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시 만났네..
어제 무사히 잘 보냈는지..
즐거움으로 미소짓는 하루가 되었는지..
이 말은.. 흠..
궁금해서가 아니라..
너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거야..
관심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기쁘게 하려고..
그럼 약속된 다음 이야기를 해야지..
혼자 북치고 장구친다고..
혼자 약속하고 혼자 지킨다고 하고..
약속이란건 말이야..
내가 원하는걸 너에게..
강요하고 그것에 대해 다짐을 받으려는 행위야..
어쨌든 소피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안에서 살게 되지..
그녀는 그곳에서..
일상적인 모습을 찾고..
동시에 기이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
소피는..
그런 경험을 통해..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을 얻고..
자신과 타인에게 헌신적으로 사랑하며..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거야..
음..
뭐라해야 할까..
성숙.. 깨달음.. 완성..
뭐 어쨌든 그런걸 찾아가는 길..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선..
성숙해지는 과정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데..
한 영웅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는 신화에서 나타나는..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위험과 고통이 있는 곳으로 가고..
그 경험으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태어난 곳으로 다시 되돌아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
소피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아이와 캘시퍼와 하울과 같이 살게 되고..
그럼 이건 무슨 말이지..
의식이 깨어 있는 자아의 내면..
그곳에 있는 새로운 존재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소피라는 자아의 이면에..
아이 모습으로 나타나는 순수성..
캘시퍼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생명력..
허수아비의 모습으로 나타난 헌신적 희생..
황야의 마녀의 모습으로 나타난 욕망..
캘시퍼의 생명력과 함께 살아가고..
우리들의 내면에 있는 순수와 희생과 헌신..
그리고 황야의 마녀로 대표되는 욕망의 존재..
생명과 순수와 헌신과 욕망을 이어주는 사랑이란 끈..
끈이란 참으로 질기기도 질긴가 봐..
움직이는 성은..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야..
상대는 왕의 마법사인 설리먼이지..
왕..
그는 무엇일까..
한번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왕..
얼핏 모습을 드러낸건 변장한 하울을 통해서이지..
햄릿이 시종에게 물었어..
“왕이 어떤 것이야..?”
“왕자님, 어떤 것이라고요..?”
“무(無)에서 나온 것이지..”
왕은 실체가 없고..
지배하는 힘만 있는 그런 존재이지..
설리먼..
그는 국왕의 가면을 빌려..
생명과 순수성과 희생을 위협하고..
욕망과 의식을 포함한 모든걸 지배하려고 해..
이런 상황에 투쟁하며..
고통을 겪고 아파하는 모습..
즉 자기를 잃어버린 소피의 이면..
아픔을 안고 맞서 싸우는 자아의 모습..
그것이 바로 하울이야..
나를 구속하고 지배하는..
거대한 문화와 사회조직은 강요하지..
“너 자신을 버리고 순종하는 노예가 되어야 해..”
“네가 그걸 거부하면 넌 고통받고 아파하며 죽게 될거야..”
음..
글을 쓰다 보니..
우리 삶이 이렇게 비극적인가..
그렇다면 삶은 살아볼 가치가 없는거잖아..
그런데 꿈틀꿈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말해주고 있어..
욕망을 잠재워라..
욕망에게 어리석다 탓하거나 처벌하지 말고..
사랑으로 감싸안고 포근하게 보듬어라..
우리 삶을 지배하고 질식시키는..
노예가 되라고 강요하는 문화와 사회에 대항하라..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아 인간성을 회복하라..
생명력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순수성을 잃지 말고..
자신에게 기꺼이 헌신하고..
갈등하며 고통 속에
아파하는 나를 사랑하라..
소피가 하울을 사랑하듯이 사랑하라..
사랑이 있는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으리라..
이제 이야기를 마쳐야겠네..
하울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해피엔딩의 하울을 통해 우리의 삶의 희망을 보고..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극장문을 나서고 있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왜 그 뒷모습이 한없이 왜소하고 초라하게 보이는걸까..
자.. 그럼..
다음 세션에서 만나자..
희망을 잃지 않는 한해가 되길 바라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