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로 나온`여장남자`들…
[헤럴드경제 2006-01-26 14:02:11]
영화`왕의 남자`돌풍 이후 인터넷카페 우후죽순 "여자옷 입는게 좋아…이상한 눈으로 보지마세요"
`여장남자면 어때?`
최근 `여장남자`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여장남자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여장남자 및 크로스드레서 관련 카페에는 남성들의 자유로운 `여장 체험담`이 오갈 정도다. 이제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장남자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이들은 그동안 음지에 머물러 있다가 최근 영화 `왕의 남자` 돌풍 이후 양지로 나올 수 있게 됐다. 여장남자 인터넷 사이트인 `러쉬`의 회원 수는 현재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평균 연령층은 20대 후반이다. 이 밖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여장남자` 및 `크로스드레서`라는 검색어로 찾을 수 있는 카페만도 20여개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페당 회원 수가 적게는 수백명에서 최고 5000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어깨가 넓어 여자옷을 입어도 잘 맞지 않는다` `롱스커트를 입었는데 치마가 뜯어졌다` `발 사이즈가 275㎜인데 하이힐이 맞는 게 없다` 등 다양한 정보가 이곳에서 교환된다.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자신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이 트랜스젠더 및 동성애자인 `이반`쯤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 이 사이트 회원인 홍모(27) 씨는 기자와 e-메일 인터뷰에서 "크로스드레서인 우리는 이성의 복장을 하는 것 자체로 큰 만족을 얻는데 주위의 시선은 자꾸 우리를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간다"며 "각자 패션에도 선호하는 기호가 있듯 우리는 단지 여자옷을 입는 것을 즐길 뿐"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최근 서울 신촌과 종로, 이태원 일대에는 여장남자를 위한 공간도 등장했다. 이성커플이 아닌, 여장남자를 위한 카페로 술과 음료, 간단한 식사를 팔며 이들의 커뮤니티를 돈독하게 유지시켜 준다. 이들은 이곳에서 이성과 가족, 군대문제 등 다양한 고민을 나눈다.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모(22) 씨는 "며칠 전 병무청에서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왔는데 아예 신검 때 여자옷을 입고 가라는 조언도 들었다"며 "맞는 여자옷을 쉽게 구할 수 없어 아예 인터넷으로 외국의 직수입 제품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여장남자 가운데는 아내와 자녀를 둔 가장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평상시에 남자로 살아가지만 일시적으로 여성 의류와 화장품 등을 통해 자신을 여자같이 치장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장남자 카페와 사이트 등지에서 조건만남, 업소호객과 같은 불법 행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 이들과 교제를 원하는 남성들의 경우 실제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고 이들 여장남자들을 유혹하는 실정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일하는 한 양성애자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 등에 가면 여장남자들과 즉석만남을 벌이며 성관계까지 이어지는 등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돈을 받고 이들 양성애자와 관계를 맺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김지만 기자(manj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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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반'쯤으로 치부"라니. 딱 걸렸어. 내 친히 내일 전화걸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