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8일 전국의 도서관과 중등학교, 대학 등 5000개 기관에 배포한 ‘한국인의 법과 생활’ 책자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 대법원은 게이 커플 중 한 명이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 그의 파트너가 사망한 사람 소유의 재산에 대해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 영국에서는 2005년 12월 ‘시민 파트너십’이라는 법률이 시행되면서 게이 커플도 이성 부부들처럼 상속권 등의 권리를 갖게 됐다.

따라서 ‘게이 커플도 상속권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의 글로벌 추세는 ‘인정된다’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게이 커플 소송은 바스케즈란 남성이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파트너인 슈베르츨러가 숨진 뒤, 그가 남긴 2만 달러 상당의 재산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슈베르츨러의 가족들은 바스케즈는 관리인이나 가정부로 보였을 뿐 두 사람 간의 애정 표현을 전혀 못 봤고, 슈베르츨러가 여행갈 때 동행한 적도 없다는 등의 정황을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

1심 법원인 피어스 카운티 지방법원은 법적인 혼인을 하지 않고,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형평법상’의 이론에 따라 바스케즈가 그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동성 간은 혼인할 수 없기 때문에 동성 커플에 대해서는 불법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상대방에 대한 상속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2심 판단이 엇갈리면서 결국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갔는데 대법원은 “형평법상 권리는 당사자 간의 관계가 합법적일 것을 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별이나 성적 성향에 의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며 만장일치로 바스케즈의 상속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전례가 없는 만큼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법무부는 민·형사 분야 분쟁해결방식, 주택임대차 계약서 작성 요령, 소비자 피해구제 절차 등 생활 법률을 담은 ‘한국인의 법과 생활’을 발간하면서 딱딱한 법률책자를 읽는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읽을거리’란 코너를 만들어 ‘게이 커플의 상속권’ 등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에피소드나 판결을 소개했다. 여기엔 ▲ 주민등록증 발급시 지문날인을 거부할 수 있을까 ▲ ‘정서’보다는 ‘법’이 앞서는 뉴욕 ▲ 게이 커플의 혼인신고 ▲ 아버지의 사후 냉동정자로 태어난 아이는 친자일까 등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