘예쁜 남자’ 이준기가 영화 ‘왕의 남자’에서 일으킨 돌풍으로 ‘여장남자’가 환호받고 있다. 이준기가 극중 드러내는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너그러워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여장남자 ‘공길’ 역의 이준기는 자신 안에 있는 여성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남성이라 해서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도시 꽃미남 메트로섹슈얼과 구분해 ‘크로스섹슈얼’이라고 지칭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시각들은 주로 영화계에서 강화되고 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은 “‘왕의 남자’에는 동성애가 광대패 놀이에 접목되면서 계급이 역전되는 다층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면서 “인습에 얽매이지 않고 연산(정진영)이 공길에게 빠지는 나르시시즘은 파격적이지만 별로 어색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여가심리학자들이 여가문화학회의 한 행사로 영화 ‘왕의 남자’를 관람한 후 가진 토론에서는 여장남자와 동성애에 대해 조금 다른 사회적 시선이 읽혀진다.
심리학 박사인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여장남자는 그동안 희극에서 자학적 웃음의 소재로 차용돼왔는데 ‘왕의 남자’에서는 정극이긴 하지만 비극으로 나타났다”면서 “여장남자나 동성애가 대중에게 수용되려면 희극과 비극 양 극단 사이에 중간 단계로 존재하는게 중요하지만 아직 그러한 사회심리학적 변화는 없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왕의 남자’가 드러내는 여장남자와 동성애 코드는 우리 삶속의 일상적인 카테고리가 아닌 가상의 카테고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로 불리는 남자가 이준기외에 몇명이나 있겠느냐”면서 “1~2명의 이미지가 여장남자나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크로슈섹슈얼은 이준기 한명뿐이라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서울성의학클리닉 원장이자 성의학자인 설현욱 박사는 “1980년 동성애를 정신병 분류에서 삭제했지만 다시 질병으로 분류하는 정신분석학자도 적지 않다”고 최근의 경향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킨제이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성인 100명중 30명 정도가 다른 남자를 대상으로 오르가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나와있다”면서 “‘왕의 남자’의 높은 인기는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동성애적 공포를 예쁜 남자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시킨데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여장남자나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정 문제는 차지하고 인간 내면에 잠재돼 있는 동성애적 요소를 이 영화가 예쁜 남자로 건드려 성공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왕의 남자’로 이런 견해들이 공론화되기 보다는 ‘여장남자’의 겉모습에 치중돼 이준기가 ‘예쁘다’는데 환호하고 있다. 광고기획자들이나 마케팅 관계자들의 상업적 전략에 의해 인간 내면의 진화 없이 겉모습만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문화부족의 다양화는 겉모습을 소비하는 순간이 지나가면 공허함을 남긴다.
따라서 ‘왕의 남자’의 이준기 신드롬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여장남자와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인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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