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저희가 바라는 것은 단순해요. ‘다름’을 인정해 달라는 것, 편견을 갖지 말라는 것, 누구나(특히 이성애자)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만이라도 달라는 것”성소주자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인터넷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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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원내 정당 최초로 동성애자 인권문제를 다루는 ‘성소수자위원회’(이하 성소수자위준)를 설립해 화제가 되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동성애자 권익보호를 정당 차원에서 본격 거론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5일 임시당대회에서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제출했으며 다음달 초 열릴 중앙위원회에서 안건이 처리될 전망이다. 현재 성소수자위준은 위원장 1명과 위원 6명, 상근활동가 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가운데 1명을 제외하면 모두 동성애자들이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 탓인지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다.
30일 오후 상근활동가인 배홍현(26)씨를 민주노동당 당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 역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다. 2000년 10월 배우 홍석천씨의 커밍아웃을 계기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그는 ‘홍석천 커밍아웃을 지지하는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동성애자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전에는 성소수자가 억압받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홍석천씨의 커밍아웃 이후 ‘잘 나가던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구나’라고 느꼈죠. 성소수자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달은 셈이죠.”
중 1때부터 성정체성 고민…고 3때야 스스로 인정”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중학교 1학년때부터였어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고, 신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했고, 부정했죠.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때 제 성정체성에 확신을 가졌고, 고등학교 3학년때야 비로소 제 자신을 인정할 수 있었죠.”
그 뒤 그는 인터넷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ㄱ'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0년에는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선언했고, 쫒겨나다시피 집을 나왔다. 학교도 자퇴했다.
“학비를 댈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겠지만, 성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한 제게 학벌이나 졸업장 따위는 필요없었으니까요. 지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고, 그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석천 지지모임 등에서 상근으로 활동했다. 민노당과의 만남은 2002년 미선·효순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진보정당 내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고민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은 한국 최초의 진보정당으로 강령에도 성차별 인습 타파를 내걸고 있죠. 다른 나라의 진보정당이 성소수자 문제를 수십년 전부터 다뤘던 것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동성애자들의 권리와 인권을 다루는 성준위가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죠. 그만큼 앞으로 민노당이 해야할 일도 많구요.”
하지만 성소수자위준이 만들어지기까지 순탄한 길만 겪어온 것은 아니었다. 2002년 10월 민주노동당 성소수자 모임 ‘붉은이반’ 발족을 계기로 성소자위 설립이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6월 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한 후보는 “동성애 문제는 자본주의 파행의 산물”이라는 발언을 해 당 내·외 동성애자들에게 격렬한 비판을 받았고, ‘붉은일반’이라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민주노동당 당원모임을 결성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동성애가 자본주의 산물이라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없는 존재’, ‘있어서는 안될 존재’였는데 말이예요. 이성애자들에게 묻고 싶어요.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단 한번이라도 고민한 적이 있는지. 저희는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은 것인데, 한번도 고민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수년간 고민한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현실이 솔직히 우습구나 싶기도 해요.”
“‘다름’을 인정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만 해줘도…”
“저희가 바라는 것은 단순해요. ‘다름’을 인정해 달라는 것, 편견을 갖지 말라는 것, 누구나(특히 이성애자)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만이라도 달라는 것이죠. 한국내 동성애자가 100~3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들은 사실상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죠. 사실 이성혼은 사실혼 관계도 인정되지만, 얼마전 판례에서 보듯 동성혼의 사실혼 관계는 인정이 안되잖아요. 합법적인 부부로 살게 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
그는 앞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깨는 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당내 성준위 활동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당내 조직기반 확충을 위해 성소수자 당원배가 운동과 자료집 발간, 월례 성소수자 교양강좌 등 당원 교육, 성소수자 단체와의 연계 등 교육사업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다음달에는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와 8월13~15일 열리는 ‘2004 여름 동성애자 인권캠프’를 공동 주최한다. 9월 열리는 정기국회 때는 ‘인권국감’이라는 주제로 에이즈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할 예정이며, 10월에는 ‘성소수자와 진보정당’이라는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다행히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8~9월 사이에는 당 지도부 요청으로 성소수자 교육을 열 겁니다. 특히 국감때는 에이즈 문제가 동성애자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 의료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에이즈 환자들이 겪는 문제를 적극 거론할 생각입니다.”
그는 여러번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버려줄 것을 당부했다. ‘있어도 없는 존재’가 아니라 ‘주변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해 달라는 것이었다. 성소수자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주는 것, 그것이 이 사회에서 ‘호모’ ‘변태’로 폄하되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개선하는 일이자,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다름’이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되요.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해요. 이 땅의 성소수자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든 고민을 혼자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줬으면 합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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