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버스>를 보고 나면, 고작 ‘차별하지 말라’는 법 하나를 둘러싸고도 온갖 혐오가 넘실대는 이 땅에서도 이런 유토피아를 그려보게 된다. 나의 유토피아가 숏버스와 참 닮아 있어 더욱 그렇다. 우리가 시끌벅적한 포차에서 이 친구 저 친구 만나면서 자리를 합치고 테이블을 뛰듯이, 나는 그렇게 섹스를 하면 좋겠다. 얘는 내 친구 누구야. 안녕하세요. 와서 앉아요. 한 잔 해요. 한 번 해요. 응 거기요. 어, 너도 와서 같이 해. 이모 여기 콘돔 좀. 익명성의 가면을 쓰고 서로 살덩이 대 살덩이로 얽히는, 싸고 나서 혹시라도 상대방이 내 얼굴을 기억할까 아니면 이름이라도 물을까 싶어 후다닥 나가 버리기 바쁜 사우나 말고, 훤히 밝은 곳에서 서로 응시하면서, 옆 사람들과 더 얽히고 설키면서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가 만들어지는 곳. 그러다 정치 얘기도 하고 지루할 것 같은 영화도 보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고민도 나누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곳.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커뮤니티의 모습은 그런 것이다. 그 때는 이 영화가 ‘퀴어’해보이지 않겠지. 지금 나에게 게이 모노가미 관계가 너무나 익숙해 하나도 ‘퀴어’하지 않듯이. #친구사이 #친구사이소식지_81호 #내인생의퀴어영화 #숏버스 ▶ 자세히 보기:https://goo.gl/FEHnRk ▶ 여러분의 '좋아요'와 '공유하기'는 친구사이의 힘이 됩니다.
친구사이에 의해 게시 됨 2017-03-28T07:25:5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