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우연한 자리에서 옛 은사님을 만났다.
십년 전 모습 그대로셨다.
"선생님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라고 눈웃음을 치며 인사를 드렸더니
"넌 변해서 밖에서 보면 못 알아보겠는데?. 많이 예뻐졌어."
라고 하셨다.
황당, 당황, 뻘쭘해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럼 그렇지. 그동안 자뻑병에 걸린 동물의 왕국에서만 놀다보니 내가 날 제대로 몰랐었던가 보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은사님은
"나중에 따로 시간 좀 내줘."
하고 나가시는데 괜히 기분이 묘하다..
얘, 모던보이야. 나 진짜 지나치게 이뻐진 거 맞니?
2. 밤근무를 서는 곳의 당직실에는 쥐가 산다.
어떤 날은 내가 쪼그려 조각잠을 자는 의자 밑에서 튀어나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쓰레기통 속에 빠져 버둥거리기도 한단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며칠 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한테 대청소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말씀드렸는데 진짜 청소를 하셨던 듯...
오늘 혹시 내 것이 아니냐고 잃어버렸던 귀고릴 내미셨다. 주로 쥐가 기거하는 소파 뒤에서 찾은 거라고.
그동안 어느 찜방에 두고 왔나, 헬스장에서 샤워하다 흘렸나 포기하고 있던 건데... 내가 자는 사이에 쥐가 물어다 제 보금자리에 간직하고 있었던가 보다. (여긴 사무실처럼 공간이동 따위의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곳이 아니니까.)
찝집했지만 소독약으로 박박 문질러 닦은후 다시 제자리에 달았다.
귀가 묵직하니 므흣하다. 쥐도 이쁜 건 안다.
나는 게이가 아닌가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