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도 동성애 나름?
2006.03.09 / 박혜영 기자
<브로크백 마운틴>, 극단적 반응 쏟아져
최근 동성애를 다룬 퀴어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고 있는 가운데, 게이 로맨스를 다룬 <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극단적인 '호감'과 '비호감'으로 나눠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한 영화평을 올린 한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완전히 없어졌다”며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 퀴어문화를 바라보는 인식이 상당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브로크백 마운틴>은 “퀴어 영화라기보다 가슴을 적시는 아름다운 멜로영화”라며 "동성애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 "<브로크백 마운틴>은 변태스러운 영화"
그러나 영화 속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영상과 러브스토리는 호감이 가나 개인적으로 동성애는 비호감”이라는 조심스런 반응도 있었지만, 한 네티즌은 <브로크백 마운틴>을 “변태스런 동성애 영화”라고 비난하며 "이게 왜 15세 관람가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하기도. 또 다른 네티즌은 게이 로맨스라는 낯선 소재에 대해 “우리 정서상 너무 안맞다”며 “동성애자들의 스킨십이 없었다면 좋은 영화인 것 같다”고 불평했다.
"동성애 장면, 남성성 침해로 받아들여"
이처럼 관객들이 이 영화의 동성애에 대해 유독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는 데 대해 한국동성애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오가람 사무국장은 “영화 속에서 동성 간의 실제 성관계가 보여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이를 화면에서 보는 순간 공포와 협오감을 느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남성들은 남성동성애자의 성관계와 사랑이 마치 자신의 남성성을 침해하는 것 같은 공포감을 주기 때문에 불편해 한다”고 덧붙였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상영하는 극장에선 심심찮게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한 네티즌은 영화 속에 코믹한 장면이 없음에도 <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해 “이 영화는 코믹멜로”라는 뜻밖의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오가람씨는 “이 영화를 보고 웃거나 코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제 웃겨서라기 보다 낯설고 당혹스러운 것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몰라 웃음으로 무마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왕의 남자> 동성애는 현실적이지 않아 혐오감 덜해"
이와 달리 역시 동성애 코드를 담고 있는 <왕의 남자>에 대해 관객들이 특별한 혐오를 보이지 않은 데 대해 박진형 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관객에게 흡입될 수 있는 고전적인 흥행코드를 바탕으로 동성애 코드를 녹였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거부감 없이 수용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역사적으로 정치적 풍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던 조선 연산조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현실의 동성애자들을 떠올리지 않게 한데다 <왕의 남자>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경우 동성애를 직선적으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연산과 공길의 관계에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가람씨 역시 “<왕의 남자>는 노골적인 스킨십이나 섹스신 없이 애틋하게 그려졌으며 공길 역을 맡은 이준기가 여성화한 대상처럼 표현돼 거부감이 덜했다”고 풀이했다.
"동성애 인식 전환 계기 되길"
한편 오가람씨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많은 게이들이 지지하지만 게이들의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라기 보다 보편적인 사랑이야기로 확장된 전형적인 멜로라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브로크백 마운틴>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동성애가 트랜드가 되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며 “어떤 식으로든 동성애에 대해 한 번쯤 이야기를 나누고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얼마 전에 생글생글 웃으면서 해줬던 인터뷰 기사에선 "눈시울을 붉혔다"고 나오질 않나. ㅠㅠ 진짜 눈시울이 붉어진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