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설때 아침이 차갑게 느껴지질 않는다.
해질녘까지 햇살을 받고 서있는 목련나무 가지끝에 움이 튼걸 하나 따보았다.
복실복실한 껍질안에 실크보다 더 보드라운 감촉......
꽃잎은 거기에 채곡채곡 숨어있었다.
사람사는 세상이 제아무리 어긋나 질척 거린다해도, 자연은 묵묵히 제 갈길 을 간다.
내가 티 나지않게 좋아라...하는 겨울이,
이제 떠날때를 알아 짐꾸러미 챙기는걸 바라보면서
옷자락 잡는 시늉 이라도 해주는게 사람의 정리 아닐까... 싶다가도
가는것...오는것....세상 어느것 하나 내 뜻대로 되는게 있었던가...고 얄궂게 핑계를 찾는다./
그것을 뭐라 이름 해야할지....나는 모른다.
다만 그것은 오늘도 움직이고 있고, 그 전체 모든것에 포함 되어있는자 가,
한낱 먼지보다 작은 존재로 살아가는 이 발걸음속에도, 눈이있고 가슴 저미는 무엇이 있다.
이 마져도 온전히 내것인지 모르겠다만,
못내 버리지 못하는것은
청량하게 영혼을 내리치는 절대적 깨달음의 담담함 보다,
제 살갗에 와닿는 사람의 못믿을 마음이요, 손으로 어루는 속살 의 애꿎은 사소함이다.
나를 참 많이 닳은 겨울이 떠나가면서....내게도 다른 색갈 옷한벌 쯤 놔두고 가려는지,
봄꽃을 숨겨놓았구나.
겨울도 이제 끝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