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설때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버스를 타고 창덕궁을 지나다보니
한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음...오늘도 슬리퍼를 가져오길 잘햇군...
나는 기본적으로 비오는 날을 싫어한다.
습함, 꿈꿈한 느낌, 게다가 왠지 모를 우울함 때문에...
여름에 더운날 습도 만땅에 추적추적 부슬비 내리는 날은 정말 시비거는 어퐈, 언뉘들
모두 죽여버리고 싶을정도였는데...
나이가 들은걸까? 아니면 작년에 겪었던 개인적인 어려움 때문일까...
나름대로 비오는 날은 비오는 날만의 멋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나름 비를 즐길 수 있는 건지도...
어쨋든 밥을 먹고, 교정을 가로질러 연구실로 가는 길에 지렁이 한마리가
몸부림을 치고있다.
콘크리트 도로의 미세한 유리질 조각 이라도 박혀서 아픈걸까?
요 아래...누군가가 계속 올려두는 이쁜 지렁이 가족이 생각이 문득 든 것은 왜였을까?
벌레라면 바퀴벌레 잡는데도 1m 후방에서 레이드를 한통 다뿌려도 못잡는 나이기에
그냥 쌩까고 지나갈까 하다가, 떨어진 나뭇잎에 그 꿈틀거리는 작은 생명을 얹어서
바로 옆 화단에 옮겨주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었다면 물이 고이는 아스팔트 위에서 물에 빠져 질식사를 하거나
지나가는 차 혹은 무관심한 사람의 발에 밟혀 죽었겠지.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성격도 좋고, 미모도 되는데 안팔리는 이유가 몬지...휴우~~~
직장 동료, 대학 친구, 중딩 친구들 마누라..여자들한테는 오지게 인기가 많은데
왜 이 바닥에서는 이렇게 안팔리는 거지? 이유가 궁금 궁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