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진보운동을 갉아먹어 온 오랜 폐습
패배주의, 허무주의, 분열주의가 분당주장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대선을 전후하여 당내에서 분당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몇몇이 무리를 지어 탈당을 하고 급기야 당내에 민주노동당을 부정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준비위원회를 추진한다는> 공개적인 조직까지 만들었다.
민주노동당의 성공가능성을 믿지못하고 ‘다른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몇 년 전에 탈당하고 언론방송 등을 통해 민주노동당을 공개적으로 비방하는데 앞장서온 진중권이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의 탈당사건들과 분당주장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 당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분당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당내에서 조직적 움직임에 의해 조장되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분당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행동양식은 낯선 것이 아니다.
진보운동의 지난 역사에서 자주 보아왔던 익숙한 모습이다.
분당론자들은 여러 가지 주장과 논리로 자신의 모습을 치장하려고 한다.
하지만 말이 많아지고 시간이 흐르고 당원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자 본모습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
분당론을 잉태한 것은 패배주의이다.
분당론자들은 대선결과가 나오자마자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안되니 다른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선패배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현실과 상태를 보여준 결과이다.
자주파와 평등파의 대립갈등문제와 폐해는 오래된 것이며 대선 때 새로 생기거나 특별히 격화된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위기와 한계,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과 여론도 이전부터 많았다. 대선결과를 보고서야 민주노동당을 부정하고 다른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진리를 깨달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선패배가 현실로 나타나자 일부사람들이 비이성적 정치적 선동방식을 동원하여 분당론을 설파하였다.
이는 분당론자들이 민주노동당을 부정하는 이유가 진보정당운동의 발전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을 분당해야하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분당론의 근본요인은 민주노동당에 있는 것이 아니다.
분당론자들이 가지고 있는 경향성과 습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대선결과가 나오자 이들은 민주노동당을 뛰쳐나가야 하는 압박을 견디기 힘들게 되었다.
2000년 총선과 2002년 대선에서 실망스런 결과가 나왔으나 일부 인사들이 떠벌이던 분당론은 힘을 얻지 못하였다.
2004년 총선 후에는 자주파와 평등파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었지만 진중권과 같은 돌출행동을 제외하고는 민주노동당을 뛰쳐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에 희망이 크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으며 여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탈당이 유일한 살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 장래가 없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기 떄문이다.
이전에는 진보운동의 전망이 밝은 것 같았는데 이명박 정권이 압도적 지지로 들어서는 것을 보니 ‘희망이 없다.’는 생각든 것이다.
‘노동자, 농민의 투쟁에 앞장서고 민주노총, 전농과 함께 있다가는 괜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위기감이 생겨난 것이다.
분당론은 진보정당이 거듭해서 승리하고 승승장구할 때는 가장 순결한 민주노동당원 행세를 하다가 민주노동당이 어려운 처지에 빠지자 가장 먼저 민주노동당에서 탈출하려는 것이다.
이는 분당론을 앞장서서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 걸어온 지난 행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보운동의 장래가 어두워지는 듯하면 다른 길로 가거나 변심해 온 과거 행적이 오늘의 언행이 담고 있는 속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분당을 조장하는 것은 고달프고 힘든 진보운동, 언제 승리할지 기약하기 힘든 민주노동당의 길을 가기가 싫은 사람들이 편한 곳으로 도피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분당론이 하나의 심리적 흐름을 형성한 것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패배한 때문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을 부정하고 다른 정당을 추진하는 것은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진보정당운동을 발전시켜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건설하고 말겠다.’는 불굴의 신념과 의지 때문이 아니다.
일시적인 시련에 굴복한 나약함과 패배주의가 낳은 것이다.
분당은 진보적 지향에서 이탈하는 허무주의의 표현이다.
분당론은 ‘종북주의 척결’ 주장과 함께 나왔다.
이들이 말하는 종북주의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매우 모호하다.
뿐만아니라 종북주의가 대선패배나 민주노동당의 현재 어려움을 초래한 원인라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선동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분당론자들은 ‘종북주의를 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체도 불분명하고 인과관계도 없는 것에 분당의 불가피성을 대는 것은 종북주의 척결이 뜻하는 바가 소위<종북>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종북주의 척결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진보정당운동이 지향과 목표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차적인 것은 반미자주와 통일의 깃발을 진보정당운동에서 내리려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노동자 농민 등 기층민중의 계급적 요구와 이익을 대변하고 실현하는 것을 최상 최고의 가치에서 격하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개별적 집단이나 이익단체의 주장을 대변하고 개별적인 자유주의 지식인의 취향에 맞는 활동을 주된 목적과 활동으로 국한하려는 것이다.
