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동성애… 혼혈인 입대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세계일보 2006-03-08 21:33]
군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와 군내 동성애, 혼혈인 군입대 문제 등으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인권을 반영해야 한다는 여론과 가장 보수적이랄 수 있는 군이 자칫 원칙을 잃고 기강을 흐트릴 수 있다는 반응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6일 국가기관으로는 처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국회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군 일각에서는 “휴전선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과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단 종교에 빠진 맹목적인 광신도들”이라는 비난과 조롱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1월 6일 공식 브리핑에서 “올해 민·관·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공동체’를 만들어 연구한 뒤 대체복무제 시행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권위의 권고 직후 “대체복무는 시기상조이며 당장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당초 국방부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예비역 장성들로 구성된 성우회 군 원로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국방장관을 지낸 이상훈 재향군인회장은 지난달 2일 신년 인사차 성우회를 방문한 윤 장관을 향해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제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의 의견에 대해 불-필요한 언급을 했다”면서 “왜 장관이 존중한다. 연구한다는 말을 하고 있느냐”고 성토했다.
군 복무 중인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군대 내 동성애자는 국방부령 ‘장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590호’에 따라 ‘성 주체성 장애’에 해당돼 심신장애로 인한 병역처분 변경이 가능하다. 게다가 군형법 제92조에 따르면 동성간 성행위를 하다 적발된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고, 장교와 부사관의 경우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2조에 의해 ‘변태적 성욕자’로 간주돼 현역 부적합 판정을 받고 강제 전역된다.
국가인권위는 1월 6일 국가인권종합기본계획(NAP) 권고안을 내고 이같은 군형법·인사법이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며 시행 규칙의 폐지 또는 개정을 권고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국방부는 2월 16일 동성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기는 어렵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동성애를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는 사회 통념을 군이 뒤집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이 동성애를 심신장애로 간주하고 있는 국방부령 역시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며 이의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군내 동성애를 둘러싼 관련 법규의 개정 역시 손질이 예상된다.
혼혈인의 군입대를 봉쇄했던 병역법령이 올해부터 바뀌면서 혼혈인의 군 입대도 관심의 대상이다.
육군 관계자는 “한국 군대가 아직 다양성을 존중해 주지 않는데 무조건 입영을 허용한다면 혼혈인들이 집단따돌림을 당하거나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획일화된 군이 다양성 문화를 소화하기에는 적잖은 시간과 고민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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