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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인터뷰는 2007년 예쁜가족대회에서 상을 수상하신 '멀뚱이'님이 여성주의 저널 '일다'와 가진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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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이 더 크다  

온라인에서 살아 숨쉬는 캐릭터 ‘멀뚱이’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온라인 공간을 통해 삶의 일부분을 공유하고 가치관과 감정을 소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시공간의 제약을 상당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이 주는 자유로움과 의사소통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소통을 원하고 시도한다. 오프라인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때는 2002년 외국에서 체류 중이었고, 연애를 시작한지 2~3년이 지나서 커플간의 갈등도 생기는 시기였죠. 밖으로 성 정체성을 드러내기란 어려운 일이어서, 고립감을 느꼈어요. 소통이 필요한 느낌이었어요.”

멀뚱이님은 온라인에 ‘자기만의 방’을 마련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관계가 고립되지 않도록,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창을 연 것이라고.

아무 곳에나 둥지를 틀지는 않았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망망대해에서 어느 정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드는 공간을 찾았다. 이렇게 해서 “섬이 아닌 육지”인 언니네 사이트에 “두 여자가 함께하는 일상”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벌써 7년 전의 일이다.

“사랑과 일상을 나누는 포스팅”

일상을 기록하고 지인들과 대화하는 공간으로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멀뚱이님의 경우는 좀 다르다. “두 여자가 함께하는 일상”을 통해 전달하려는 목적의식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동성애자의 모습이 너무 비극적이었어요. 동성애자라고 해서 불행하기만 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나는 우리가 특별하거나 특이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즉 평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고, 나아가서는 더 행복하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멀뚱이님은 연인인 불뚝이님과 함께 생활하는 매일매일의 소소한 일상을 간략하게 기록했다. 그런데 그 일상을 지켜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다. 매일 아침 컴퓨터를 켜고 멀뚱이님의 글을 읽고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독자들도 생겨났다.

이렇게 멀뚱이님의 자기만의 방은 동성커플 가족의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편견을 깨는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래서 나 역시도 언제나 ‘동성애가족’ 하면 멀뚱이-불뚝이 커플이 먼저 떠오르나 보다.

유쾌하고 상냥한 공간


‘멀뚱이’는 멀뚱멀뚱해서 멀뚱이이고 ‘불뚝이’는 불뚝불뚝해서 불뚝이인데, 이들 캐릭터는 마치 만화캐릭터처럼 귀엽고 유쾌하면서도 다큐멘터리처럼 실제 두 사람의 어느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있는 그대로를 기록했지만, 저의 모든 것을 다 담은 것은 아니죠. 사람은 복잡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저에게도 동성애자로서의 면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랬다. 내가 아는 멀뚱이님은 멀뚱멀뚱한 면도 있지만 섬세한 면도 있고, 귀여운 면도 있지만 심각한 면도 있는 사람이다. “사람의 복잡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 살아 숨쉬는 멀뚱이는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이죠. 남녀노소 대상으로 공간을 다 개방했고, 상냥한 공간이 되고자 했어요.”

멀뚱이님이 만든 공간에는 어려운 이야기들이 난무하지 않는다. 한탄이나 욕설, 고통과 분노와 같은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것은 멀뚱이님에게 그러한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유쾌하고 상냥한 공간으로 ‘자기만의 방’을 꾸려나가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많잖아요. 하지만 이 방에 오면 누구나 유쾌하고 재미있는 글을 볼 수 있게 했어요.”

우리가 더 행복하게 되었다는 것

멀뚱이님은 꾸준히 일상을 기록하면서 얻은 것은 “의사소통”이었다고 말한다.

“얼굴은 모르지만, 매일같이 보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웃으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나와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죠. 온라인 의사소통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에요. 결국 우리가 더 행복하게 되었으니까.”

신기하게도, 멀뚱이님의 기록을 통해서 멀뚱이-불뚝이 커플이 더 행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얻게 된 또 한 가지는,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주위사람들에게 (커밍아웃) 독려를 받고 준비하게 되었어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죠.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에게도 커밍아웃을 하고, 서로 용기가 되었습니다.”

관계에서의 커밍아웃은 더 나아가 동성애와 관련한 강연이나 기고 등으로 이어졌고, 2007년에는 퀴어문화축제에서 ‘예쁜가족상’을 수상했다. 여성주의 메타블로그 <창고> 오픈강좌에도 초청받아, 인터넷 소통의 가능성을 실험해 온 내공을 들려주기도 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면 배가 된다


멀뚱이님은 언제나 “긍정의 힘이 더 크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의사소통의 내공이자 키워드였을 것이다.

아마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이미지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긍정의 힘을 더 키웠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긍정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믿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부정적 에너지와 폭발하는 정서는 타인에게 전염되고 함께 힘들어지는 면이 있어요. 반면 긍정적인 에너지는 배가 되죠. 중요한 건 삶에도 반영이 된다는 거예요. 저는 인터넷 공간에서 소통을 하면서 내 글을 보는 이들이 무거움을 털어내고 닦여나가는 느낌을 받길 바랬어요.”

자기만의 방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나누었던 멀뚱이님은 이제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고 한다.

온라인이 그대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온라인에서 살아 움직이는 ‘멀뚱이’의 공간을 어떤 방법으로 확장해나갈 것인지 고민 중이다. 내 경험상 멀뚱이님의 고민은 늘 영양가 있었기에, 그가 터득한 방법이 우리가 더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길과 연관이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본문은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4694§ion=sc8§ion2=


2009/01/05 [17:45]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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