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에 국한된 세상
십대 레즈비언이 본 이반커뮤니티 - 조새미 기자
“친구 구해요"
"애인 구합니다"
이반카페를 들어가보면 늘 올라와 있는 글이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글들이 올라 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커뮤니티에 친구를 구한다고 광고를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장소는 극히 제한되어 있고 솔직히 거의 없다는 말이 더 맞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만남은 대부분 인터넷 상의 이반 커뮤니티 안에서 이루어 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동성애자들 대부분이 커뮤니티를 통해 만났고, 그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동성애자들은 모두 커뮤니티를 통해서 만나거나 이반까페 정기모임에 나가서 알게 된 사람들이네요.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칩니다. 아침에 눈뜨면 마주치는 가족들, 버스에서 마주친 학교 후배 그리고 같은 버스를 탄 사람들, 학교에 가다 만나는 사람들, 학교 안에서의 친구들, 학교가 끝나면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과 접하게 돼지만. 그 중에 이반인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내가 하루 동안 만나는 사람들 중 이반인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설사 이반이라도 서로 모르는 채로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죠.
날씨는 쌀쌀해지고 옆구리는 시리고 그렇다고 주위에 이반인 사람들은 죄다 커플로 쌍쌍이거나 좋은 사람 만나기도 힘들고, 주위에 보이는 여자들은 온통 일반들이고, 설사 이반이더라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아직 미성년자인 저는 이반 바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러다 보니 가장 괜찮은 곳이 인터넷상에서의 만남이더군요.
같은 성정체성을 가진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만남을 가지고 있죠. 그렇게 해서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어쩌면 감사해야겠지요.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도 듭니다.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밖에 만남을 가지기 힘든 것인지.
그리고 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만남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네요. 아웃팅의 위험과, 일어나서는 안 되는 범죄들. 실제로 커뮤니티를 통해 카페에 사진을 올렸다 아웃팅을 당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웃팅이 아니더라도 커뮤니티를 통한 만남이 어찌 보면 꽤나 위험한 일임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커뮤니티를 통한 만남은 상대에 대한 신용을 보장할만한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험까지 무릅써가며 우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내에서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이나, 일이나, 관심사, 취미와는 무관하게 그저 같은 이반인 사람을 찾기 위해 커뮤니티를 찾지요. 그건 아마도 우리들이 살고 있는 '좁은 세상'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은 넓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동성애자라는 소수자의 위치에 선 사람들에게 세상은 너무나도 좁기만 하네요.
ⓒ www.ildaro.com
* '일다'에 게재된 모든 저작물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옮기거나 표절해선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