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LGBT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
‘발랄한 국회의원’ 민주당 진선미 의원
서울LGBT영화제의 기조와 어울리는 ‘발랄한 집행윈원’이 여기 있다. 바로 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이다. 진선미 의원은 평소 언론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비춰지지만 그 뒤편에는 일이 바쁜 만큼 더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고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걸그룹 2NE1의 씨엘의 신곡이 나와서 틈틈이 ‘팬질’을 하며 위안을 얻곤 한다는 매력 넘치는 진선미 의원을 인터뷰했다.
“제 인생 자체가 ‘발랄한 저항’인 것 같은데요?”
그녀는 여태껏 우리가 생각하는 국회의원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 권위적인 모습부터 젊고 당찬 이미지가 그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국회의원 같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기로 마음먹고 정치인으로 나선 만큼, 이미 서울LGBT영화제가 표방하는 ‘발랄한 저항’과 뜻을 같이 한다.
“출마를 고민하면서 사람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소위 ‘날라리’인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살 수 있을까, 또 사람들이 생각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으로 변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회의원이 꼭 ‘국회의원 같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오히려 허물없이 사람 없이 잘 어울려 노는 저 같은 사람이 그동안 정치인들과 소통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저 같은 날라리 국회의원이 다양한 시민들과 소통하며 정치를 만들어 간다면 그것도 한국 정치 문화의 큰 변화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저의 ‘발랄한 저항’을 시작한 것이죠.”
그녀는 변호사 시절부터 LGBT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지지와 뜻을 같이했다. 90년대 우리나라에 성소수자운동의 싹이 틀 무렵부터다. 동성애자 병역거부 사건부터 하리수 씨의 성명권 분쟁 사건 등의 변호를 맡으며 자연스레 성소수자들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과 싸움들에 조금 더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성애중심주의와 가부장제가 섞여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여성과 성소수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가 많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성소수자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서울LGBT영화제 집해위원 제의 받고 “나를 믿어주는 구나.”하고 고마움 느껴
“믿어주는 만큼 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호사로 일하면서는 열심히 변론을 하는 것으로 성소수자들과 함께 했는데 국회의원이 된 만큼 다른 방식으로 함께 하고 싶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법안을 제정하고 정책을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에 마침 김조광수 집행위원장님이 제안을 해주셨고 감사한 마음으로 제의를 수락했죠.”
“국회의원으로서 제 역할이 있다면, 더 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는 영화제를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 자신은 대단할 것 없는 사람이지만 국민의 지지로 뽑힌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저의 지지가 상징적으로는 국민의 지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영화제로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퀴어 영화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집행위원장이라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김조광수 감독의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동성애자들에 대한 억압과 차별 뿐 아니라 동성애자들의 용기, 사랑, 우정들이 잘 드러나서 동성애자들의 삶의 면모가 균형감 있게 잘 표현된 듯해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퀴어한 유머코드를 대중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게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김조광수 감독님이 이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상업영화 감독이 될 수 있겠구나하고 기대하고 있어요.”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개막작 <아웃 인 더 다크>
<제13회 서울LGBT영화제 개막작 '아웃 인 더 다크'의 한 장면>
“<아웃 인 더 다크>는 팔레스타인 청년과 이스라엘 청년 사이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아웃 인 더 다크>를 통해 성소수자 역시 사회적 상황에 의해 고통 받고, 그 속에서 삶을 선택하는 시민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지만, 실제로 우리 삶은 많은 부분 정치, 문화, 사회적 상황에 제약받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들은 저기 어딘가 사회와 동떨어진 게토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들도 역시 경제침체, 불안정한 노동, 가부장적 문화에 영향을 받고, 그런 한국 사회 안에서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더 많은 시민들이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최근 프랑스가 세계에서 14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 된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동성결혼은 비합법이지만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이 당당하게 자신의 파트너와 공개 동성결혼을 한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향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인 그녀가 정치권 안팎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을까.
“저는 이제야 한국 정치권에서 차별금지법, 동성결혼 등 성소수자 이슈가 정치 이슈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차별금지법 등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정책형성과 입법에 호모포비아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해 논란이 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죠. 하지만 성소수자가 아예 한국 사회에 없는 존재로 취급받았던 과거에 비하면 한 발 나아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겪어야 하고 피해갈 수 없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김조광수 감독님과 김승환 대표님의 결혼은 우리 사회에서 동성결혼 논쟁의 시발점이 될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결혼이 작은 시발점이 아니라 거대한 시발점이 되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성소수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많은 시민들의 편견과 무지를 회피하지 말고 더욱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논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동성결혼에 대해 ‘이상한 애들이 하는 특이한 행동’ 정도로 생각하지 않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적, 정치적 쟁점으로 생각하도록 됐으면 좋겠어요.“
“서울LGBT영화제는 ‘지압판’이다.”
“지압판은 아프지만, 차별과 억압에 병이 난 ‘숨은 환부’에 자극을 줘 우리를 더욱 건강하게 하니까요. 관객 여러분들 모두 즐겁고 슬프고 화나고 기쁘고 웃음나고 눈물나는, 우정과 사랑과 희망과 연대가 생기는 관람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꽈악 끌어안고 끝까지 함께 가요.”
“우리 사회에서는 ‘어떻게 사는 것이 정상이다’라는 선입견이 큰 것 같아요.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고, 때가 되면 대학을 가고, 안정된 직장을 잡고, 이성결혼을 하고, 적당한 수의 자녀를 갖고, 또 자녀를 잘 길러서 자신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죠. 심지어 특정 지역에서 태어나면 안 되고, 외국인이면 안 되고, 장애가 있으면 또 안 되죠. 하지만 실제로 온전히 저렇게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저런 삶은 모두에게 접근이 가능한 걸까요?
자신이 선택한 일이건 타고난 문제이건, 혹은 드러내건 드러내지 않건 우리는 어떤 면에서 모두 소수자에요. 그렇기 때문에 성소수자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삶과 인권을 지키며 살아가는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다양한 삶의 방식을 평등하게 보장하느냐, 거꾸로 말하면 우리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살 수 있는가 하는 ‘자유’의 문제죠.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 영화제에서 모인 우리 모두는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모인 인연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꽈악 끌어안고 끝까지 함께 가요.”
서울LGBT영화제 데일리팀 규환(jgh5820@hanmail.net)
더 많은 정보는 서울LGBT영화제 홈페이지(http://www.selff.org/), 블로그(http://lgbtfilm.blog.me/), 트위터(http://twitter.com/Seoul_LGBT_Film)에서 확인 가능 합니다.
매해 빠지지않고 봤었는데ㅎㅎ 이번에두 <아웃 인 더 다크> 예매했음요! 규환 화이팅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