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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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2-18 12: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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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 울랄라깔랄라 행성이 결국 노출되고 말았다. 50광년 너머 ‘다이아몬드 별’이 포착되었단다.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4/02/005000000200402172211195.html

그게 바로 내가 이 지구에서 살기 전의 행성, 울랄라깔랄라다. 맨인블랙이 곧 우리집 앞에 검은 승용차를 갖다댈 것이다. 썬글라스가 밤빛에도 매섭게 번뜩인다. 무섭진 않다. 이미 새벽은 무르익었고, 짐가방이 허전히 내 왼손에 쥐어져 있다. 울랄라깔랄라 행성으로 가는 버스 티켓 한 장, 나의 페티쉬 오른쪽 검은 장갑에 쥐어져 있다.

가끔 이 '바닥'에 있다 보면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을 해치는 경우를 보곤 한다. 그러면 훌쩍 울랄라깔랄라로 떠나고 싶어 엉덩이가 근질거린다. 사적인 것이 모여 정치화를 꿈꾸는 동네다 보니, 사적인 은밀함이 탈구되면 그 누군가는 삑사리나기 십상이다. 이 동네는 사랑 타령과 인터내셔널歌가 기묘한 포즈로 동거해도 누가 뭐라할 사람 없다. 사적인 것의 흘러넘침, 그 잉여가 곧 우리들인 탓이다. 시간의 자정능력을 믿는, 그 정도로 무딘 척, 수면에 뜬 슬픔 같은 건 국자로 퍼다 내버리는 나 같은 곰탱이도 모질게 따져 묻지 못한다.

맨인블랙을 피해 가방을 들고 창문을 넘어려는 순간, 전화 한 통이 울려왔다. 평생 처음 들어보는 횡설수설의 술 취한 자의 음색, 괴롭다. 사적인 것의 흘러넘침, 그 잉여의 똥통 속에 나 역시 코를 쳐박고 있는지라 어느 것 하나 자유롭지 못하다.

'사랑'과 '일'의 구별은 게이들에게 천형인가. 평생 처음 들어보는 횡설수설의 술 취한 자의 음성은 그렇다, 라고 대답했다. 나 역시 모질게 대답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 천형, 그 과장된 연극적 제스츄어를 즐겨 모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인블랙이 노크한다. 곧 습격이다. 그래도 난 괜히 여유를 가장하며 책을 펴든다. 단어 하나를 찾고 있다. 활동적 삶vita activa, 물 한 잔을 창문턱에 놓고 한나 아렌트를 다시 읽고 싶은 밤이다. 노크 소리가 멈췄다. 다이아몬드 별은 반짝이고 노크 소리는 멈췄다. 곧 습격이다. 헌데도 여전히 난 그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책장을 뒤적이고 있다. 활동적 삶.



나에게 전화한 놈에게 : 사랑이 전부는 아냐. 다, 잘 될 거야. 우리 모두는 자신의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 미안해. 그리고 다시 그런 목소리로 내게 전화하지 마. 니 소리에 놀라, 다이아몬드 별이 다시 숨어버릴지도 몰라. ^^


리플소녀 2004-02-18 오후 13:37

아니 이건 무슨 둘리랍니까
자 도우너 가자 다이아몬드 행성을 찾으러!

. 2004-02-18 오후 14:01



울랄라깔랄라행 버스 티켓은 이쁜 애들만 준단다. 그나저나 영로야, 최상궁이랑 금영이 그렇게 돼서 너 어떻게 하냐? 쯔쯧....

. 2004-02-18 오후 14:45

쉿, 영로야. 내 비밀을 너에게만 털어놓을께.


[2003-07-04]
내가 울랄라깔랄라의 왕자인 이유/전문 읽기


[중략]

사실 위 세 개의 예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아. 내 일상은 온통 음모로 가득 차 있고, 나를 음해하려는 어둠의 세력들이 늘 감시의 눈초리를 번뜩이고 있어.

실은 난 지구로부터 5억 광년 떨어져 있는 '울랄라 깔랄라' 행성의 왕자였던 것 같아. 가끔 싱그러운 포도 넝쿨과 노오란 튤립 꽃 사이를 산책하고 있는 경건한 왕자의 모습이 데자뷔처럼 보여지곤 했었거든, 나 어렸을 적에.

근데 내 기억에 의하면 그 행성에 반란이 일어났었어. 그리고 난 반란의 무리들을 피해 착한 우주의 정령들에 의해 지구로 보내졌던 거지. 내가 지구로 보내졌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 사람은 자신도 이 거대한 음모의 일부분이라고 실토한 프릭키였어. 프릭키에 의하면 지금 북상하고 있는 태풍 관련 일기예보 속에 자신들(특히 김모일권, 이쁜이 등)한테 보내는 지령 메세지가 담겨 있다고 하더군.

