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부모가 되고 싶어요"
어버이날이 더 외로운 동성애 부부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홍정규 기자 =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가슴에 카
네이션을 다는 어버이날.
자녀를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동성애 부부들에게 어버이날은 성적 편향이
남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높은 사회적 장벽을 곱씹어야 하는 날이다.
동성애 사이트에서 만나 마음 졸이며 결혼식을 올린 지 6년 된 동성애 부부 여
모(44), 허모(40)씨는 어버이날이 되면 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허전함과 설움에 힘든
삶이 더욱 버겁게 느껴진다.
여씨는 "현행법상 가족은 혼인신고를 한 성인 남녀뿐"이라며 "동성애 부부에겐
입양권을 주지 않는 현행법과 사회 전반에 걸친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에 지쳐 부모
가 되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말했다.
허씨도 "어버이날은 동성애 부부에겐 아예 없는 게 낫다"고 했다.
현행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양부모의 자격요건으로 `혼인 중일 것'
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동성 간 결혼을 허용치 않는 한국 사회에서는 동성애 부부
가 입양할 수 있는 길이 원천봉쇄돼 있는 셈이다.
입양은 물론 동성애자란 사실을 밝히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성과 결혼했다 뒤늦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새 출발을 하려는 동성애자
도 이혼소송에서 친권 다툼이 일 때 자녀 양육권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하기 일쑤다.
남편과 이혼한 뒤 동성의 반려자와 함께 살고 있는 이모(41.여)씨는 "이혼 과정
에서 동성애자란 사실이 폭로돼 친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를 보고 싶어
도 전 남편이 접근을 막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녀를 갖기 위해 동성애 부부도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외
국으로 이민을 가는 사례도 종종 있다.
정모(31.여), 박모(46.여)씨 부부는 지난해 동성 간 결혼과 동성애 부부의 입양
권을 인정하는 캐나다로 이주해 혼인신고를 마치고 현재 입양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은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에 이민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황장권 사무국장은 "동성애 부부가 키운 자녀는 그릇된 가치
관을 지녔을 것이란 편견과 억압적 가족주의가 아직도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며
"관련 제도의 보완과 자녀 양육을 사회가 책임지는 시스템, 인권교육 확대가 절실하
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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