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별 울랄라깔랄라 행성이 결국 노출되고 말았다. 50광년 너머 ‘다이아몬드 별’이 포착되었단다.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4/02/005000000200402172211195.html
그게 바로 내가 이 지구에서 살기 전의 행성, 울랄라깔랄라다. 맨인블랙이 곧 우리집 앞에 검은 승용차를 갖다댈 것이다. 썬글라스가 밤빛에도 매섭게 번뜩인다. 무섭진 않다. 이미 새벽은 무르익었고, 짐가방이 허전히 내 왼손에 쥐어져 있다. 울랄라깔랄라 행성으로 가는 버스 티켓 한 장, 나의 페티쉬 오른쪽 검은 장갑에 쥐어져 있다.
가끔 이 '바닥'에 있다 보면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을 해치는 경우를 보곤 한다. 그러면 훌쩍 울랄라깔랄라로 떠나고 싶어 엉덩이가 근질거린다. 사적인 것이 모여 정치화를 꿈꾸는 동네다 보니, 사적인 은밀함이 탈구되면 그 누군가는 삑사리나기 십상이다. 이 동네는 사랑 타령과 인터내셔널歌가 기묘한 포즈로 동거해도 누가 뭐라할 사람 없다. 사적인 것의 흘러넘침, 그 잉여가 곧 우리들인 탓이다. 시간의 자정능력을 믿는, 그 정도로 무딘 척, 수면에 뜬 슬픔 같은 건 국자로 퍼다 내버리는 나 같은 곰탱이도 모질게 따져 묻지 못한다.
맨인블랙을 피해 가방을 들고 창문을 넘어려는 순간, 전화 한 통이 울려왔다. 평생 처음 들어보는 횡설수설의 술 취한 자의 음색, 괴롭다. 사적인 것의 흘러넘침, 그 잉여의 똥통 속에 나 역시 코를 쳐박고 있는지라 어느 것 하나 자유롭지 못하다.
'사랑'과 '일'의 구별은 게이들에게 천형인가. 평생 처음 들어보는 횡설수설의 술 취한 자의 음성은 그렇다, 라고 대답했다. 나 역시 모질게 대답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 천형, 그 과장된 연극적 제스츄어를 즐겨 모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인블랙이 노크한다. 곧 습격이다. 그래도 난 괜히 여유를 가장하며 책을 펴든다. 단어 하나를 찾고 있다. 활동적 삶vita activa, 물 한 잔을 창문턱에 놓고 한나 아렌트를 다시 읽고 싶은 밤이다. 노크 소리가 멈췄다. 다이아몬드 별은 반짝이고 노크 소리는 멈췄다. 곧 습격이다. 헌데도 여전히 난 그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책장을 뒤적이고 있다. 활동적 삶.
나에게 전화한 놈에게 : 사랑이 전부는 아냐. 다, 잘 될 거야. 우리 모두는 자신의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 미안해. 그리고 다시 그런 목소리로 내게 전화하지 마. 니 소리에 놀라, 다이아몬드 별이 다시 숨어버릴지도 몰라. ^^
자 도우너 가자 다이아몬드 행성을 찾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