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믿거나말거나, 오롯이 힘밖에 없는 관계로, 한때 나는, 새벽마다 성대 앞 인력시장에 나가 일거리를 찾아보곤 했는데, 어느 날 운이 좋아 일찍 어느 아파트 공사장으로 팔려나간 바, 그 은혜에 보답코자 코가 비뚤어지도록 열심히 일을 하던 중, 어느 잘 생긴 내 또래의 청년과 함께 한 조를 이뤄 일을 하게 되는 바람에, 그다지 힘든 줄도 모르고 굵은 침방울 뚝뚝 흘리며 열심히 일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저녁 6시쯤 일이 끝났을 때, 그 잘 생긴 오빠가 친절하게도 자기 차로 태워다 준다고 해서, 엉덩이가 바숴져라 폴짝 허공을 가르며 보조석에 철퍼덕 앉아 공사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더랬다.
"노가대하면서 차도 있고, 참 좋네요."
"그렇죠? 4일 일하고 3일 놀고 그래요. 어떻게 보면 봉급쟁이들보다 더 나을지도."
"참, 속이 편하시게 사네요. 노는 날엔 뭐해요?"
"노는 날에요? 나이트 가요."
"나이트요?"
"밤에 나가서 아싸, 한 번 땡겨주고, 차가 있으니까, 우리 걸들 태워주면 되죠. 히히."
"부럽군요."
"실은 어제도 한 탕 뛰었어요. 근데, 요 귀여운 걸이 글쎄 내 손을 잡고 그러는 거예요."
"뭐라고요?"
"내가 노가대 다니는 줄도 모르고, 덥썩 내 손을 잡더니 이러는 거예요. 오빠, 왜 손이 이렇게 거칠어?"
"그래서 뭐라고 그랬어요?"
"사실대로 말하기는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이랬죠. 오빠가 골프 좀 치거든."
노가대로 단련된 근육을 골프 근육으로 사기 치고 다니는 그 자동차 몰고 다녔던 잘 생긴 남자의 번지르르한 얼굴이 생각나는 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를 쓰다보면, 자꾸 옛일들이 떠오르고, 나라는 존재는, 내가 끄적이는 글똥들은 대개가 보고 주워들은 옛 추억의 뜨개질 이상이 아님을 불현듯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언니, 바쁘다.
토요일 밤에나 어떻게 얼굴 비출지... 잘 모르겠음.
수고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