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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03-04-21 () 18면 2215자  
제4의 性 ‘범성애’ 대두  

제4의 성, 범성애(Open Sexuality)적 취향이 대두한다.

과연 세상에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뿐일까. 만약 육체적으로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이 지닌 여성적인 측면을 사랑한다면 그는 동성애자인가 이성애자인가. 주중에는 이성애자로 살면서 주말에 게이클럽에서 즐기는 ‘주말게이’들의 성적 정체성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자칭 남자 페미니스트인 대학원생 진모(25)씨는 여자친구가 두 사람의 관계에서 남자 역할을 한다. 이전에 동성과 애인관계를 맺기도 했고, 때론 여자처럼 치장해서 외출하는 경우도 있다는 그는 “사랑의 대상은 성정체성이 아닌 ‘사람’으로 결정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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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로 커밍아웃했던 대학 미술강사 이정우(33)씨는 지난해 여성과 결혼을 했다. 그렇다고 단순한 양성애자는 아니다. 자신을 게이쪽에 가까운 양성애자란 뜻에서 ‘바이섹슈얼 게이’라고 명명하는 그는 “동성애와 이성애 사이의 수많은 섹슈얼리티 스타일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문화평론가 변정수(37)씨는 자신을 “남자의 몸에 갇힌 레즈비언”이라 표현한다. 사회적으로 남자지만 친교 과정에서 자신 안의 남성성이 아닌 여성성이 작용해 다른 여성과 자매애(Sisterhood)를 나눈다는 뜻이다.

이렇듯 일부 젊은 세대에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의 점이지대’라고 말하는 성적 소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범성애(Open Sexuality)가 전파되고 있는 것. 성정체성이 아니라 사람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중요시하는 범성애자는 남자, 여자, 동성애자를 넘어선다는 뜻에서 제4의 성이라 불릴 만하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라는 이분법은 무척 편리하지만 이미 다양하게 분화된 성적 취향을 드러내기엔 역부족이란 것.

특이한 것은 범성애자들이 “우리의 삶은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일 뿐”이라고 정의하며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있는 것. 현대문화이론에서 말하듯 “정체성의 시대가 아니라 스타일의 시대”가 온 것이고,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말처럼 “개인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조형적 섹슈얼리티’가 조금씩 번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범성애는 라이프 스타일이기에 성기 중심의 성애가 아니라 시각, 청각 등 관능적 쾌락을 중시한다.

이런 현상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강조하는 외적인격(페르소나)에 억눌려 있던 과거와 달리 남성 속의 여성성인 ‘아니마’와 여성 속의 남성성인 ‘아니무스’를 매력으로 존중하는 세태와 맥이 닿아 있다. 젊은 세대 중 십자수 뜨는 남자가 섬세한 남자로 평가받고, 여성적인 외모와 부드러운 매너로 대변되는 미소년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하나의 예다. 또 청소년들이 댄스그룹 남자 가수들을 동성애인 관계로 설정하는 동성애 팬픽(Fanfic·팬들이 쓰는 소설)을 쓰는 것도 연예인의 남성적인 것만을 숭상하던 이전 소녀팬들과 달라진 범성애적 모습이다.

영화에서 이런 범성애주의 모습은 더욱 허다하다. 남자 제자에게서 죽은 여자애인의 모습을 찾고(번지점프를 하다), 남자가 가슴을 만들어 양성을 즐기고(내 어머니의 모든 것), 레즈비언이 되기 위해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남자(초콜릿보다 더 좋아) 등 영화적 상상력은 현실보다 앞서 성 정체성의 새로운 국면을 예상해왔다. 사실 범성애적인 모습은 다른 문화권엔 이미 있었다. 여성학자 노최영숙씨는 “북아메리카 인디언,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등에서는 남자, 여자 외에도 남성적 여성, 여성적 남성 등 제3, 제4의 성으로 성정체성 혼성자를 인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얼마전 여성동성애자 모임 ‘끼리끼리’는 스스로를 이성애나 동성애에 관심이 없는 무성주의(A 섹슈얼리티)라고 부르는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단체 이름을 성적 소수자 인권모임으로 바꿨다. 이 모임 박수진 간사는 “성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스타일화 되고 있는 범성애주의에 대해 학계에선 우려의 목소리와 새로운 연구대상이란 의견이 병존한다. 문화평론가 서동진씨는 “다른 성에 대한 내밀한 본질이 아닌 외피에 대한 모방에 불과한 범성애자들의 모습은 허위적 일탈이란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남대 심리학과 윤가현 교수는 “동성애-이성애의 이원적 사고는 성적소수자들을 체제 밖으로 몰아내는 사회적 젠더(Gender) 정책의 일부”라며 “지금까지는 동성애자가 왜 발생하느냐의 측면을 논의했다면 이제는 동성애와 이성애 사이에 끼어들고 있는 다양한 성의 모습에 대해 연구할 때”라고 말했다.

우승현기자 noyoma@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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