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 비는 내리지 않고 버스전용차선 승강장의 가로수와 잔디들이 온통 말라가고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이일 저일 검토도 해보고 업무 정리도 다시 기획해보다 마음만 푹푹 찌는 것 같아서 컴퓨터에게 “ 오늘은 이제 그만 안녕” 하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끈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따라서 웃고 있노라니 “ 자연스러운 것이 무엇인가” 에 대해서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동안 보고 알고 경험했던 것들은 사실 모든 것이 이성애자적인 질서였고 이성애자적인 것을 정상으로 놓은 상태에서 나와 내 주변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다.
게이 커뮤니티에 발을 디딘지 어언 6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내 속에는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라는 생각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워 질 수 없었나 보다.
레즈비언과 게이로 시작해서 레즈비언과 게이로 끝나는 영화 바로 “ 두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이다.
게이 커뮤니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언어들이 영상화 되었고 우리 중에 누군가는 한 번쯤은 경험했을 사연들 탓인지 어느새 영화 속 인물들에 푹 빠져들었다.
타인들의 시선 때문에 자신을 꾸미고 같아지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노력하는 주인공 민수
의 거친 말들이 귓가에 맴돈다.
불과 몇 년 전의 내 모습과 겹쳐지면서 여전히 내 자신보다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고 고민하는 부분이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하곤 한다.
“ 동성애자는 사랑하는 대상만 이성애자와 다를 뿐 이성애자의 사랑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이다.”
일면 맞는 말이고 수긍이 가지만 동성애자인 내가 정말 이성애자들과 같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그 말에 대해서 백 프로 공감할 수가 없다.
사랑하는 대상이 다르지만 더불어 사랑을 표현하고 받아들이고 느끼고 해석하는 방식도 가치를 부여하고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도 다르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는 구지 동성애를 “성적취향” 이 다를 뿐임을 누누이 강조한다.
이것 역시 일면 맞는 말이지만 백 프로 적절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을 통해서 더불어 커뮤니티 친구들의 고백을 통해서 동성애는 성적행위와 정신적인 감정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이러다가 정말 울 것 같다.” 라는 민수의 대사와 “ 끝까지 살아 내!! 어떻게든” 이란 여 주인공의 대사가 영화를 보고 난 한참 뒤에도 메아리를 친다.
오늘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이성애자일 필요도, 인척 할 필요도 없이 게이 그대로 생긴 그대로 웃고 떠들고 눈물도 살짝 흘리며 “정말 자연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같아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것이 뭐 어때서?
라고 말하는 것 이것이 정말 나에게 자연스러운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이란 영화가 주는 묘미는 각자 삶의 경험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점 이것도 참 좋은 것 같다.
“게이라서 행복해요” 란 책에서 10년 동안 영화사 대표하면서 일천만원밖에 가져가지 않았던 한국 영화사에 이런 대표는 없었다고 한 김조광수 감독의 첫 장편이 극장 수를 더 늘리면서 성소수자와 이성애자들에게도 널리 회자되기를 바란다.
“ 아직도 극장가서 보고 싶은데 망설이는 분이라면 안하고 후회하느니 저질러보고 한 번 느껴 보시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Designe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7-22 22:08)
님이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런 거겠죠!
성소수자는 불쌍한 존재, 과한 자기비하, 어느장소의 분위기 취향...
ㅌ님에게 이 영화는 그렇게 비춰주는 것이였나 보네요
재경이 형이 쓴 후기 본문 중 "이 영화가 주는 묘미는 각자 삶의 경험대로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점"이란 글처럼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성소수자든 아니든 각기 다른 자신의 삶을, 사랑을 가지고 이 영화를 받아 드릴 수 있겠네요
밝게 보일지 어둡게 보일지 기쁠지 슬플지 화가 날지 멍하게 씁쓸할지...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