보수정권의 출범으로 겁을 집어먹은 사람들은 찬서리를 피해보려고 자기가 투쟁하던 곳을 떠나 남의 집 처마밑을 기웃거리게 된다.
‘민중의 투쟁, 노동자 농민계급의 힘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믿음이 허물어진 사람들은 재탕 삼탕도 더한 <제 3의 길>을 새로운 길이라고 들고나온다.
종북주의 척결을 가장 앞세워 주장하는 까닭은 반미자주와 통일을 주장하면 이명박 정권에서 집중적인 탄압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과 다른 부류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지배집단의 칼날이 비켜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민주노총당’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부정함으로써 민주노총이 겪게 될 고초에 함께 섞여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종북파의 당과 신당의 차별성이 명확하게 대중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한석호의 주장은 ‘정강정책상의 차별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향에 대한 근본적 차이를 표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노동당이 아닌 ‘새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시대의 변화와 운동발전의 요구에 맞게 진보정당운동을 한단계 발전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분당론자들의 주장은 전해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층운동, 계급운동의 요구와 주장이 역사적 사회적 요구로 나서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분당론은 정세와 환경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진보운동에서 반복해서 나타났던 허무주의의 재판일 뿐이다.
분당을 조장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진보운동의 분열에 있다.
진보정당운동에서 ‘새 당을 만들어야 한다.’면 당연히 정강정책에서 기존 진보정당과는 다른 정책과 노선상 요구의 변화발전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준비위원회는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이 해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자주파와 같이 할 수 없다.’는 것 외에 민주노동당이 해산해야 하는 까닭, 민주노동당을 부정하고 새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데 대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분당론을 앞장서서 주장해온 조승수는 온난화문제 등 적녹연대, 계급연대 사회연대전략, 생활정치, 지역밀착 정치, 소수자, 여성주의, 국제주의 등을 새당이 내걸어야 하는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민주노동당이 이미 담당해왔거나 포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을 확대강화하거나 혁신하자.’는 요구나 당내의 다양한 주장으로는 될 수 있지만 민주노동당을 부정하고 새당을 창당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분당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실제 이유는 조승수가 말했듯인 <종북론자들과는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실제 이유는 정강정책이나 당의 활동방향과 내용 때문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을 뛰쳐나가 다른 당을 만드는 이유는 당권 때문이며 민주노동당에서는 자신들이 당권을 쥘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석호가 ‘<평등파가 다수파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서슴없이 드러낸 데서 잘 알 수 있다.
이들이 소위 종북주의를 증오하는 것도 <종북>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주파와 당권다툼에서 줄곧 이기지 못했고 자주파를 밀어내고 당권을 쥘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먹지 못할 밥이니 재를 뿌리고 딴살림을 차리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주도권을 쥐지 않으면 올바른 운동이 아니라고 비방하는 것, 발전을 위한 길을 찾기 우한 모색보다 주도권을 쥐기위한 방편에 더 골몰하는 것은 오랫동안 진보운동의 발전을 더디게 해온 분열주의의 폐해이다.
분열주의자들은 자신이 주도권을 쥐기위해서라면 대중운동을 분열시키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진보정당은 진보운동의 역사적 산물이며 대중조직을 기초로 한 것인데 분당론자들은 대중조직을 외면하며 신당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민주노총의 일선 조합원들 속에서는 혼란을 조직하고 있으며 진보정당을 지지옹호해 온 사람들을 갈라놓고있다.
분열주의자들은 진보운동 자체를 음해하데 앞장서게 된다.
이들이 새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보수정당보다 민주노동당을 더 심하게 공격할 것이며 각 선거에서는 어떤 보수정치인보다 민주노동당의 정치인을 경쟁대상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이들이 각종각양의 방법으로 민주노동당을 부정하고 대중적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행각을 공공연히 벌이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분열주의자들은 최종적으로 지배계급, 보수정당과 야합하는 길을 걷게 된다. 이것은 분열주의자들과 보수정당, 지배계급이 이해관계에서 일치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피할 수 없는 결말이다.
분당론자들의 주장을 널리 선전해주고 고무찬양하는 쪽은 조선일보이며 한나라당이다.
이는 정치구도가 빗어내는 우연한 일이 아니라 첨예한 계급적 이해관계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얼마전 조승수가 수구꼴통으로 이름높은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을 <평소에 존경해왔다>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는 분열주의자들이 가게 되는 최종 종착점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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