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입니다. 좋은 소식이 있어 연락을 드립니다. 2007년부터 5년동안 김준수 작가가 윤가브리엘(나누리+대표)과 함께 사진작업을 해왔습니다. 드디어 5월 4일~10일에 '헬로우 가브리엘' 사진전이 열립니다.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룩스에서 해요. 놀러오세요. 많이많이요. http://webzine.iphos.co.kr/webzine/news/exhibition_view.asp?ins_no=3908&artist_type=1
Hello, Gabriel~ 김준수
환등기는 내게 있어 일종의 '놀이'와 같다. 중학생 무렵 '시청각실'에서 보았던 슬라이드는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놀이공간이자 무한한 상상이 가능한 시간을 담보했다. 흰 벽면에 쏘아진 석굴암이며 석가탑 앞을 장난삼아 지나가보면 내 얼굴과 옷에 석굴암이, 석가탑이 얼룩지며 묻어났고, 시청각실 캐비넷이면 캐비넷, 내려진 커튼이면 커튼, 꼭 흰 벽면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실재하는 사물에 포개지며 비춰졌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불이 켜지고 나면 한 순간에 없어지고 마는 가상의 공간이자 꿈같고 신기루같은 '찰나'였다. 그러나 '빛'과 '어둠'이라는 상반된 도구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공간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기억의 매개로 존재하게 되었다.
15년 전 처음 환등기 작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놀이를 하듯 나의 유년시절과 다시 만났다. 환등기로 투사되는 이미지와 그것을 다시 촬영한 이미지는 단순히 이미지를 넘어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억과 추억까지도 붙잡아둔다. 환등기는 이제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과 아련한 추억, 그리움 따위의 감정을 포용하는 더 큰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나 자신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었고, 그것은 새로운 기록으로 나의 현재를 구성하는 또 다른 기억을 만들어냈었다. 그렇게 나는 환등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놀이하듯, 소통하듯 그에게 말을 건넨다. ‘헬로, 가브리엘~.’ 그는 10년 전 HIV양성 판정을 받고 현재 쉼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에이즈 감염인이자 동성애자이다. 양성판정을 받기 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그. 중학교 때부터 공장을 다니며 누구보다도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가 양성판정을 받고 1평 남짓한 방 안에서 혼자 라디오를 듣거나,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치료제 주사를 놓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기억하고 있었지만), 막상 어제는 오늘과 같고 또 내일과도 같을 것이라는 틀에 익숙해져 있었다. 마치 일상의 무기력을 학습하기라도 했듯 세상의 흐름과는 무관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오해와 편견에 의해 부당하게 차별받는 대표적 집단 가운데 하나가 에이즈(AIDS) 감염인이다. 우리는 과연 에이즈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 에이즈는 우리들의 부모님, 이모나 삼촌, 사돈 어르신과 그 사돈의 팔촌까지 흔히 안고 사는 ‘당뇨’처럼 평생 약을 복용하거나 그 수치를 조절하거나, 또 생활수칙을 지키거나 하면서 우리 삶과 ‘공존’ 할 수 있는 병에 지나지 않는다. 혈액이나 체액을 통하지 않고는 전염되지 않으며 더 이상 록 허드슨이나 프레디 머큐리처럼 절명하지도, 매스컴이 떠들어하지도 않는 무수한 질병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불행하게도 에이즈에 대한 공포감과 사회적 편견이 뿌리 깊어, 누구라도 에이즈에 감염되는 순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에이즈 감염이 곧 세간에 의한 사형선고가 되고야 마는 우리 사회에서 에이즈가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진 초반에는 에이즈 감염자가 발병으로 사망하는 것과 사회적 냉대를 못 이겨 자살하는 사망 비율이 비슷한 이유였다. HIV가 알려진지 30여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에이즈에 대한 인식은 '공포'와 '더러운 병', '문란한 병'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는 왼쪽으로 기울어진 고개를 세상을 향해 다시 든다. 한쪽 눈이 빛을 잃어감에 따라 그는, 중심을 잡기 위해 그리고 세상에 서있기 위해 자연스럽게 고개가 기울어지는 것이다. 한쪽 눈에 의지해 세상을 바라보지만 그는 우리와 같은 것을 보고 느낄 것이다. 이번 작업을 통해 나는 그가 지나온 자신의 세월과 소통했길 바래본다. 환등기를 통해 내가 그에게 말을 걸었듯 이제는 그가 자신에게 말을 건넬 차례이다. 헬로, 가브리엘~.
가브리엘: 신화와 성서 등에 나오는 계시의 일을 맡은 천사. 감염인의 세례명이다.
# 2009년 세계 HIV감염인수는 총 3,340만명(3,110만명~3,580만명)이고 매해 270여만 명이 증가하며 2009년 한 해 동안 AIDS관련 사망자수는 총 200만명(170만명~240만명)으로 나타났다. 2010년 한 해 동안 발견된 내국인 신규 감염인은 537명이며, 1985년부터 2010년 6월 현재 까지 누적 감염인수는 7268명이다. 이중 1,292명이 사망하여 5,976명의 감염인이 생존하고 있다.(질병관리본부 2010년 6월 통계).
# 가브리엘의 다이어리
“가만 생각해보니 난 게이에다가 HIV/AIDS 감염인이고, 장애인까지 되어 이 땅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타이틀을 세 개나 가지게 되었다.”
“실명한 오른쪽 눈도 남아 있는 망막의 반마저 떨어지려고 하였다. 이미 실명한 상태라 망막의 반을 고정하는 수술을 해도 보이진 않지만 남아 있는 망막마저 떨어지면 눈이 하얗게 될 수가 있고 심한 경우는 안구를 뽑을 수도 있다고 해서 안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오른쪽 눈도 망막 수술을 하였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어떻게든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다가도 말썽인 눈 때문에 힘들고 속상할 때가 많았다. 한쪽 눈이 안 보이니 시야가 좁아 길을 지나다 눈이 안 보이는 오른쪽에서 사람이나 물체가 다가오면 빨리 알아채지 못해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왼쪽 눈도 뿌옇고 흐릿하게 보여 계단이나 턱을 잘 못 봐 넘어지고 부딪혀 다리에 상처가 나을 만하면 또 생기고는 하였다.”
“배운 것 가진 것을 따지는 세상에서 나는 꼴찌였고 꼴찌라서 힘들었지만 늘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사람들에게 배우면서 몸으로 부딪히고 깨지는 경험을 하면서 살아온 나였다. 과거에는 꼴찌라는 게 창피했지만 이제는 당당한 꼴찌가 되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졌다. 사람들에게 잘못된 걸 잘못되었다 말하려면 당당해야 하고 당당하려면 배운 것 가진 것 없는 것에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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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가야할텐데..... 기간이 너무 짧아요. 흑. 암튼 다음 주중에는 겸사겸사 일들이 생기는군요. 준수님 화이팅, 가브리엘님 화팅, 기즈베도 화팅, 나누리플러스도 화팅들 하세요~! 좋은 전시회, 성황리에 진행되길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