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3-04-11 () 00면 1847자
[등불을 켜며―최낙중] 나의 법을 잊지 말라
정부는 국가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입법 행정 사법의 세 기반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국민의 안녕을 도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법을 제정할 때나 어떤 일을 허용할 때 무조건 대다수가 원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일이 과연 사회성을 지닌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한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난 3일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는 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에서 ‘동성애 사이트가 유해 매체가 아니다’를 삭제토록 검토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성(性)의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오늘날 청소년들이 동성애를 다룬 만화나 영화,뮤직비디오,인터넷 등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이런 조치는 청소년 유해를 부추기는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가. 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문제를 집중 연구한 필자가 아는 대로는 이 세상에 불량한 청소년은 없다,불량한 어른들이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청소년을 선도해야 한다. 죄악으로 인도하는 자는 소경이다. 청소년보호위는 과연 청소년들을 아는지 묻고 싶다. 청소년의 사회학적 정의는 의존적 아동기에서 자립적 성인기로 가는 과도기의 사람이다.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다.
성경에 보면 일찍이 동성애로 성문화가 타락했던 소돔과 고모라성이 하나님의 진노로 하늘로서 내려온 유황불 심판으로 망했다. 신약성경 고린도전서 6장 9∼10절에는 하나님의 나라를 율법으로 받지 못할 자는 음란한 자나 남색한 자라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음행의 죄악이 각종 질병과 함께 패가망신케 한다.
국가가 정한 법이란 ‘국민의 생명과 함께 건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동성애 사이트에 무분별하게 접근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호기심 발동에 의한 범죄율이 가장 높은 청소년기인데 국가가 이와 같은 일에 부채질하는 것이다. 청소년이 병든 나라와 민족의 장래는 없다. 청소년들의 건강이 곧 나라와 민족의 건강이다. 그러므로 청소년보호위는 건강한 청소년을 양육하기 위해 청소년 유해 매체 심의에서 동성애 항목을 삭제하기보다는 바람직한 청소년의 성문화를 지도할 일을 연구 검토하고 실시해야 한다.
오늘의 정부가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일이 청소년의 바른 교육이다. 바르고 건강한 청소년 교육과 선도는 가정의 부모와 학교의 교사와 사회의 어른들이 함께 해야 한다. 불량한 청소년은 불량한 가정과 교사,그리고 사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입에서 나온 말로 교육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선배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배운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 아들 르호보암에게 좋은 말로 교육했다. “내 아들아,나의 법을 잊어버리지 말고 네 마음으로 나의 명령을 지키라. 그리하면 그것이 너로 장수하여 많은 해를 누리게 하리라. 인자와 진리로 네게서 떠나지 않게 하고 그것으로 네 목에 매며 네 마음판에 새기라. 그리하면 네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은총과 귀중히 여김을 받으리라”(잠 3:1∼4)고 하였다.
그러나 르호보암은 부친이나 노인의 말을 듣기보다는 젊은 자기 친구들의 말만 듣고 정치하다가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졌다. 르호보암은 말년의 솔로몬이 하나님에 대한 신앙 타락과 함께 음란한 죄에 빠진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 문제는 기성 세대가 책임져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일들은 법으로 사전에 막는 일이 지혜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이 진리가 아닐 때는 지도자들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청소년보호위는 그 이름대로 청소년들을 죄악의 오염으로부터 보호해 주기 바란다.
최낙중 목사(서울 관악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