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열쇠도 없이 문이 잠겨있는 집 앞에서 엄마에게 건 전화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들어가자마자 엄마가 들이민 신문,
퀴어문화축제 사진이 실려있었다.
드랙퀸들과 에스엠 복장의 사람들.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너 여기 갔었지?"
"아니"
"너 이 시간에 집에 없었어, 너 여기 갔었지?"
"...."
"만약 여기 갔었으면 집에 있을 필요없어, 밥도 먹을 필요 없고,"
토요일, 완전히 젖은 양말과 신발로 들어온 나, 엄만 이미 거기 간줄 알고 있었다
3년전 겨울,
군대가기 일주일전
학교 이반 모임 사람들과 놀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
정말 군대가는 구나, 하는 실감이 나면서
'이대로 떠나서는 안된다'라는 계시와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주한병을 마시고 했던 커밍아웃, 정말 힘들었던 커밍아웃.
난 뭘 기다리는 걸까?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아니, 내가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잘못되게 태어난 걸까?
중학교 1학년..
맨처음 짝이 된 아이.
나중에 친해져서 자기 집에 놀러오면 '개고기'를 먹게 해주겠다던
UN하고 미국하고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고 묻던
그 역도부 아이..
대뜸 "너 그러지 마"
"내가 뭘 어쨋는데?"
"그렇게 여자같이 굴지마."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지?
나의 인생은 어떻게 전개될까?
우리에게 원죄를 질문하게 만든 요 놈의 사회가 잘못한 거겠지.
그래도 나이 든 언니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시간이 지나면 가족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다시 '회복'되리라 믿어. 아직 민우 씨는 젊고 전도유망해서 부모님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할 듯 싶기도 하고.
내 경우 지금은 가족이고 친지고 할 것 없이 날 포기한 듯 보이는데, 가끔은 그게 어떤 해방 같은 걸로 느껴진다우. 여동생들과 지들 남자친구들의 미모를 따지는 재미라든가 '누구 없냐?'는 투의 엄마가 주는 은근한 눈치라든지 하는 것들은 팁일 뿐이고...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내 인생을 나 스스로 하나씩 만들고 구축해간단 자유스러운 느낌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
힘내시구랴, 개기시구랴. '너 그러지 마'라고 이야기하면 '지랄하고 자빠졌네'라고 말하는 여유도 민우 씨가 갖길 바래. 그리고 그럴 수 있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