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소수자에겐 인권 없나…경찰, "누가 남자냐" 비웃어
[노컷뉴스 2006-03-07 08:40]
폭력·협박 당해 경찰 찾아갔다 오히려 2차 피해 당하기도…구호 뿐인 '인권경찰'
동성애자들이 각종 경찰 조사과정에서 비웃음이나 모욕을 당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경찰측에 인권 개선을 촉구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성적 소수자라는 사실을 가족에게 폭로하겠다"며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 선배를 경찰에 신고한 여성 K씨. 그러나 믿고 찾아간 경찰에서 기억하기도 싫은 치욕을 당했다.
수사과정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자신에게 누가 남자 역할을 하느냐는 등의 말로 비웃었다.
누군가로부터 생명에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한 C씨 역시 성적 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찰들은 비웃고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았다.
한 인권단체가 발간한 '성적 소수자 인권 침해 사례'를 보면 이처럼 상당수 여성 동성애자들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대표는 "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인생을 왜 그렇게 살았느니, 누가 남자 역할을 하는지 묻지 말아야 할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받는 폭력, 협박 등의 피해를 당하면 당연히 경찰을 찾아가야겠지만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알리게 될까봐 피해를 입어도 선뜻 고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성적소수자들은 피해를 당해도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기 조차 꺼리고 있다.
이같은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한 인권단체가 경찰을 대상으로 한 인권 강의를 제안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일선 경찰서들을 접촉했다.그러나 경찰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내 한 경찰서를 찾은 인권단체 관계자는 "동성애자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를 거의 고함치듯이 했고 활동가들이 하는 이야기를 끊고 대화가 안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인권 개선 요청을 묵살했다는 알려지면서 해당 경찰은 감찰 조사와 함께 교양 조치를 받았다. 당시 경찰관계자는 "윽박지른 사실은 없다"며 "그러나 동성애 부분에 대해서는 교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부터 공부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뒤늦게 경기지방경찰청이 한 인권단체의 제안을 받아 들여 여성 동성애자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교양을 준비하고 있지만 '인권경찰'이라는 구호가 성적 소수자들에게는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진다.
CBS사회부 도성해 기자 / 육덕수 수습기자 holysea6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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