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MP3도 활성화되었고 음악 사이트에 들어가면 듣고 싶은 노래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지만 불과 십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 듣기가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LP판이나 카세트 테입을 사야했는데 용돈이 궁한 그 때로선 웬만큼 듣고 싶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게다가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초에는 턴테이블은 고사하고 녹음되는 카세트 플레이어도 없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치들은 라디오를 끼고 살다가 전투적으로 녹음 체제로 준비한 상태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즉시 녹음을 하는 방식을 취했었다.
그런 후 테입 하나를 녹음한 곡으로 다 채우고 나면 흡족한 듯 반복해서 듣곤 했는데 노래 처음 시작할 때는 DJ가 노래를 소개하거나 광고사들을 소개하는 목소리가 같이 녹음되기가 일수였고 끝날 시간이 임박해서 녹음한 노래들은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짤리기도 했었다.
이런 난항을 극복하기 위한 다른 방식이 있었는데 그건 좋아하는 노래를 한 테입 분량 정도 적은 후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녹음을 부탁하는 방식이었다.
그 때는 동네마다 조그만 레코드 가게가 많았는데 이렇게 테입 하나를 좋아하는 노래로 채우는 가격이 한 이 천 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 한명과 앞 뒤로 나누어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채운 후 천 원 정도씩을 내고 테입을 받으면 다시 복사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다른 이유로 집에 카세트 플레이어와 턴테이블이 없다.
귀찮아서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계기가 있어서 집을 정리하다가 한 상자 가득 담겨 있는 카세트 테입들을 발견하고 그 처리를 놓고 갈등한 적이 있었다.
그 중 유독 눈에 띠는 테입이 있었는데 중학교 때 처음으로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고 라디오에서 따온 노래를 녹음한 것으로 이루어진 테입이었다.
한곡 한곡 노래마다 사춘기 시절답게 시시콜콜한 감정 기복들을 적은 메모도 담겨 있었다.
첫 곡으로 유열의 ‘가을비’라는 노래가 적혀있었는데 그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사춘기 시절의 한 토막이 떠올라 잠시 아련한 복받침이 일었다.
근데 이거 너무 썰렁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