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트콤 ‘섹스앤더시티’를 보면 4명의 여주인공 옆에 늘 함께 다니는 남자친구가 있다. 케리를 비롯해 주인공들은 동성애자인 그에게 멋진 남자를 소개시켜준다든지 성고민을 들어주며 마치 여자친구를 대하듯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렇듯 해외에서는 동성애자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문화적 차이 때문에 방송에 등장하기가 쉽지 않다. 홍석천처럼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과감히 공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돌던 몇몇 연예인은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개그맨 홍록기가 영국에 갔을 때 일이다. 그는 런던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노천카페에 차를 마시러 들어갔다. 안내하는 대로 자리에 앉자 남자 웨이터가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 홍록기는 차를 시키면서 웨이터에게 나름대로 친근한 인상을 주려고 슬쩍 윙크를 날렸다. 웨이터에게 편하고 친근한 인상을 주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웨이터는 홍록기에게 차를 갖다주며 쪽지 하나를 슬그머니 함께 건넸다. 홍록기는 쪽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쪽지에는 웨이터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Always(언제나)’란 단어와 함께 적혀 있었다. 홍록기는 나중에 영국에서 남자가 남자에게 윙크를 하면 동성애자로서 ‘너를 좋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 후 홍록기는 영국의 한 나이트클럽에 놀러 갔다. 연예계의 소문난 춤꾼 홍록기는 이곳에서도 마음껏 춤솜씨를 자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백인남자가 그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귓속말로 “술을 사주겠다”며 추파를 던졌다. 홍록기는 “No,Thank you(괜찮아요)”라고 정중하게 거절했으나 이 남자는 계속해서 그를 쫓아다니며 관심을 보였다. 홍록기는 이 남자를 떼어놓기 위해 머리를 짜내다가 “I’m regular(나는 정상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남자는 아쉬운 듯 홍록기를 단념했다고 한다.
만약 영국이나 유럽 여행길에 오르실 분 중 이성애자라면 윙크는 가려서 하시길.
/최성은(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