나 역시 그 일기예보를 면밀히 파악해보았지.

메세지는 이랬어.

<막아라, 막아라. 그의 성 기능과 그의 즐거움을 초토화시켜라.>

얼마나 끔찍한 메세지야.

이 메세지를 듣고 난 지금 무척 우울하고 막막해. 대체 어떻게 혼자 이 음모의 가시밭길을 헤쳐나갈 수 있단 말인가. 나를 그 동안 키워주신 우리 시골의 양어머니(우리 양어머니는 아직도 날 친자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와 형제처럼 함께 지냈던 여동생들한텐 미안한 말이지만, 난 '울랄라 깔랄라' 행성의 빛나는 왕자가 분명한 것 같아. 내 몸 속엔 고귀한 귀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게지.

지금 난 우주 역사와 미래를 담은 소쿠리테스트의 예언서를 읽고 있는 중야. 이 예언에 의하면 내가 예수님이 죽은 33살 때쯤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다고 되어 있어. 그리고 이 위기를 빠져나오기 위해선 광야의 심부름꾼인 사도 요한과 같이 멋진 남자가 자신의 지팡이로 내 어깨를 두 번 두드려야 된다고 되어 있지. 물론 이 남자는 나카다를 닮아 있을 게 뻔해.

난 지금 두려움과 곧 들이닥칠 환희를 기다리며 숨 졸이고 있어. 어쩌면 나카다를 닮은 사도 요한을 만나기 전에 김모일권과 외계인 반란군에 의해 처형될 수도 있으니까.

제발 나 좀 구원해줘. 나에겐 이 음모가 너무 벅차.

전화를 건 폭스 사. 안내양이 헬로 어쩌고 하며 다짜고짜 영어로 시부렁거리자 얼른 전화를 끊었다.

리플소녀 2004-02-18 오후 15:02

자기 자신의 성 기능과 그 즐거움을 초토화 시킬 필요까지는 없었잖아요

. 2004-02-18 오후 15:12

저 위에 2003년이라고 되어 있는데 다시 보니 2002년도구나.

울랄라깔랄라의 노래 들어보련? 그때쯤 이 왕자가 손수 작사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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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9

우리 울랄라깔랄라 행성으로 놀러 오세요.

별이 지고 달이 기우네요. 지구보다 덜 오염된 우리의 별, 거기엔 이미 향기나는 꽃들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요.

우리 울랄라깔랄라 행성으로 놀러 오세요.

우주를 날 때 당신의 옷깃에 스치는 원자의 춤을 느껴보세요. 이미 날개 달린 미니 버스도 준비되어 있답니다. 버스에 오르세요.

우리 울랄라깔랄라 행성으로 놀러 오세요.

버스 뚜껑 위에 올라가 채찍을 휘두를 거예요. 채찍이 우주의 정원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자장이 생겨요. 버스 위에서 신나게 채찍을 휘둘러봐요.

우리 울랄라깔랄라 행성으로 놀러 오세요.

우주의 정원 속에서 채찍을 휘두르며 날아가는 우리 버스는 둥근 달을 지나 화성의 온기를 더듬고 태양계를 두 바퀴 돌 거예요. 우리들은 창이 없는 버스 바깥으로 손을 내밀고 노래를 부를 거예요. 바람이 느껴지지 않나요?

우리 울랄라깔랄라 행성으로 놀러 오세요.

오로라 지평선을 넘으면 당신들이 모르는 세계가 나타날 거예요. 로드가 버스 주위를 맴돌고, 꽃으로 치장된 전설의 우주선들이 우리를 위해 경적을 울릴 거예요. 그럼 우리들은 기꺼이 소리를 지르겠죠. 꽃처럼 입을 벌려봐요.

우리 울랄라깔랄라 행성으로 놀러 오세요.

석유 흡혈귀 자가용을 버리고, 닭장의 전세방을 훌쩍 버리면 우리의 우주 버스가 보일 거예요.
욕망으로 짓이겨진 항우울제를 중단하고 자신을 세뇌하는 한 줌 도식을 걷어차면 어느덧 우리 손엔 채찍이 쥐어질 거예요.

우리 울랄라깔랄라 행성으로 놀러 오세요.

제가 거기 있냐고요? 아니요, 저도 사실은 처음이예요. 그래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깨가 자맥질해요. 저기 보이는 초록의 한 점 희망별, 거기가 바로 울랄라깔랄라예요. 우리의 버스가 부르릉거려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