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의 미국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민주당의 대표주자인 하워드 딘 후보가 적절치 못한 동성애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독교 유권자들을 의식해 종교적 발언을 많이 하고 있는 딘후보는 최근 한 모임에서 “종교적 관점에서 볼때 만일 하나님이 동성애를 죄라고 생각하셨다면 애초부터 동성애자들을 창조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동성애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하고 근본적인 유전적 성향이 자체내에 있다”고 덧붙였다. 딘은 버몬트주지사 시절에도 결혼한 동성애자들에게 시민의 권리를 부여해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어서 이번 그의 발언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그러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에 노출되는 현 시점에서 이번 발언은 커다란 ‘실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딘은 “나의 기독교적인 견해는 모든 크리스천들이 무대 곁에 비껴선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의 권익 향상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나가자마자 미국의 기독교계에서는 발끈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많은 기독교 관계자들은 딘이 성경에 대해서 무지하고 전통적 가정의 가치를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미국 가정문화연구소의 봅 나이트 소장은 “도대체 ‘하나님이 동성애자를 창조하셨다’는 구절을 성경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라면서 “딘이 미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게이 옹호 주지사였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나이트 소장은 또한 딘 후보가 과학적으로도 무지하다고 강조했다.어떤 과학자들도 아직까지 인체 내부에 동성애적인 유전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 성공회의 마틴 민스 신부는 “딘 후보가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대한 아주 얕은 지식 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딘은 먼저 하나님이 이 땅을 창조하고 남자와 여자를 만드신 총체적 이유에 대해서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최근 자신의 신앙을 강조하며 기독교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던 딘 후보는 동성애에 대한 속내를 내비침으로써 보수 기독교인들로부터 외면당할 처지에 놓였다.
이태형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