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학교'(스티븐 로 지음/하상용 옮김/창비/1만원)는 철학자의 이름이나 그가 한 말을 들먹거리며 친구들에게 잘난 체 하기 위해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철학에 대한 이론이나 교양을 전달하기 보다는 철학적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이기 때 문. 그러면서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파격적이다.
동성애를 나쁘다고 믿는 기독교 신자와 하느님이 나누는 대화를 보자. '성경에 동성애는 옳지 않다고 적혀 있다'(기독교 신자)-'성경에 돼지나 생선을 먹지 말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러면 너는 벌써 죄를 범한 셈이다'(하느님). '동성애는 가족제도를 좀먹는다'(기독교 신자)-'천주교 신부가 되는 것도 부도덕하다는 말이냐'(하느님). '동성애는 자연스럽지 못하다'(기독교 신자)-'동물들도 동성애에 빠진다'(하느님)…. 기독교 신자는 동성애는 더럽다,건강하지 않 다,젊은이를 타락시킨다,문란하다 등등 온갖 논리를 갖다붙이지만 상식의 편견은 하느님의 반론에 여지없이 분쇄되고 만다.
이밖에 도 신학자와 물리학자의 논쟁,부부간의 대화,로봇과 주인의 설전, 외계인과 지구인의 논리싸움 등등 재미있는 상황설정으로 무거운 내용을 쉽게 풀어냈다.
앞에서 예를 든 동성애와 같이 주제 역시 추상적이고 심오한 내용 보다는 시간여행은 가능할까,도둑맞은 두뇌,상대주의자들의 거짓 말,기계는 생각할 수 있을까,창조론은 과학적일까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내용을 대상으로 삼았다.
주제는 톡톡 튀지만 책을 읽다보면 서양철학사에서 한다하는 철학 자들이 한번씩 의문을 품었던 내용들을 만날 수 있다.
회의주의 상대주의 논리적행동주의 반증주의 등 철학자들의 다양한 주장들 도 구체적인 설정 속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중간 중간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긴 하지만 전 체적으로 읽어내기에 크게 무리는 없을 듯하다.
읽고 난 뒤 사물 을 철학적으로 꼬치꼬치 따져 보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제대로 책 을 읽은 셈이다.
청소년용.
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p.s
책을 많이 읽는 챠밍 게이가 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