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지 말아라
          





시간은 고향으로 향하는데

마음은 그렇지만 않아라



풍성하고 넉넉해야 할 농촌은

'쌀개방 반대' 절규하며

트랙터로 갈아엎어버린 흉한 논만이

농민들 상채기 마냥 덩그러니 놓였어라



이역만리, 가고픈 고향 보고픈 부모형제있건만

찬 길바닥에서 300일 넘게 농성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두고서 차마 발걸음 떨어지지 않아라



학생들 대표로 뽑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몇해째 형제부모 얼굴도 보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는 국가보안법 수배자들,

차가운 감방에서 외롭게 고향내음 떠올릴

양심수들을 두고서

어이 내 '오늘만 같아라' 할 수 있으리



두고온 고향산천 목메어 그리며

평화통일 그날만을 손꼽아 그리는

실향민의 아픔은 또 어떠하리오



어디 이뿐이랴

해고자와 비정규직노동자, 수많은 실업자는

더 말해 무엇하리



아, 오늘 같지만은 말아라

가을걷이 풍성해서 아니라,

계절이 풍성해서가 아니라,



참으로 사람사는 맛 나는

넉넉하고 풍성한 그날만 같아라



오늘 같지 말아라

제발,




* 한가위입니다.

 즐겁고 오붓한 한가위, 그리고

 없는 자 서러운 자를 먼저 떠올리는

 한가위 보름달만한 넉넉함 가슴가득 안고 건강히 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