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 100명 중 6명 정도는 자신이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해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조사된 청소년 중 절반은 동성애를 주제로 한 만화나 인터넷 연재물 등을 본 적이 있고, 7% 정도는 동성애 사이트에 가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 청소년보호위원회와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가 29일 개최한 ‘동성애,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토론회’에서 김영란(金英蘭) 내일청소년상담소장은 “서울·경기지역 고등학생 1483명을 대상으로 동성애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동성애자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는 청소년은 93명(6.3%)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동성친구에게만 관심과 감정이 끌려서’(32.3%)이거나 ‘이성친구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서’(14.0%), 혹은 ‘동성친구와 신체접촉 때의 느낌과 감정 동요’(11.8%) 때문에 스스로의 성(性)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외국의 경우 청소년기의 성 정체성 고민 비율은 5~10%에 달한다.
동성애를 주제로 한 만화나 인터넷 연재물을 한두 번 이상 접해 본 청소년의 비율은 조사 대상 중 45.3%에 달했으며, 동성애 사이트에 가입한 비율도 7.3%에 달했다.
가입 이유로는 단순한 호기심(50.4%)이 가장 높았지만, ‘성 정체성이 궁금해서’라고 답변한 경우도 9.2%에 달했다.
친구 중에 동성애자가 있을 경우 어떻게 반응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청소년의 절반(47.1%) 정도는 ‘신경 안 쓴다’고 대답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서 동성애 관련조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하고, 청소년보호위가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렸다.
이승희(李承姬) 청소년보호위원장은 “심의기준 중 동성애 조항은 삭제하되, 음란하거나 상업적 목적 등에 의한 동성애 표현물에 대해서는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3-04-30 () 10면 973자 /許仁貞기자 n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