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감염자 일부만 조사…더 있을수도 국내에서 2명의 여성동성애자(레즈비언)가 동성애 관계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렸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에이즈 감염인 5명 가운데 1명꼴로 동성애를 자주 하고 있으며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때때로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져, 이들 감염인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과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팀이 7일 발표한 고위험군 성행태 및 에이즈 의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현재 생존해 있는 에이즈 감염인 1930명의 13%에 해당하는 258명(남성 232명, 여성 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 감염인 2명이 동성애 관계로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조사는 또래 감염인을 조사원으로 활용해 조사대상자의 익명 신분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는 감염인 일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동성애 관계로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동성애 관계로 국내에서 에이즈에 걸렸다는 조사 결과는 1985년 국내 첫 에이즈 감염인이 보고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국립보건원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643명이 동성애 관계로 에이즈에 감염됐고 이들 가운데 여성은 없으며 모두 남성동성애자(게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종구 국립보건원 전염병관리부장은 “여성동성애 관계로도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다”며 “에이즈 감염 경로는 은밀한 사생활과 관련돼 그동안 감염인들이 보건소 직원 등에게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거나 거짓을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감염경로 통계가 완벽하지 않다”고 말했다.
감염인들은 51.6%가 성생활을 하지 않으며, 24.0%는 배우자 또는 애인과 고정된 성생활을 한다고 밝혔으나, 22.1%는 다양한 동성과 잦은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 감염인 3명은 많은 여성과 자주 동성애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혀 여성동성애 관계를 통한 에이즈 전파가 우려되고 있다.
또 감염인들은 22.2%가 항문성교 따위를 할 때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가끔 사용한다고 밝혀 에이즈가 동성애 집단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번 조사결과 드러났다.
한편, 감염인들은 17.4%만이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밝혀 상당수 감염인들이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에 의존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염인들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애로사항으로 경제문제(69.1%)를 꼽았고, 이어 건강문제(12.1%)와 신분·병명 노출(14.1%) 따위를 들었다. 현재 경제상태에 대해서는 61.6%가 매우 어렵다, 22.1%는 약간 어렵다고 응답해 절대 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41.4%는 잘 지내고 있다, 21.9%는 가끔 연락을 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사이가 안 좋다거나 연락을 끊고 지낸다는 사람도 각각 20.3%와 16.0%나 됐다.
이밖에 정부의 에이즈 정책에 대한 불만족 내용을 물은 결과 경제적 지원 부족(44.6%)을 으뜸으로 꼽았고 이어 △보건소 담당자의 잦은 교체(37.8%) △신속한 정보 제공 부족(8.0%) △병명과 신분 노출(4.4%)을 지적했다. 안종주 보건복지전문기자 jj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