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의 벙개 및 간담회 공고는 나름 고민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두 가지를 같이 공고하고 싶었던 게지요. 뭐, 둘이 가진 상관 관계란, 같은 날에 한다는 것밖에 없겠지만. 간담회 공고를 냈을 때의 암담한 클릭 수 역시 고려되었지만.
친구사이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 무엇인가. 놀이와 활동, 혹은 놀이하는 인권 활동이 아니었을까. 간담회와 벙개가 같이 있는 그 압박스러운 모습이 기실 친구사이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해, 하는 류의 분리하는 말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노는 사람과 활동하는 사람이 분리되지도 않으며, 놀고 싶은 자와 활동하고자 하는 자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 친목과 인권운동 사이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기보다는, 친목 자체 역시도 인권운동이었던 그 냄새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며, 사실 인권 활동이라는 것이 사람이 만나는 즐거움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친구사이의 단점인 듯하면서도 특장이기도 하다는 것.
어제의 공고가 이러저러한 긴 고민 끝에 나왔다기보다는 평소의 생각이 드러난 것이었어요. 월드컵 같이 보는 데 거창한 무엇이 필요한가, 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친구사이니까요. 예전에는 회의 후의 벙개 같은 것을 같이 공고한 때도 있었고, 따로 한 적도 있기도 합니다.
공고를 분리하였으면 좋겠다는 리플을 보고 수정할까 하다 일단 그대로 두었습니다. 오늘 모였을 때 기회가 되면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더랬죠.
2.
나름 이중의 플레이는, 진지한 척 하는 간담회 공고 부분과, 호모 운운한 벙개 공고 부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호모라는 말은 물론 일부러 집어 넣은 것이었습니다. '언어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놓여 있는 화용론적 환경' 운운하기 이전에, 게이와 월드컵이라는 말이 너무 안전해 보였기 때문.
친구사이 회원들이야 익숙해져 있긴 하지만 모 포털싸이트의 회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긴 했지요. '호모'라는 말은 몰지각한 이성애자들이 쓰는 말로만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친구사이를, 정확하게는 그 말을 쓴 나를 개념 없다고 여길 수도 있었을 겝니다. 호모라는 말 자체를 폭력으로 여겼을 테니까.
같이 공고한 것도 그렇고, 이번에 개념 없다는 등의 말을 듣게 되면서, 사실 작은 일이지만 어떤 게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일단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일이나, 압박 혹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지요. (저로서는) 물러나서 안전해 하거나, 혹은 그것 가지고 의미를 따질 필요 없이 그냥 가는 것, 또는 계속 대화 혹은 납득을 통해 압박스러움이나 거부감을 약화시키는 것.
회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
요즘 저도 실습과 기말, 졸업 같은 개인적인 일이며 행사에,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여서, 흠, 얘기를 나눌 것들을 별로 나누지 못한 듯. 사실 조금 감정의 앙금 (사실 일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겠지요) 같은 것도 느끼고 또 느껴지고, 말도 조금은 서로 틱틱거릴 때도 있고. 흠. 저는 개인적으로 요즘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친구사이 안에서요. 얼마 전에 대표님이 말했듯, 올해를 시작하며 대표님과 '대화의 정치', '가로지르기의 정치'에 대한 고민을 했었습니다. 대화 모드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휴식의 기간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해요. 흠. 근데 안식주도 안식이지 못하는군요. ^^; 어쨌건 대표님의 면담 계획 역시도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겠지요.
어쨌건, 이따 뵙겠습니다. 아, 길다.
1. 친구사이 내부 게시판에 간담회랑 번개 공고를 같이 내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런 홍보물을 다른 싸이트에까지 올리게 될 경우.(혹은 자동 링크될 경우) 그런 일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2. 저는 초발심으로 돌아가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너무 오만해져가고 있었던 거지요. 자존심을 세우는 것과 오만해지는 것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건 아마도 우리가 최근 너무 앞만 바라보며 많은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 에... 또... 내부적으로다가, 대화가 필요한 것 못지 않게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이해도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대표님과 국장님이 느끼는 대화의 필요성이나 감정의 앙금이 무언지 잘은 모르겠지만서도... 음... 그런게 있다면 진짜로 시간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자주 봐서 서로 지겨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