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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03-04-11 () 00면 2184자  
[미션 출간] ‘환락가에서 십자가를 지고 국회로’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어떤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보수’라고 대답할 것이다. 청교도적 윤리,가족의 강조,동성애 반대 등 기독교계의 입장은 거의 지금까지 이어져온 관습과 체제를 옹호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이 진정으로 표방해야 할 것은 ‘보수’라기보다는 ‘성경’이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의 입장은 보수라는 한마디 말로 단정짓기 어렵다. 생명 존중,평등,착취 반대 등 성경에서 비롯된 원칙에 따라 많은 기독교인들은 독재정권에 맞서기도 했고 여성과 아동,근로자들을 보호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방문을 기념해 자서전 ‘환락가에서 십자가를 지고 국회로!’를 한국에서 출간한 호주 기독민주당 상원의원 프레드 나일은 호주 정치계에서 ‘극우’로 분리되는 사람이다. 그러나 호주 사회의 상황은 우리나라와 평면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법률에 ‘신성모독죄’가 있을 정도로 국가 성립 시기부터 이미 기독교적 기반을 가진 나라면서도 현재 호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주력해온 일은 동성애 합법화를 반대해온 것이다. 예를 들면 1993년 그는 교회나 학교,언론에서 동성애를 부정하는 발언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반차별(동성애 비방 금지) 개정안’을 반대했다. 98년에는 동성애자들에게 보통 부부와 동일한 법적 권리를 주는 법안에 반대했으나 실패했고 99년에는 남자들끼리의 동성애 허용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려는 법안의 통과를 막았다. 이밖에도 그는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 허용 법안,거리매춘 허용 법안,포르노물 상영 허용 법안 등에 반대해 왔다.

우리 현실에서는 이런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되는 자체가 어렵고 상정된다 해도 거의 지지를 못 받겠지만 호주의 상황은 다르다. 대부분 시민과 언론은 동성애와 자유로운 성 표현에 호의적이어서 이같은 법안들은 쉴새없이 상정되고 대체로 무리없이 통과돼 왔다. 기독민주당이 반대에 성공한 경우에도 대부분 불과 1∼2표의 차이였으며 적지 않은 경우에는 나일과 역시 기독민주당 상원의원인 나일 부인 둘만 나머지 의원들과 다른 입장을 보였을 정도다.

이 때문에 그는 언제나 비난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그의 ‘동성애 반대’ 입장으로 인해 동성애자,또는 동성애 지지자들로부터 끊임없는 비난과 위협에 시달렸다.

호주 시드니의 동성애자 축제 ‘마디 그라(The Sydney Gay and Lesbian Mardi Gras)’는 나일과 동성애자들이 매년 정면 충돌하는 장소다. 나일은 이 행사가 시작된 1978년부터 기독교인들과 함께 행사 장소에 ‘하나님 시드니를 용서하소서’라는 피켓을 들고 나타나 기도회를 연다. 반대로 행사 참가자들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신성모독을 하는 형상을 만들고 분장을 함으로써 나일에 대항한다.

많은 사람이 그를 ‘꽉 막힌 보수주의자’로 치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프레드 나일은 모든 법안을 ‘그 목적이 성경 말씀에 맞는가?’‘하나님의 가치관에 맞는가?’라는 기준에서 판단해왔다.

그는 93년의 ‘반차별 개정 법안’을 반대한 일로 극심한 비난과 저항에 부닥치자 “내가 잘못된 것일까? 내가 혹시 그들을 증오해서 이같은 일을 하는 것일까?”라고 심각한 고민을 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는 동성애자들을 혐오하지 않았다. 그들이 토마토와 달걀 세례를 퍼부어도 그는 언제나 그 속에 들어가 연설을 했고 그를 찾아오는 동성애자들은 진심으로 끌어안았다. ‘마디 그라’에서 참가자들이 세례 요한의 최후에 빗대어 접시 위에 올려진 나일의 머리 형상을 만들어 행진하자 주변에선 이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라고 다그쳤지만 그는 “나를 예수님의 길을 준비했던 세례 요한과 연결시킨 것은 결국은 나를 칭찬한 것”이라며 넘겼다.

무엇보다 그는 어떤 이권이나 정치적 필요에도 ‘성경적’ 원칙을 훼손하지 않았다. 호주의 보수주의자들이 거의 예외없이 호주 원주민들의 권리에 부정적 태도를 가진 반면 그는 “이 땅에 처음 정착한 원주민들의 후손들을 정당하게 대우해야 한다”며 83년 ‘원주민의 토지소유권 인정’ 법안을 통과시킨 일이 대표적인 예다.

‘보수’를 표방하는 각 나라의 많은 정치인이 단순히 변화를 싫어 해서,혹은 기득권층의 이권을 지키려고,또는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프레드 나일은 무엇이 진정한 ‘건전한 보수’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황세원기자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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